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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glecs Aug 01. 2024

씨앗 심기

가을 이야기 - 넷

 조직의 성과는 리더가 내는 것이 아니다. 모든 성과는 조직원들이 만들어 내는 에너지의 합이다. 따라서 각 조직원이 좋은 성과를 내면 그 조직에서 나오는 전체 에너지의 합은 커지고 그 조직은 성공하게 된다. 그러므로 결국 각 조직원이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리더'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 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생각하고 주장한 '리더십'의 방향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명료한 방향성은 나도 모르게 '내 가슴속에 심어진 그분의 씨앗'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귀인(貴人)


  내 그를 다시 만난 것은 2011년도였다. 그는 나의 입사 초기인 90년대 중반에 타부서의 팀장이었는데 거기서 불과 1~2년간의 짧은 기간만 재직하고 퇴사를 했었다. 그 후에 경쟁사로 이직을 했다가 약 16~17년 후에 다시 역(逆)스카우트로 복귀한 것이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깊은 사정은 생략하겠지만 어찌되었든 그는 다시 돌아온 것이며, 그것도 이번에는 나의 직속 상사로 온 것이다. 그의 입장에서는 분명한 금의환양이었다. 그러나 그를 제일 높은 상사로 맞이하는 사람들은 엄청난 긴장을 하고 있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 였다. 그에 대한 여러가지 소문이 자자했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나는 회사에서 많은 중역을 도와서 일을 해왔지만 그는 그들과 비교할 때 너무도 특이한 사람이었다. 너무 오랜 미국 생활 때문이었는지 극도로 목표 지향적이었고 성과 우선이었다. 부임 후 첫 출근을 새벽 3시에 한 분이니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평소처럼 04시 30분에 사무실에 도착한 나는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의 눈에는 그 이른 새벽에 출근한 나도 정상은 아니었기 때문에 서로 놀라서 쳐다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본인의 업무를 직접적으로 보조하면서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 나의 세부적인 업무에 대하여 그가 잘 인지하지 못했던 부임 초기에는 그야말로 서로 서먹서먹한 상태였다. 비록 상하 관계이긴 했지만 서로 사무실에서 볼 때 편치만은 않은 느낌이었다. 그의 국적 자체가 미국이었으니 나로써는 외국인 상사를 모시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에 더 큰 낯설음은 아무래도 내 몫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나의 주된 일이 해당 사업부의 담당 중역인 그를 돕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그로부터 지시받은 일 혹은 그가 필요로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을 나름대로 충실히 하면서 첫 1개월을 지냈다.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가 나를 인정하기 시작한 시기가 대략 그 즈음이었던 것같다. 대단히 실용적인 성격이고, 일에 있어서는 매우 목표 지향적이고 성과 중심이었던 그는 완벽한 일처리, 특히 누구 보다도 빠른 일처리 그리고 무엇보다 남과 비교하여 모든 면에서 뛰어난 일처리를 원했다. 대부분의 다른 관리자들에게는 심한 압박감으로 다가올 만한 성향이었고 실제로도 거의 모두가 그런 그로부터 그동안 겪어 보지 못한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 압박감은 그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바로 전날까지 이어졌었다. 




 Good Pairing 


 다행스럽게도 그의 특출난 성향이 내게는 너무도 잘 맞았다. 그분은 어떤 생각이었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분명하게 느꼈었다. 그의 매우 높은 업무 수준 때문에 나도 스트레스를 받기는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긍정적인 자극이었다. 내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하는 그의 비상한 의견과 문제 해결 능력을 듣고 볼 때는 상당히 흥미진진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한 마디로 그분으로부터 배울 점이 너무도 많았다. 아무튼, 능력이 출중하지는 못했고 평범했지만, 성격이 엄청나게 급하면서 동시에 주도 면밀한 부분이 많은 편이었던 나 역시 대단히 빠르고 정확한 일처리가 이미 몸에 베인 상태였고, 새로운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는데 이런 나의 성향이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여 그와 궁합이 더 잘 맞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반면 내가 과거에 '모셨던' 분들은 한참 아래 직원의 '아이디어 따위'는 별로 안중에도 없었기 때문에 주로 그분들은 그들로부터 지시 받은 내용을 적당한 선에서만 해도 별 문제가 없었다. 그분들 중에는 인품이 좋았던 분도 여럿 계셨지만, 별로 목표 지향적이지도 않았고, 뛰어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쏟아낼 만큼 특별히 유능하지도 못했고, 유연한 사고를 하는 성향도 아니었다. 그래도 적지 않은 규모의 큰 기업의 중요 직책을 맡은 분들이었기 때문에 절대로 능력이 떨어진다고는 할 수 없는 분들이었다. 여러 면에서 나보다 더 뛰어난 분들이었음은 말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 맞이한 그 '미국인'은 차원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너무 신선했고 그래서 더욱 내겐 관심의 대상이었고 연구의 대상이기도 했다. 물론 배울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존 '리더들'과는 완전히 다른 성향이었던 그분은 본인이 판단할 때 납득이 되면 최하위직 사원이 내는 의견도 경청했고 받아들여서 적용을 하도록 했다. 납득이 되지 않더라도 면박을 주는 대신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여 동의를 구하는 방식을 택했다. 따라서 지근거리에서 가장 밀접하게 일하는 중간 관리자인 나의 의견에 대해서도 언제나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나를 신뢰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누군가가 자신의 능력 혹은 잠재력을 강하게 믿어준다는 사실은 정말 기쁘고 놀라운 일이지만 동시에 매우 두렵기도한 일이다. 그런 믿음에 부합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두 배 혹은 세 배 이상의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충분한 인정과 칭찬을 받았기 때문에 그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자존심이 상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하여 정말 초집중하여 일을 하게 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난 그렇게 했다. 그에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련된 것이다.


 그가 부임 초기에 한동안 새벽 3시에 나왔기 때문에 난 당연히 보다 이른 2시 이전에 출근했다. 그가 정한 업무의 납기 일정이 3일이면 하루만에 완료하려고 했다. 그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의견을 달라고 하면 무슨 생각이든 짜내서 다수의 의견서를 제출하여 그가 더 나은 아이디어를 도출하는데 도움이 되려고 노력했다. 이런 식의 업무는 만약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한다면 내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줬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그런 업무 환경을 받아 들인 것은 너무도 재미있었고 배울 점들 또한 끝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언제나 정중하고 예의바르게 호칭을 부르고 결코 하대하지 않는 소통 방식은 나로 하여금 상당히 힘든 업무 여건임에도 불만을 가질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사실 고백하자면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내가 그분을 '이용'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내게 거의 3년간 개인 레슨을 한 것과 마찬가지니 말이다. 




그가 뿌린 씨앗


 능력이 뛰어난 분이었지만 동시에 매사에 꽤 세심했던 그 분은 내가 노력한 이상으로 내게 관심을 보였고 다양한 방식으로 나를 움직이게 했다. 그가 '나'라는 텃밭에 온갖 방식을 통하여 튼튼한 뿌리를 내릴 씨앗을 뿌렸던 것이다. 어쩌면 본인은 자신이 '씨앗'을 뿌렸다는 것을 모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매우 '양질의 씨앗'을 아낌없이 뿌렸다. 


 그는 언제나 내가 아주 작은 아이디어를 내더라도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간혹 그가 생각하지 못했던 수준의 아이디어를 내면 과도하게 느껴질 정도로 감탄을 하면서 감사를 직접적으로 말과 행동으로 표현했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 말있고, 나는 이 말을 절대적으로 믿는다. 그분은 정확하게 그것을 실천하였다. 말도 안되는 말을 하면서 칭찬을 하면 진정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그는 객관적 사실에 입각하여 최대한 장점을 찾아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칭찬을 하는 방식으로 나를 '매우 긍정적인 방식으로 노련하게' 조련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길 때마다 어떤 식으로든 내게 격려와 칭찬을 하기 위해서 사용가능한 모든 단어를 머리 속에서 꺼내려고 노력했다.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라 진심이 느껴지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그런 태도와 언어는 나로 하여금 더 많은 책임감을 갖게 만들었다. 한 마디로 사람을 움직일 줄 아는 '진짜 리더'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분의 말하는 방식과 태도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머릿속에 심어졌고 내 가슴속에 깊게 박혔다. 그래서 나중에 내가 많은 사원을 이끄는 자리에 올랐을 때 그분의 흉내라도 내려고 노력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단점은 있었다. 일반적이지 않은 업무량과 수준 때문에 휘하에 있는 많은 직원들이 그의 요구 수준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조기 축구회에 프로 선수가 주장으로 들어온 꼴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패스를 받을 만한 사람이 별로 없었고, 그의 작전을 제대로 이해할 만한 사람도 거의 없었다. 즉, 그가 요구하고 기대하는 수준으로 업무 수준을 맞추어서 그와 함께 일을 해 나갈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는 말이다. 그 극소수는 어떤 방식을 통해서든 그의 '나름 합리적인' 요구를 맞췄고 그와 잘 협업을 할 수 있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의 요구 사항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여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의 '나름 합리적인' 요구를 어떤 방식을 통해서든 맞췄던 소수의 사람들은 내가 보는 관점에서 뛰어난 점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보다는 그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좋지 못할 때는 솔직히 부족함을 인정하는 사람들이었다. 보스 기질이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솔직히 부족함을 인정하는 '패배자'들을 내치고 비난하곤하지만 '리더'는 다시 기회를 준다. 그리고 그들이 결국 해내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서 도움을 주려고 노력한다. 그는 물론 후자였다. 


 업무 외적으로도 삶의 균형을 찾는 모습을 본인이 직접 보여주면서 귀중한 삶을 일로만 채우지 말고 여유도 반드시 찾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 물론 부임 후 어느 정도 업무 파악이 완료되고 안정을 찾고 나서부터였다. 아무리 여유를 찾았다고는 하나 그래도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고 업무의 폭이 넓은 분이었는데도 직접 장을 봐와서 야유회를 준비한 적도 있었다. 사무실 스텝들과의 소규모 야유회였다. 총무를 맡아본 사람은 잘 알겠지만, 그런 준비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그리고 사무실 탕비실에서는 점심시간에 직접 멕시칸 간식인 나쵸 살사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평소에는 치열하고 치밀하게 일을 하지만 그 속에서도 시간을 내서 삶의 균형을 잡고자 노력한 것인데, 이런 모습은 과거 그 어떤 '리더'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좋은 '리더'가 되려면 야유회도 준비하고 팀원들을 위하여 개인적으로 요리도 해 줘야한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 나는 지금 그의 시간을 만들어 내는 탁월한 능력에 대하여 말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뛰어난 능력, 빠른 결단과 업무 처리로 신속하게 당면 과제를 마무리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런 촌각을 다투를 상황에서도 잠시나마 여유를 찾아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씨앗을 싹 틔우다


 내가 회사에서 실질적으로 한 명의 중요한 '리더'의 자리에 올라가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실천했던 두 가지 원칙이 있었다. 


 첫 째는 어느 자리에 있던 나의 복제품(적어도 나보다 조금이라도 업그레이드 된)을 만드는 것이다. 내가 영원히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되기 때문이며, 나에게 언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니 나 없이도 조직이 최소한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는 것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다. 다시 말하면 완벽한 승계 계획을 부임 초기에 제일 먼저 세웠다는 말이다. 새로운 부서에서 아직 제대로 일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승계 계획부터 세운 것은 너무 성급한 것일 수도 있는데, 두 가지 이유로 그런 방식은 유효성을 갖는다. 


 먼저 나의 전임자와 내 휘하의 중간 관리자 그리고 실무 사원들의 존재 이유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오기 전에도 그 조직은 어느 정도 기능했었다. 내가 완전히 망해버린 조직을 인계 받은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따라서 당분간 현상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하여 큰 일이 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므로 그 기간 동안에 조직내의 주요 구성원들을 세밀하게 살펴서 적재 적소에 인원이 배치되어 있는지를 파악하고, 미래 관리자 혹은 리더가 될 사람을 구분하는 작업을 먼저 해야 하는 것이다. 무조건 기존 틀을 뒤흔들고 바꾸기 전에 말이다. 


 그 다음은 내가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고 해도 새로 부임한 조직에 대해서는 최소한 3개월은 업무의 파악이 필요하니 나의 결정과 행동을 최소 3개월간 유예하는 것이다. 물론 그 기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져도 책임은 내 몫이다. 섣불리 판단하고 결정하면 실수를 할 가능성이 클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 3개월은 기존 조직원들의 방향을 따라 가면서 그들과 동기화 될 필요가 있고 그 기간은 업무도 파악하고 사람도 파악하는 시간으로 활용 할 수 있는 것이다. 


 두 가지가 서로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 전자는 부하직원들에 대한 믿음에 대한 말이고 후자는 내 능력에 대한 겸손함 그리고 리더로서 나의 '책임'에 대한 이야기이다. 


 두 번째는 '리더'의 거의 모든 역량을 '어떻게 하면 조직원들의 업무를 도울 수 있을까?' 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조직의 성과는 리더가 내는 것이 아니다. 모든 성과는 조직원들이 만들어 내는 에너지의 합이다. 따라서 각 조직원이 좋은 성과를 내면 그 조직에서 나오는 전체 에너지의 합은 커지고 그 조직은 성공하게 된다. 그러므로 결국 각 조직원이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리더'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 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생각하고 주장한 '리더십'의 방향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밀고 나가려면 '리더'에겐 추가적인 책임이 부여되며 그 책임을 온전히 짊어질 자신이 있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나는 위 2가지 큰 방향을 가지고 '리더'의 역할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러한 명료한 방향성은 나도 모르게 '내 가슴속에 심어진 그분의 씨앗'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본 그는 '가능하면 많이 정보를 공유하고 가르쳐서 일과 권한을 위임'하고자 했다. 책임의 전가와는 확연히 다르다. 그것은 오로지 후배들을 더 강하고 크게 만들기 위함이다. 반면 후배들이 치고 올라올까봐 두려워서 가능한 모든 정보와 권한을 틀어 쥐려는 사람들이 의외로 꽤 많다. 자신이 없어서 이기도 하고, 책임이 두려워서 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 중요한 '씨앗'은 그가 행동으로 보여준 '팀원에 대한 관심과 배려'였다. 그도 조직원들이 편하게 일을 할 수 있게 하려면 무엇을 도와줘야 될지 늘 고민했다. 보통의 '보스형 리더'들은 부하직원들에게 어려운 점을 말하라고 하지만, 그들이 정말로 '어려운 점을 말하면' 쥐잡듯이 잡는 경우가 많다. '보스형 리더'들이 듣고 싶은 것은 오로지 '문제 없습니다. 잘 되고 있습니다' 라는 내용이 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먼저 무엇을 해 주면 좋을지를 늘 고민했고 고민의 결과로 도출된 아이디어는 솔선하여 시행하여 사원들의 짐을 덜어주고자 노력했다. 한 마디로 사원들을 보호한다는 느낌이 드는 행동을 직접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 적어도 그와 함께 회사 생활을 할 때, 그의 존재는 내게 '귀인'이었다. 나는 그로부터 '조련 혹은 양육'되었고 나름 성취를 이룰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내가 그로부터 조련 혹은 양육되어 큰 성취를 이루었다고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의 기대치와 내 꿈의 크기에는 차이가 있으니 말이다. 


 나도 내가 양육하고 가르치고 지도한 이들의 공적인 성취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싶었다. 그런 생각이 내 몸과 정신에 깊게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위에 기술한 두 가지 사항에 중점을 두고 조직을 운영하려고 노력했었다. 이미 나의 노력은 다 끝났고 나의 회사 생활은 얼마전에 종지부를 찍었다. 더 많은 시간이 주어졌더라도 아마 나의 노력은 같은 방향으로 끝없이 계속되었을 것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으니 말이다.  


 아마도 나는 '靑出於藍'에 해당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기엔 내가 겪은 나의 '貴人'은 너무도 뛰어난 분이었다. 그렇지만 내게는 '靑出於藍'에 꼭 맞는 후배가 몇 명 있다. 내가 잘 이끌었다기 보다 원래 능력이 뛰어나고 품성까지 좋은 훌륭한 후배를 운좋게도 얻었었기 때문에 거져 먹은 것이긴 하지만 어찌 되었던 매우 훌륭한 후배가 있다는 것은 너무 고맙고 보람찬 일이다. 그들에게 내가 '귀인'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가끔 생각이 나는 선배이기만 해도 행복 할 것이다. 그리고 부디 내가 그들에게 단 한 톨의 씨앗이라도 심었다면 더 할나위 없이 기쁘고 만족스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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