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희쌤 Jul 03. 2023

선생님, 수영선생님이 너무 무서웠어요

바야흐로 생존수영 기간이다.


생존수영 가는 날엔 다 같이 운동장에 서있다가 키즈수영장에서 마중 나온 노란 봉고차를 타고 가는데 뭔가 갈 때마다 웃기다.

(노란 봉고차를 타는 상황이 뭔가 웃김 ㅋㅋㅋ)


애들은 아직 어려서 생존수영을 너무 좋아한다.

(매번 취지를 설명해 주지만 그냥 ♡물놀이의 날♡로 생각함 ㅋㅋ)


애들은 그날이 너무 좋은지 아침부터 수영복 입고 등교하는 애도 있다.

(놀랍게도 수모랑 수경까지 착용한 상태로;;)


어차피 2교시면 바로 출발해야 하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런데 수업할 때 아이가 수영복 입고 있는 걸 보면 자꾸 웃음이 터지려고 해서 큰일이다.


그날도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 1교시 수업을 끝내고 키즈수영장으로 출발했다.


2주 전부터 알림장에 '스스로 머리 말리는 연습 해오기, 스스로 수영복 입고 벗는 연습 해오기'를 써준 보람이 있었다.


아이들은 능숙하게 알아서 수영복으로 환복하고 수영장에 하나둘씩 늠름하게 등장했다.


쪼끄만 꼬맹이들이 수영하겠다고 옹기종기 나온 걸 보니 엄청 귀여웠다. (햄스터무리 같음)


수영강사분은 꼬맹이들을 데리고 수영교육을 시작하셨다.


안전 때문인지 초장부터 소리를 크게 지르며 무서운 분위기를 조성하시는데 괜히 내가 마상이었다.


물을 퍽퍽 내리치시며 "너네 집중하라고!!!!" 하시는데 옆에 있는 나까지 무섭고 움츠러들었다.

(봐봐.. 이거 물놀이 아니라니까 얘들아...)


한 아이가 수영이 끝나고 봉고차를 타고 올 때 내게 말했다.


"선생님~ 생존수영 자체는 너무 재밌었는데 수영선생님은 너무 무서웠어요"


순간 동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지만 함부로 동조하면 아이들 마음에 혹시 수영강사에 대한 반감을 심을까 봐 걱정이 됐다.


그렇다고 아니라고 부인하기도 애매한 게.. 솔직히 그분이 무섭긴 했음;;


순간 잠시 고민하다가 지혜로운 답변을 생각해 냈다.


"그러게. 선생님이 옆에서 봐도 수영선생님이 조금 무서우시긴 했어.

그런데 아마 안전 때문일 거야. 

우리 oo 이는 수영선생님이 그렇게 무섭게 안 하셔도 안전 수칙을 잘 지키지만 수영장에는 별의별 애들이 다오거든.

무섭게 안 하면 순식간에 사고가 날 수도 있어서 그렇게 하신 것 같아. "


그러자 아이는 "아하!!!^-^" 하더니 다시 친구들이랑 웃고 떠들기 시작했다.


휴우~ 잘 넘겼다ㅎㅎ


사실 나도 학교에서 스포츠강사님이나 외부 강사님이 우리 반 애들한테 윽박지르거나 혼낼 땐 너무 속상하고 화나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하루에도 수십 명을 만나는 강사님들의 입장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내겐 우리 반밖에 없지만 그분들에겐 우리 반애들이 여러 학급 중 하나일 뿐일 테니...


이번주에도 생존수영이 있다.


제발 무사히 다녀올 수 있기를.. ㅎㅎ


작가의 이전글 한 대 맞을 생각으로 달려들려고 했지 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