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내맡김 속 대화

내면아이와 대화하기

by 호이 HOY


#바다에서 떠오른 기억

나는 바다만 들어가면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도 바다에 몸을 던지자, 오래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바다에서 죽은 적이 있었다.


부산에 사는 언니에게 조용한 바다를 보고 싶다고 하자

추천받은 곳이 영도섬의 85 (75) 광장이었다.

발길 닿는 대로 해변 숲길을 걸었다.


그렇게 도착한 해변.

텐트 아래 너저분하게 버려진 쓰레기,

반쯤 찌그러진 맥주캔이 보였다.

이상하게 마음이 침침해졌다.

애통한 감정이 슬며시 밀려왔다.


여러 텐트를 지나 바닷가에 섰다.

신발을 벗고, 빨려들 듯 발을 담갔다.

그러나 몸이 더 깊이 들어가길 거부했다.

바닥은 따가웠고, 태양은 뜨거웠다.


“목까지만 담그자.”

용기를 내어 들어갔다.

피부가 치유되고, 나의 죄가 씻겨 내려가기를 바라며.


그런데 여전히 숨은 가빴고, 목까지 답답함이 올라왔다.

잠깐 몸을 적시고 나오는데,

방송이 흘러나왔다.


“사망 위험이 많은 지역입니다.

꼭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수영하세요.”


그 순간, 기억이 번쩍 되살아났다.



나는 이곳에서 죽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청년과 함께였다.


늦은 밤, 우리는 티격태격했다.

화를 이기지 못한 그의 몸짓에

나는 바다로 풍덩 빠졌다.


허우적대며 “살려 달라”라고 소리쳤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맥주캔을 들고 있었다.


그렇게 점잖고 부드럽던 그의 얼굴 위로

칼날 같은 눈빛이 겹쳤다.

낄낄 웃는 소리까지.


그제야 알았다.

왜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음침함과 애통함을 느꼈는지.

왜 찌그러진 맥주캔에 마음이 아렸는지.

왜 수많은 바다 중 이곳으로 이끌렸는지.


이곳에는 내가 청산해야 할 에너지가 남아 있었다.



나는 하나님께 물었다.


“이 기억을 통해 제가 배워야 하는 레슨은 무엇인가요?

저의 죄를 보게 하시고, 저를 연서하시며,

그 또한 용서해 주세요.”



그와 나는 연인이었다.

내가 먼저 호감을 표시했고, 관계를 시작하자 했다.

그러나 정작 나는 그를 책임감 있게 돌보지 않았다.


그는 늘 말했다.

“넌 다른 사람 얘기만 하고, 나에겐 관심이 없어.”

나는 다른 남사친 얘기를 자주 했다.


사실은 그를 많이 좋아했다.

자세히 관찰했고, 궁금한 것도 많았다.

그러나 감정을 들키면 떠날까 두려워

사랑한다는 말을 빙빙 피해 갔다.



그는 어릴 적 부모님의 사랑 결핍으로

한 사람에게 받는 사랑에 집착이 큰 사람이었다.

마음을 쉽게 열지 않았지만,

내가 흘리는 마음에 관계를 시작했다.


그런데 계속 다른 남자 이야기만 하는 나.

그는 질투와 답답함, 화가 뒤섞였다.

책임감 없는 나의 모습이 못마땅했다.


홧김에 나를 밀쳤고, 나는 물에 빠졌다.

구해야 했지만, 늦은 밤 거센 파도에

그 역시 두려웠다.

결국 두 명이 죽는 것보다 한 명만…

그는 그렇게 판단했다.

내 소리가 잦아들 즈음,

남은 맥주를 마시고 자리를 떴다.



해변에 서서, 그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결국, 우리의 관계를 삼킨 것은 두려움이었다.


“떠나면 어떡하지?”

“사랑받지 못하면 어떡하지?”


그 두려움 때문에

서로를 깊이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이 레슨을 통해 배웠다.

• 거절이 두려워 감정을 왜곡해 표현하지 말 것.

• 사랑을 시작했다면, 책임감이 따라야 한다는 것.


그렇게 내 안의 두려움의 죄를 용서해 달라 기도했다.

오늘 바다에 몸을 담그며,

서로에게 지은 죄가 전환되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가 죽음의 죄책감과

집착의 마음을 내려놓기를,

무한한 사랑을 누리기를 기도했다.


그렇게 집착을 놓아주었다.







#완전히 내맡김

나의 직관을 사용해

나를 이끌어 달라 기도하며 한 발 한 발 내디뎠다.

내가 가야 할 곳에 가게 하시고,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게 하소서.


그렇게 물었다.

“왼쪽으로 갈까요? 오른쪽으로 갈까요?”

수만 번 되묻고, 그의 뜻을 따랐다.


그러다 도착한 곳은 더샵 아파트 단지.

혹시… 그 청년을 만나려나?

하지만 내 앞에 서 있던 건 한 청년도 아닌,

벤치 옆에 서 있는 불빛이었다.


그 불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내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그렇게 대화가 시작되었다.


“깨달은 자여, 당신은 왜 여기 있나요?”

불빛이 말했다.

“어두운 밤에도 불을 밝혀 주려고.

사람들이 넘어지지 않게.”


내가 물었다.

“근데 왜 하필 여기예요?”

불빛은 옆에 있는 한 그루의 나무를 바라보았다.


“이 친구 때문에.”


“이 친구가 누구길래?

어디든 갈 수 있는 그대가,

이 작고 답답한 곳에 갇혀 살고 있는 건데요?”


**“훌륭한 친구지.

그 친구를 밝혀 주고 싶어서 여기 있어.

그 친구를 봐.

사람들이 무엇이 필요한지 세심하게 관찰하고,

자연이 어떻게 운행되는지도 다 알고 있지.

자기가 어떻게 도움 줄 수 있는지만 생각하고,

그렇게 행하는 아이잖아.


그 조건 없는 사랑이 너무 아름다워서.

저녁이 되어도 사람들이

그녀의 아름다움을 잊지 않고 보았으면 해서.

그래서 그녀 곁에, 이렇게 빛을 밝히고 있는 거야.”**


그렇게 활짝 웃으며 빛나는 램프 요정님.


아, 이제는 물건도 말을 거네…

울 마미와 데디가 알면, 소설 쓰다 하시겠다.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온 마음을 담아,

호이

25.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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