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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glecs Aug 01. 2024

시그모이드 곡선

가을 이야기 - 셋

 개인의 성장은 반드시 돈을 더 벌고, 높은 사회적 위치를 얻어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가치관에 따른 선택의 문제이다. 돈을 적게 벌 뿐이고 사회적인 공식적 명함이 없더라도 다른 식으로 성장할 수 있다. 물질적 성장 말고 정신적인 성장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시그모이드 곡선은 그래서 개인별로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사회적 명성이나 가치(부) 창출 수준이 낮더라도 정체나 정지의 상태가 아니라 상승과 성장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삶이라는 것은 너무도 복잡하고 미묘한 것이라서 수 만 가지 선택이 가능하며, 그것은 한 개인의 인생 경로에서 다양한 변주를 일으킨다. 그 변주 속에서 물질적 가치가 주로 창출될 수도 있고, 반대로 그보다는 정신적인 가치가 창출될 수도 있는데, 이것은 어느 경로를 타고 갈 것인지 선택하는 개인의 역량과 자유 그리고 가치관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다.










 S자 그래프


 Sigmoid Curve, 즉 시그모이드 곡선은 원래 수학의 함수 용어로 s자 그래프를 뜻한다. 이 개념을 기업의 흥망성쇠와 연관지어서 영국의 경영 관련 사상가인 찰스 핸디가 이론화하면서 더욱 알려지게 되었다. 간단히 말하면 모든 것들이 s 자 형태로 성장과 쇠퇴를 반복하니 쇠퇴기에 이르기 전인 성장세가 느려지기 시작하는 변곡점에 변화를 시도하여 성장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철자를 보면 쉽게 추측할 수 있겠지만 Sigmoid는 그리스어 Sigma(시그마)에서 나왔다. 그리스 알파벳의 18번째 글자가 Sigma이고 이 말은 'S 자 모양의 곡선'을 의미한다. 그리고 Sigmoid의 '-oid'는 'like' 혹은 'similar to'를 의미하는 접미사이다. 따라서 Sigmoid는 '시그마와 같은' 혹은 'S와 같은'이라는 뜻을 갖게 된다. 오피오이드 (Opioid)도 Opion (아편) + iod(~과 같은)가 합쳐져서 아편과 같은 효과를 내는 약물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마찬가지로 Android(안드로이드)는 남자 또는 인간을 뜻하는 그리스어 Andr- 와 -oid 라는 접미사로 이루어진 단어이다. Sigmoid도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단어이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 주가도 오르면 내려간다. 영원히 상승을 지속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따라서 완만하건 가파르건 상승세가 일정 기간 지속되면 언젠가는 하락기가 올 것이 분명하므로 이에 대비해야 하는데 시그모이드 곡선은 바로 이런 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잘 나간다고 우쭐댈 것도 없고 잠시 추세가 주춤하다고 해서 위축될 것도 없다는 뜻을 일부 포함하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시그모이드 곡선을 사자성어로 표현하면 '호사다마'라고 할 수도 있겠다. 좋은 일이 있으면 언제고 나쁜일이 있을 수 있으니 그것을 예상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 '好事多魔'이니 거의 비슷한 느낌을 준다. 내가 좋아하는 옛말인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權不十年 花無十日紅'도 시그모이드 곡선의 동양적 해석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출처 : 네이버 이미지. 시그모이드 곡선)

                                      

 시그모이드 곡선은 위 그림과 같이 완만하게 증가하다가 급속하게 성장하는 부분(A)을 거쳐 마지막에는 성장의 속도가 느려지다가 결국에는 성장을 멈추고 하락(B)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A) 지점에서 급격한 성장만 추구하려고 에너지를 완전히 소모하지 말아야 할 것을 주장한다. 즉 (A) 지점에서 계속 추진력을 끝까지 써버릴 경우 성장의 극단까지 이를 수는 있겠지만 너무 극단적 성장에 매달리기만 하고 더 먼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면 성장의 극단에서 결국 성장을 완전히 멈추고 (B)지점으로 흘러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A) 지점을 통과할 때 단순한 성장만 쫓지 말고 지속적인 장기 성장을 위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 시그모이드 곡선이 정말로 보여 주고자 하는 요점이라고 할 수 있다. 즉 (A)지점을 통과할 때 과도한 욕심만 부리지 말고 미래를 대비하여 완만한 성장의 기간을 잘 견디면 결국 다시 추진력을 얻어서 우상향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시그모이드 곡선에서는 단순하게 변화를 받아들이고 일희일비하지 말고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식의 동양적 접근과는 차이가 있는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 새옹지마(塞翁之馬), 호사다마(好事多魔) 그리고 권불십년(權不十年)같은 말들은 경거망동하지 말고 자중할 것을 강하게 암시하지만 시그모이드 곡선은 경거망동하지 말고 자중할 것은 물론이고 재 도약을 위하여 적극적인 방안을 수립하라는 뜻을 강하게 나타낸다. 서양의 실리적 태도가 철저하게 녹아있는 관점이다. 


 찰스 핸디는 동일한 메커니즘을 기업에 대입하여 이론화 했는데 그는 기업 뿐만 아니라 동시에 우리 인생에도 똑같은 원칙 혹은 경로가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인간의 인생 뿐만 아니라 국가, 조직, 심지어 제품(상품), 등 그 어떤 것도 마찬가지 사이클을 따른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기업의 시그모이드 곡선


 기업의 경우 대부분 초기에는 투입(투자)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는 커녕 적자를 내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와 같이 초기는 사업에 필요한 투자가 이루어지는 기간이고, 따라서 성장이 정상 궤도에 오르기 한참 전이기 때문에 일단 살아 남고 파산을 막는데 치중해야지 수익을 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므로 매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기업은 초기에 성장이 매우 느릴 수 밖에 없다. 


 특히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여 도전하는 스타트업의 경우를 예를 들면 초기에 대부분 상당한 투자를 필요로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익을 거두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테슬라의 경우도 2003년에 창립되었지만 2010년이 되서야 비로서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그것도 단기적 흑자에 불과했고 그 후 7년간 적자를 반복하다가 2018년부터 다시 연간 흑자를 기록했다. 그후 2022까지 약 5년간 엄청난 매출액 및 마진 상승기를 거쳤다. 시그모이드 곡선의 (A) 지점을 그때 통과해간 것이다. 그리고 2023년부터는 다양한 원인이 복합된 이유로 매출과 마진이 줄면서 전반적 실적 감소 및 그에 따른 상당폭의 주가 하락 혹은 상승을 반복하여 겪고 있다. 테슬라라는 초거대 기업조차 시그모이드 곡선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테슬라는 현재 시점(2024년 2분기) 기준으로 시그모이드 곡선의 (B) 지점을 향해서 가는 중일 수도 있고, 다시 반등하여 재상승 구간으로 올라가는 과정일 수도 있다. 테슬라가 만약 '변곡점'에서 변화를 시도하여 성공을 이루고 있는 중이라면 (B) 지점으로 향하지 않고 결국 다시 견고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나는 테슬라가 변곡점을 성공적으로 통과하여 성장을 이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성장이 정점에 가까웠을 때에도 꾸준히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미래 성장 동력을 하나 하나 마련해왔고, 결국은 그것이 결실을 맺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도조(Dojo) 슈퍼 컴퓨터를 가동하기 위한 D1 칩의 성공적 적용, FSD (full self driving)의 완벽한 전개 가능성, 그리고 별도로 진행하고 있는 신재생 에너지 사업(태양광 및 에너지 저장 사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혁신적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내가 테슬라 주식을 매입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개인의 시그모이드 곡선

 

 한 개인의 직장 속에서의 변화도 시그모이드 곡선을 통하여 설명이 가능하다. 처음 입사해서는 완만하게 성장하다가 어느 시점에 이르면 꽤 성장을 한다. 급여도 그런 식으로 성장하고 위치나 책임도 마찬가지 방향으로 움직이다. 직급이 올라가고 보직을 받으면서 연봉도 크게 상승하는 급격한 성장이 가능한 것이다. 그런 기간이 일정기간 지속되다가 경력의 정점에 이른 후에는 그 상태를 일정 기간 유지하다가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퇴직을 하게 된다. 더 이상 성장을 못하고, 현상을 유지하다가 쇠퇴하고 소멸하는 것이다. 


 물론 경력의 정점에서 이직을 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면서 자신의 가치관에 따른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서 재도약하는 경우도 있다. 찰스 핸디는 '포트폴리오 인생' 이라는 책을 통해서 그런 식의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도전을 설명하고 있다. 지금 혹시 당신이 당신의 직장에서 분명한 변곡점에 있다면, 그의 책을 일독할 것을 권한다. 


 찰스 핸디의 해석에 따르면 개인의 경우 교육 과정(직장이나 학교)이 초기 투입 기간에 해당된다. 그리고 직장이나 개인 사업에서 승승 장구하면서 성공을 연이어 이루어가는 기간이 있는데 이때가 (A) 지점으로 향하는 기간이다. 그러나 지난 후에 뒤돌아 보면 (A) 지점이 언제였는지 알 수 있을지는 몰라도 (A) 지점을 통과할 때는 결코 그것을 인지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잘 이해가 될 것이다. 한 참 시간이 지난 후에 돌아보면 그 가격이 꼭지였다는 것을 알게 되지 않는가? 


 개인별로 (A) 지점에 대한 의견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내 생각에 (A) 지점은 모든 것이 잘 풀리고 너무 편안하며 일도 마음 먹은 대로 다 될 때가 아닐까 한다. 찰스 핸디도 같은 관점을 기술했는데 나 역시 정확하게 같은 의견을 갖고 있음을 밝힌다. 그런 상황에서는 내가 하고자 하는 대로 다 되기 때문에 거칠 것이 없다. 따라서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게 되고 그런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 쉽다. 결과적으로 '개인'은 그런 상황에 머물면서 정체되어 단순히 그 순간을 즐기기만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시 말해서 현상에 안주하는 선택을 하는 것이고, 그 순간이 바로 (B) 지점으로 변곡점의 기울기가 미세하게 우하향하는 순간일 것이다. 


 개인의 성장은 반드시 돈을 더 벌고, 높은 사회적 위치를 얻어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가치관에 따른 선택의 문제이다. 돈을 적게 벌 뿐이고 사회적인 공식적 명함이 없더라도 다른 식으로 성장할 수 있다. 물질적 성장 말고 정신적인 성장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시그모이드 곡선은 그래서 개인별로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사회적 명성이나 가치(부) 창출 수준이 낮더라도 정체나 정지의 상태가 아니라 상승과 성장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회 생활(직장 생활, 혹은 사업)을 통하여 (A) 지점까지 저돌적으로 진군하다가 그 이후에는 삶의 다른 가치를 향해서 또 다른 의미의 성장을 한다면 그는 결코 (B) 지점으로 우하향하는 삶의 곡선을 탓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삶이라는 것은 너무도 복잡하고 미묘한 것이라서 수 만 가지 선택이 가능하며, 그것은 한 개인의 인생 경로에서 다양한 변주를 일으킨다. 그 변주 속에서 물질적 가치가 주로 창출될 수도 있고, 반대로 그보다는 정신적인 가치가 창출될 수도 있는데, 이것은 어느 경로를 타고 갈 것인지 선택하는 개인의 역량과 자유 그리고 가치관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 사실 나의 경우도 내 시그모이드 곡선이 지금 어디인지 잘 판단하기가 애매하기도 하다. 내가 퇴직을 해서 수입이 대폭 감소하긴 했지만 내 생각엔 여전히 나는 A에 있는 것 같다. 아직 완전히 B로 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순하게 퇴직을 해서 물질적 수입이 대폭 감소했다고 하여 개인의 성장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성장은 물질적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그모이드 곡선에 대한 인지 방법


 내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대부분은 어떻게 하면 자신의 시그모이드 곡선을 정확히 인지하고 그에 대비할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간단히 첨언하면 아래와 같은 순서에 따라서 자신의 시그모이드 곡선에서의 자신의 위치에 대한 인지가 가능할 것이다.  


1. 자신의 현재 상황과 목표를 파악하고

    - 조직 내에서의 현재 위치가 어디인가? 그리고 어디까지 가고 싶은가? 


2. 자신이 기대하는 성장 곡선을 그려서 자신의 실질적인 위치를 파악해 보고

    - 조직 내에서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내가 기대하는 성장도를 고려하면 나의 현 위치는 어디인가?


3.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스스로 판단해 보고 어떤 점을 개선할지를 정하고

    -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그 강점을 강화하자.


4. 자신이 원하고 기대하는 성장 곡선 만들기 위하여 필요한 계획을 세우고

    - 나의 강점을 강화하기 위하여 필요한 행위가 무엇인지 구체화하여 행동 계획을 세우자.


5. 자신이 세운 계획을 이루기 위하여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실천하며

    - 내 계획의 달성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행위를 내가 지금 하고 있는지 보자. 

      뭐라도 하고 있다면 그걸 더 집요하고 계획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실행하자.

 

6. 궁극적으로 자신의 실천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다. 

    - 5번을 계속 반복하여 실행하고 스스로 꼼꼼하게 점검하자. 

 

 6가지 단계로 장황하게 설명해 놨지만, 간단하게 설명하면 겸손하게 자신의 현 모습을 돌아보되, 결코 자신감을 잃지 말고 계속 도전하는 삶을 살라는 말이다. 그리고 나도 가급적 이렇게 살고자 계속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시그모이드 곡선이라는 낯설은 단어를 설명하면서 빙빙 돌아왔지만, 사실 너무도 간단한 내용이다. 그런데, 다들 알다시피 원래 기본적이고 간단한 것이 제일 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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