요즘 애들하고 사이가 참 좋다. 원래도 사이가 좋은 편이었지만 매년 그랬듯이 하반기가 되면 애들하고 정이 쌓여 더 돈독해지고 가까워진다.
올해 애들하고도 이제 몇 달있으면 작별이다. 그래서 그런지 더 많이 추억 쌓고 싶고, 좋은 기억으로만 채워주고 싶고 그렇다.
늘 10월 11월 12월이 되면 이렇게 아쉽다. 3월 초에는 학급 기강 세우고 분위기 잡느라 정신이 없는데 꼭 하반기만 되면 애들하고 헤어지는 날이 다가오면서 아쉽고, 더 같이 있고 싶고 그렇다.
오늘 쉬는 시간에 우리 반 애가 나한테 와서 편지를 주고 갔다.
'열어보세요^_^'라고 적혀있길래 편지구나 생각하고 "우와! 너무 고마워! 선생님이 이따가 혼자 열어볼게"라고 하고 하던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안을 열어보고 나는 짧은 탄성을 내질렀다.
직접 만든 옷 입히기 놀이 세트였다.
이걸 하나하나 색칠하고 자르고 붙이고.. 아니 이런 정성스러운 선물을 내가 요 근래 받은 적이 있던가? 너무 충격적으로 고맙고 감동이었다.
정말 살면서 이렇게 정성스러운 선물은 받아본 적이 손에 꼽는다.
편지 내용도 너무 사랑스럽고 귀엽고 웃겼다. 내가 실과 시간에 옷 관련 차시를 수업하다가 '옷 입히기 게임 좋아하는데'라고 한 마디 한 걸 기억했다고 한다. 무려 '수제'!!로 만들어서 줄 테니 '재밌게 가지고 놀으세요'라고 써줬다. ('놀으세요' 표현도 웃기고 귀여움)
어린애가 된 느낌. 덕분에 재밌게 가지고 놀 것이 생겼구나!!! 아 너무 귀엽다. ㅠㅠㅋㅋㅋㅋㅋ
그리고 내가 자주 쓰는 물건들로 옷 입히기 놀이 세트를 만들어보았다고 한다.
내가 사실 토끼 머리띠나 모자는 써본 적이 없지만(ㅋㅋㅋㅋ) 센스 있게 내가 쓰는 어피치 블루투스 마우스를 넣은 게 인상 깊었다!
그리고 내 탈색 머리 디테일도 아주 사실적이다. 지금 내 머리색이 딱 저런데 너무 잘 살려서 깜짝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