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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glecs Aug 01. 2024

마리아주

여름 이야기 - 셋

 아직 한참 사회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신과 함께하면서 Synergy를 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완벽한 Pairing 혹은 멋진 Mariage를 서둘러서 구분하기 바란다. 만약 아무리 둘러봐도 'Bad pairing' 밖에 없다면 그 이유의 절반은 바로 '자신'에게 있을 수도 있다는 점도 생각해 보기 바란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억지스러운 말이냐고 이야기할 분들이 있을텐데, 찬찬히 생각해 보라. 어떻게 손뼉이 마주치지 않고 혼자 소리를 낼 수 있겠는가?








결혼(結婚)


 마리아주(Mariage)라는 말을 들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영어로는 Marriage, 즉 '결혼' 이라는 뜻이고 마리아주는 불어식 표현이다. 요즘은 불어가 대중적 언어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는 단어이겠지만 그래도 와인을 좀 아는 분들은 한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대충 유추해 봐도 와인이 뭔가와 짝을 이룬다는 것이 아닐까? 맞다. 와인과 음식과의 궁합을 의미하는 것이 마리아주(Mariage) 이다. Mariage는  Marier라는 동사(결혼하다)에서 파생된 명사이다. Mar-이라는 어근은 '결합하다'라는 뜻을 갖고 그 어근에 명사형 어미가 붙어서 Mariage,  즉 '마리아주'가 된 것이다. 


 와인은 어디까지나 '술'이다. 와인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있겠지만 그중 고대에 병사들이 전쟁에서 오염된 식수로 인하여 전염병으로 죽어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물 대신 와인을 보급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역사적인 사실을 들어본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실제로 와인에는 알콜 함량이 적지 않기 때문에 세균을 죽이고 물을 소독하는 효과도 있어서 특별한 의약품이 없었던 당시에는 매우 효과적인 질병 예방책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당시 와인은 엄연한 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한 군수 물자이기도 했던 것이다. 


 실제로 그리스나 로마 시대에는 상당히 도수를 낮게 희석하여 와인을 즐겼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 온 종일 와인을 마실 수 있었을 것이다. 중세가 지나서야 비로서 물로 희석하지 않은 와인을 마셨다고 한다. 그 전엔 희석하지 않은 와인을 마시면 '무식하다'라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한다. 아무튼, 당시에 와인을 희석해서 마셨던 이유는 알콜 도수를 낮추는 효과도 있었고, 특히 와인의 산미를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와인을 물에 희석해서 마시면 와인의 향과 맛을 더 세밀하게 느낄 수가 있다고 한다. 왜 그런지에 대하여 상식선에서 추정해 보면 강한 각종 향신료가 듬뿍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각각의 향신료에 대한 맛을 세밀하게 느끼지 못하는 경우와 비슷할 것 같다. 즉 더 강하고 자극적인 향과 맛이 더 약하고 덜 자극적인 향과 맛을 가려 버린다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와인에도 다양한 향과 맛이 농축되어 있기 때문에 높은 도수의 농축된 상태 그대로 마시게 되면 일부 향과 맛은 느끼기가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물로 희석하게 되면 강한 맛과 향이 약해지면서 그 힘을 일부 잃게 되고 이것은 나머지의 다양한 맛과 향에 대한 억제력도 약화시켜서 결과적으로 강한 맛과 향에 가려져 있던 또 따른 풍부한 향과 맛을 경험 할 수 있게 된다는 논리이다. 물론 나는 물에 섞은 와인을 좋아하지는 않을 것 같다.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하다 라는 말이 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애매한 상황을 뜻한다. 와인에 물을 타면 적어도 내게는 그런 상황이 될 것 같아서 시도하고 싶지는 않다. 오죽하면 맛없는 와인을 먹었을 경우 '그리스식 와인맛이다'라고 하겠는가.   


  와인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광범위하고 깊기 때문에 보통 내공이 아니고는 건드려서는 안되는 주제일 것이다. 그리고 오늘 나의 짧은 지식으로 와인에 대하여 이야기를 한다는 것도 적절치는 않다. 단지 '마리아주'라는 낯익은 단어가 떠올라서 글을 끄적이게 되었다. 




 상승 효과


  마리아주는 의미상 궁합이라고 할 수 있다. 궁합의 영어 표현은 Pairing 이다. 그리고 실제로 와인을 즐기는 사람은 와인과 음식이 잘 맞을 경우 '궁합이 잘 맞는다' 혹은 '페어링이 훌륭하다' 라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레드 와인이든 화이트 와인이든 각 와인에 맞는 음식을 즐길 경우 와인의 맛은 물론 와인과 함께 하는 음식의 맛도 배가되는 경우가 최고의 궁합 혹은 최상의 페어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상황이 되면 궁극적으로 그 와인과 음식은 단독으로 즐겼을 때보다도 더 훌륭한 수준의 품질로 올라가게 된다. 좋은 궁합 혹은 페어링에 따라서 적지 않은 상승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사실 지금 와인을 거론해서 그렇지 모든 술에는 나름대로 합이 맞는 음식(안주 혹은 식사)이 있다. 홍어 삼합이나 파전에는 막걸리가 떠오른다. 부대찌게나 삼겹살을 먹을 때는 소주가 떠오른다. 치킨이나 피자를 먹을 때는 예외없이 맥주가 떠오른다. 물론 와인도 레드일 경우 라면 홍어 삼합도 적합하고, 삼겹살에도 꽤 잘 어울린다. 기름진 치킨이나 피자에도 레드 와인은 잘 어울린다. 개인적으로 술을 꽤 좋아하기 때문에 술이나 안주 이야기를 하면 나도 모르게 신이 난다. 아무튼, 와인이든 소주이든 맥주이든 혹은 막걸리이든 Mariage가 맞는 음식과 함께 즐길 때 그 맛과 정취는 배가 된다. 우리는 그렇게 좋은 음식을 좋은 술과 함께할 때 더 높아진 Synergy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그냥 뱃속에 채워 넣기 위하여 혹은 취하기 위하여 술이나 음식을 아무렇게나 먹는 것 보다는 비록 값싼 막걸리 한 통을 먹을지라도 Mariage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이는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최소의 투입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것과도 완벽하게 동일한 메커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왕 먹는 것 더 맛있게 먹자는 말이다.


 반면, 술에 어울리지 않는 음식을 매칭할 경우엔 술 맛도 떨어지고 음식 맛도 동시에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매운 짬뽕하고 레드 와인을 마신다고 생각해 보라. 짬뽕이 상당히 자극적인 음식이기 때문에 혀의 감각을 마비시킬 것이고, 그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레드 와인을 입에 밀어 넣어도 그 와인이 가지고 있는 향과 맛은 거의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상황을 경험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완벽한 불협화음과 다를 바 없다. 이렇게 전혀 Mariage가 맞지 않는 최악의 조합으로 술과 음식을 즐기는 것은 좀 과장하여 말하면 둘 다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그냥 내 생각임을 이해 바란다. 

  



Teamwork  


 워낙 오랜 기간 동안 조직 생활을 해서 인지 와인의 Mariage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소재목까지 떠오르게 되었다. Mariage를 Teamwork 이라고 표현했는데 꽤 적절한 것 같다. Teamwork이 이루어져야 Synergy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나는 조직 생활을 하는 동안 선후배간에 Mariage가 꽤 좋았다고 자평하는 편이다. 말년에 일부 Pairing 이 고약하게 꼬인 점이 좀 '거시기'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대부분의 회사 동료 선후배들과 상당히 만족스러운 Mariage를 경험하면서 나의 회사 생활을 보냈다. 운좋게 너무도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기도 했고, 나 역시 좋은 Pairing의 대상이 되기 위하여 나름 노력을 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내가 겪은 일부 고약한 Pairing은 정도가 꽤 심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좋게 생각해서 만약 그들 마저 없었다면 나의 회사 생활은 너무 과하게 완벽했을 것이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하지 않는가? 내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신이 내린 '더 큰 화를 피하게 하기 위하여 자비로 배푼 불가피한 액땜'으로 생각한다. 만약 당신 주변에 그런 Bad pairing이 있다면 그 혹은 그녀는 분명 당신의 더 큰 불행을 막아줄 일종의 액땜이나 부적 혹은 '신의 선물'일 것이다. 


 아무튼 나는 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과 멋진 Mariage를 이루어 내면서 다양한 성과도 냈고, 좋은 경험도 많이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그렇다고 증빙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니 생략하겠다. 그냥 단순하게 50대 후반에 이른 지금까지 비교적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유지하고 있고, 머리에 떠오르는 사람들(사회에서 만난)의 거의 대부분이 좋은 사람들 뿐이라면 꽤 그럴듯한 설명이 되지 않을까?


 물론 이야기했듯이 나쁜 pairing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도 그들의 삶의 방식에 따라서 열심히 산 것인데 그게 나의 가치관과 너무 맞지 않았을 뿐이지 결코 흉악한 악의만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흉악한 악의만' 이라고 표현한 것은 아주 미미할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악의도 있었을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그리고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만약 내게 'Bad pairing들'이 있었다면 반대로 나도 그들에게는 'Bad pairing'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하면 나도 책임이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아직 한참 사회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신과 함께하면서 Synergy를 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완벽한 Pairing 혹은 멋진 Mariage를 서둘러서 구분하기 바란다. 만약 아무리 둘러봐도 'Bad pairing' 밖에 없다면 그 이유의 절반은 바로 '자신'에게 있을 수도 있다는 점도 생각해 보기 바란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억지스러운 말이냐고 이야기할 분들이 있을텐데, 찬찬히 생각해 보라. 어떻게 손뼉이 마주치지 않고 혼자 소리를 낼 수 있겠는가?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단언건테 당신에게 '궁합이 맞지 않는 bad pairing'이 많다면 당신 자신부터 돌아봐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반성만 하고 고개를 숙이라는 것은 아니다. 결과에 책임을 질 수 있다면 강하게 주관을 밀고 나가도 좋다. 어떤 것이든 대가를 치룰 준비만 되어 있다면 말이다. 서너번 깊게 생각해도 계속 그렇게 해야겠다는 '자신의 가치관에 따른 명확한 결론'이 나면 후회 없이 밀고 나가면 된다. 그때 당신은 일부 사람들에게 Bad Pairing 이 될 수도 있지만 그걸 감내하고 책임을 지면 된다. 온 세상 사람들과 어떻게 다 잘 어울릴 수 있겠는가? 현명하게 판단하고 실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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