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옆 작은 실개천가에서 나는
글로 쓸 수 없는 묘한 자연의 소리
깊은 밤 차도 소리 잦아들면
더 크게 들리는 정겨운 소리
개구리와 풀벌레 소리
내린 비로 땅과 대기가 젖어
습해진 세상에 놓인 작은 존재들
그들이 부르는 짙은 여름 소리
밤은 더 깊은 곳으로 향하는데
간혹 나타나는 네바퀴 검은 금속들이
젖은 도로를 짓밟으며 비명을 지르면
숨을 죽이는 놀란 개구리와 풀벌레
이때 여름 소리는 아득히 사라지고
검은 금속의 땅 밟는 요란한 아우성만
여전히 습한 허공을 가득 채운다
비오는 여름밤은 이렇게
자연의 소리와 인공의 소리가 계속
자리를 바꾸며 어둑한 새벽을 찾아간다
젖은 새벽에 자리를 내 줄 때까지
'주위를 둘러보면 돌고 또 돌지 않는 것이 없다. 새벽은 낮에 자리를 내 주고 낮은 밤에 그리고 밤은 다시 새벽에 자리를 내 준다. 10년전에 산 TV는 곧 신제품 TV로 교체될 것이다. 인간의 세포도 7년이면 거의 다 교체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7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세포로 이루어진 육체적으로 다른 사람일 것이다. 나 자신도 새로운 것으로 변하고 교체되는 마당에 나 이외의 것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사회적 위치도 계속하여 변한다. 신입에서 중견으로 그리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결국에는 회사를 졸업하고 또 다른 시작을 해야 한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우려면 그 어떤 것도 내게 영원히 종속될 수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알지 않고는 잊을 수 없으니 말이다. 이렇게 잘 알고 있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그 사실을 늘 잊는다. 아마도 우리가 매순간 무엇엔가 얽매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자신에게 완벽한 자유가 주어졌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누려야 한다. 이 사실을 알아도 처음엔 낯설음을 피할 수 없다. 어떻게 할지를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지금 새로운 변화에서 초래된 또 다른 낯설음을 겪고 있다. 이것은 자유의 한 형태가 분명하다. 감사한 마음으로 적응해 가면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