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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Feb 04. 2023

공무원 마라토너, 보스턴 마라톤을 우승하다

평범함 속에서 자라나는 비범함

 2018년 4월 17일. 제122회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 우승자는 왜소한 체구의 일본인이었다.


 그의 이름은 '가와우치 유키(川内優輝)'. 케냐,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국적의 선수들에 밀려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국적의 선수들이 세계 대회에서 힘을 쓰지 못한 지 오래였기에 그의 우승은 당시 전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일본인 기준으로는 1987년 세코 도시히코 이후 31년 만, 아시아인 기준으로도 2001년 이봉주 이후 17년 만의 보스턴 마라톤 우승이었다.


 그런데 다른 이들의 우승에 비해 그의 우승이 전세계적으로 유독 주목을 받은 데에는 또다른 한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그가 전문 프로 마라톤 선수가 아닌 일반인, 그것도 공무원 신분의 아마추어 마라토너였다는 사실 때문이다.


 일본 사이타마현의 한 고등학교 행정실에서 정규직 공무원으로 일하던 그는 놀랍게도 그 어떤 후원도 받지 않는 완전한 일반인의 신분으로 전세계의 내로라하는 엘리트 선수들이 모두 참가하는 보스턴 마라톤에서 당당히 우승 트로피를 거머 쥐었다.


 아무리 고등학교 시절까지 전문 육상 선수로 훈련을 했던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일반적인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주 40시간의 근무를, 그것도 활동성이라고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학교 행정실의 사무일을 하면서도 짬짬이 시간을 내 훈련을 해 무려 보스턴 마라톤 대회라는 전세계적인 대회의 우승자가 되었다니.


 영화나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을 그는 지치지 않는 노력 끝에 끝내 현실로 이루어냈다.


사진 출처: EPA연합뉴스


 그는 우승 후 가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다.


 자신이 만약 답답하고 획일화된 일본의 엘리트 선수 육성 시스템 아래서 기업의 후원을 받으며 정해진 스케줄에 맞춰 억지로 훈련해 왔더라면 결코 지금과 같은 성적을 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자신은 엘리트 선수가 아닌 아마추어로서 자신이 뛰고 싶을 때 뛰고, 뛰고 싶지 않으면 억지로 뛰지 않았기 때문에 그 결과 지금의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이라고.


 어쩌면 그에게 '공무원'이라는 신분은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시간을 빼앗는 족쇄가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현실에 구애 받지 않고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든든한 안전벨트로 느껴졌을 지도 모르겠다.


사진 출처: 로이터 연합뉴스


 특별한 고민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신나고 재미있는 일이 없어서인지 요즘 들어 공무원이란 내 신분이 참으로 짐스럽고 답답하다는 생각 많이 했다.


 매일 잠들기 전이면, '공무원만 아니었다면 나는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지 않았을까?' 혹은 '공무원만 아니었다면 나는 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의미없는 고민에 뒤척이며 잠 못 이루기 일쑤였다.


 일과 삶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선택한 길이었지만 어쩌다보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쳐 버린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오늘 소개한 가와우치 유키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니 모두 핑계라는 생각이 든다.


 행동은 하지 않고 툴툴 대기만 하는 나와는 달리 저 사람은 퇴근 후의 시간을 쪼개고 쪼개 단순히 마라토너의 꿈을 이룬 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모든 마라토너들의 최종 목표라는 보스턴 마라톤 대회의 우승까지 거머 쥐었다.


 교육행정직 공무원이라는 점, 마라톤을 좋아한다는 점, 30대 초반의 나이라는 점 등등 2018년 보스턴 마라톤을 우승할 때의 가와우치 유키의 상황과 2023년 나의 상황은 여러모로 많은 부분 닮아 있다.


 유일한 차이라면 아마도 가와우치 유키란 사람과 나란 사람 그 자체의 차이뿐일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상황만을 탓하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그 상황 속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신이 가진 재능과 끈기를 이용해 공무원이라는 신분을 멍에가 아닌 멋진 훈장으로 만든 가와우치 유키처럼 나도 공무원이라서 실패한 사람이 아닌, 공무원이라서 성공한 사람으로 반드시 거듭나고 싶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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