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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Jan 28. 2023

공무원 과장 모시는 날, 진짜야?

MZ세대가 공직을 떠나는 '진짜' 이유

 얼마 전, 사기업에 다니고 있는 대학교 동창 녀석한테서 뜬금없는 카톡이 하나 왔다.


 "야 공무원들 평소에 '과장 모시는 날'이라는 게 있어? 그거 진짜야?"


 그러고는 그 친구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공직 사회의 '과장 모시는 날'과 관련된 인터넷 신문 기사 몇 개를 연달아 내게 전송했다. 마치 '아직도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이 있어?'와 같은 질문의 뉘앙스였다.


 그 친구의 놀란 반응이 무색하게도, 여전히 공직 사회에는 '과장 모시는 날'이라는 문화가 버젓이 존재한다. 과장 모시는 날뿐이랴, 국장 모시는 날, 부구청장(부시장) 모시는 날까지 대놓고 존재한다.


 1980년대 이야기가 아니다. 자동차가 운전자 없이 도로를 주행하고, 마음만 먹으면 저 멀리 달나라 여행을 다녀올 수도 있는, 2023년 현재의 이야기다.


 '과장 모시는 날'의 개념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매달 각 과의 서무는 주무과의 서무인 국서무가 내려주는 '부구청장&국장 모시는 날' 스케줄에 따라 각 팀별 '과장 모시는 날' 스케줄을 짜서 각 팀에 하달한다. 보통 한 과에 팀이 3~4개쯤 되니, 일반적인 부서의 경우 한 달에 한 주 정도씩은 과장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게 되는 셈이다.


 과장이 메뉴를 정하면, 팀 막내는 식당을 예약한다. 12시가 되면 팀장을 비롯한 팀원들이 과장을 '모시고' 예약된 식당으로 다 같이 이동한다. 그곳에서 식사를 하고, 식사 비용을 갹출해서 내거나 해당 팀의 팀비로 지출한다. 이것이 일반적인 공무원 조직의 과장 모시는 날이다.


 여러분도 읽으면서 갸웃했겠지만, 과장 모시는 날에는 못해도 크게 두 가지의 권리 침해 요소가 대놓고 존재한다.


 첫째는 하루 근무 시간에 포함되지 않는 휴게 시간인 점심 시간을 본인들의 허락도 없이 강제로 제한한다는 것이며, 둘째는 강제로 어쩔 수 없이 과장과 함께 식사를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해당 식사에 대한 회사의 식사비 지원은 전무하고, '눈치껏' 직원들이 알아서 식사비 계산을 해야한다는 점이다.


 가령 과장이 비싼 음식을 좋아해서 매번 장어탕이나 소불고기, 초밥 같은 음식만 먹게 되면 팀원들이 갹출해서 낸다고 했을 때 점심값으로만 한 사람당 최소 2만 원에서 최대 3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매일 같이 지출해야 한다. 단순 계산으로 9급 신규 공무원의 하루 일당이 10만 원정도 된다고 하면, 하루 버는 금액의 1/3을 점심 값으로 '내 의지와 상관 없이' 지출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과장의 취향에 따라 후식으로 '센스 있게' 먹어야 하는 '커피 값'과 더불어, 점심 식사 내내 과장, 팀장의 끝을 모르는 '라떼 연발'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고 있어야 하는 괴로움은 덤이다.


 쓰면 쓸수록, 생각하면 할수록, 2023년에 이런 악폐습이 아직도 존속하고 있다는 게 도저히 믿겨지지가 않는다. 아니 진짜 어떻게 아직도 이런 게 공무원 사회에 존재하고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최근 공직 사회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젊은 공무원들은 앞으로 자신들이 국가로부터 받을 월급이 결코 많지 않을 것이란 걸 이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상태로 이곳에 들어온다. 또 몇 년 전과는 다르게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와 인터넷 기사들로 인해 공무원들의 업무 강도가 사기업에 비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도 요즘 신규 공무원들은 웬만해선 다 알고 들어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직에 들어온 젊은이들이 채 1년을 채우지 못한 채, 단 시간의 경험만으로 공직에 학을 떼고 다른 길을 찾아 떠난다는 것은 분명 이 조직에 말로는 할 수 없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존재한다는 뜻일 것이다.


 나는 그 치명적인 문제점이 다름 아닌 이런 '과장 모시는 날'과 같이 끝을 모른 채 아직까지도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이 공무원 조직 특유의 '꼰대 문화'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다. 시대착오적인 것을 넘어 이건 그냥 '틀린 것'이다.


 직위는 높은 데 같이 식사할 사람이 없어서 찡찡대기만 하는 국, 과장들의 그 알량한 '체면'이, 앞으로 공직 사회를 이끌어갈 젊은 공무원들의 창창한 '미래'보다 훨씬 더 중요한 가치라고 할 수 있을까?


 열심히 공부해서 합격한 공무원이지만, 이젠 사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적어도 그들에게 '진짜 과장 모시는 날이 있어?' 혹은 '진짜 수습 기간 해제 되면 직원들한테 떡을 돌려?'와 같은 대답하기도 민망한 그런 질문들은 더이상 받고 싶지 않을 뿐이다.


 정말 공직 사회의 발전을 위하는 사람들이 이 조직 안에 존재한다면, 진정으로 우리 공직 사회를 위해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이 글을 읽고 제발 꼭 한 번쯤은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MBC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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