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하고 헤어지기 싫다. 어떡하지?

늘 요맘때가 되면 마음이 아쉽다.

10월 말,

아이들이 이제 나와 99.99% 동기화되어 눈빛만 마주쳐도 선생님이 뭘 원하는지 알아주는 시기이다.

내 마음을 말하기도 전에 의도를 알아채고 원하는 대로 행동해 주는 시기.

나도 정이 듬뿍 들어 아이들한테 아쉬운 소리 하기 힘든 시기.

슬슬 헤어질 준비를 하는 시기.

어떻게 학년 마무리를 하면 좋을지 고민하기 시작하는 시기.

매년 이 시기가 되면 마음이 슬프다.

우리 직업은 1년마다 로테이션이 심하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관리자랑 동료까지 모두 한방에 물갈이가 되어버린다.

좋은 점은 싫은 사람들을 더 이상 안 볼 수 있다는 점이지만

아쉬운 점은 언제나 그렇듯 좋은 사람이 싫은 사람보다 더 많기에 좋은 사람과 더 많이 헤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아쉽다.

우리 반 아이들과 이제는 정말 많이 친해졌고, 정이 들었다.

이젠 얘네들의 사소한 습관도 알고, 버릇도 안다.

얘네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알고, 어떠한 성장배경 속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지도 어렴풋이 추측할 수 있다.

안 예뻐 보이던 퉁퉁한 손가락 마디도 귀여워 보일 정도로 정이 많이 들었는데 헤어지기가 싫다.

또 새로운 애들과 정을 쌓아나가야 하는 것이 싫다.

얘네들하고 더 오래 보고 싶다.

웃긴 점은 매년 똑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작년에도 똑같은 생각을 했고,

재작년에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

그래서 매년 3~4월의 우리 반 아이들한텐 미안하다.

작년 아이들을 못 잊어 현재 아이들한테 정을 많이 못 붙이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 반 아이들도 3~4월에는 정이 안 들어 하나도 예뻐 보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너무너무 소중하고 귀엽다.

헤어지기 싫다. 어떡하지?

얼마 전 몸이 많이 안 좋아 병원에서 전치 2주 진단이 나왔다.

선생님들께서는 내게 당장 병가 쓰고 쉬라고 하셨다.

그런데 병가를 쓰기가 싫었다.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전 학교 나오는 게 더 좋아요 헤헤..."

선생님들은 못 말린다는 듯 신기하다는 듯 웃으셨다.

학교에 나오는 게 더 좋다.

애들하고 더 오래 있고 싶다.

언제나 나를 좋아해 주고 따라주는 고마운 아이들.

이제 두 달 정도면 또 겨울방학이다.

그전까지 우리 추억 많이 쌓자.

눈이라도 오면 밖에 나가 눈사람도 함께 만들자.

우리 함께 많은 이야깃거리 만들자.

얘들아 I love you!!!!(뭔가 민망해서 영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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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사 라희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