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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Feb 10. 2023

매일 야근하는 공무원의 남편으로 사는 것

내가 사랑하는 이의 아픔

 와이프가 현재 부서로 발령난 지 이제 만으로 3개월이 되었다. 그 사이 와이프가 한 초과근무의 총합은 약 110시간.


 결혼 준비 및 신혼 여행 등으로 인해 11월 한 달 간은 야근을 거의 하지 않았던 것을 고려하면 12, 1월 단 두 달동안 100시간 이상의 야근을 한 것이다.


 화가 나고 안타깝고 분통한 것을 떠나 일단 사람이 저만큼의 야근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매번 놀랍다.


 그리고 그 110시간 야근의 대가가 고작 100만원 남짓의 푼돈이란 사실은 더더욱 놀랍기만 하다.


 와이프는 현재 40명이 넘는 구청 부서에서 두 사람이 해야할 분량의 일을 하고 있다.


 낯선 부서에 새로이 발령이 나면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라 하더라도 한 사람만큼의 일을 습득하는 데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소모되는 법인데, 이제 겨우 5년차인 와이프는 그 두 배, 세 배의 에너지를 쏟고 있다.


 매일매일이 위기라고 한다. 매일매일이 고비라고 한다. 밤 11시가 넘어서 초췌해진 얼굴로 들어오는 것을 보면 정말 가슴이 찢어진다. 당장이라도 사무실에 찾아가 모든 걸 뒤집어 놓고 싶은 심정이다.


 와이프에게 자신있게 그만두라고 말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참 초라하고 부끄럽다. 공무원을 평생 직업으로 선택한 나와 와이프의 선택이 참으로 원망스럽다.


 행복을 위한 수단으로 직장을 다니는 것인데, 아이러닉 하게도 젊은 날의 우리는 켜켜이 쌓인 피로와 불안감에 하루하루 초췌해져만 간다.


 대체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


 본말이 전도 되어도 한참은 전도 되었다.


 내가 힘든 것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아무래도 전혀 다른 종류의 고통인 것 같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고통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아직까지도 쉬이 갈피를 못잡겠다.


 6시가 되면 기다렸다는듯이 퇴근을 하고, 주말이 되면 아침 늦게까지 늘어지게 늦잠을 자는 그런 날을 다시 마주할 수 있을까.


 잠이 오지 않는 밤이다.


 * 배경 출처: Tvn 드라마 <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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