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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Feb 21. 2023

공무원조차 아이를 낳지 않는다

저출산의 늪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 상황을 넘어 회복 불능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른 2021년의 전국 합계 출산율0.81명. 이중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의 합계 출산율0.62명이다.


 몇 년 전부터 나는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에 대해 꽤나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저출산 상황이 지속 되면 은퇴 후 내가 정당하게 받아야할 공무원 연금을 기금 고갈로 인해 수령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공무원 연금 수령은 고사하고 내가 태어나고 자라온 이 대한민국이 정말로 '소멸'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까지 든다.


 어쩌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이 지경까지 곤두박질 치게 된 것일까.


출처: KOSIS(통계청, 인구동향조사)


 요 몇 년간 저출산 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언론에서 그래도 '희망적이라고' 언급 되던 수치가 바로 이 '세종특별자치시의 합계 출산율'이다.


 전국 합계 출산율이 0명대를 향해 곤두박질 치던 와중에도 정부청사 이전에 따른 공무원들의 세종시 이주로 인해 2015년엔 합계 출산율 1.89명을 기록하는 등 오히려 합계 출산율이 오르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론에선 늘 저출산 대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세종시의 사례를 들어가며 세종시의 공무원들이 많은 자녀를 낳듯 일반적인 사람들 역시 주거 환경과 고용 안정이 보장 되기만 한다면 충분히 많은 자녀를 낳을 수 있다는 식의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곤 했었다.


 그런데 그 세종특별자치시의 합계 출산율마저도 이젠 2017년 1.67명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2018년 1.57명, 2019년 1.47명, 2020년 1.28명, 2021년 1.28명 등 기약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전국의 합계 출산율이 2017년 1.05명에서 2021년 0.81명으로 0.24명 가량 떨어진 사이, 세종시의 합계 출산율은 2017년 1.67명에서 2021년 1.28명으로 0.39명 가량 떨어졌으니 하락폭으로 보면 오히려 전국 평균보다도 더 빠른 감소 속도다.


 받아들이기 쉽지 않지만, 이제는 정말 '공무원조차도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가 되어 버린 것이다.


출처: KOSIS(통계청, 인구동향조사)


 그런데 막상 공무원 조직에서 공무원 부부로 살아가다 보니 갈수록 아이를 안 낳는 게 어쩌면 당연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일단 아이를 가지려면 남자든 여자든 몸도 마음도 편안한 상태가 되어야 하는데, 결혼 적령기인 하위직 공무원들의 업무 강도가 너무나도 심각하다.


 대부분의 7급 이하 공무원들이 본인이 가지고 있는 업무 처리 능력에 비해 늘 그 이상의 일을 처리하고 있으니, 하루하루 자기 앞가림 하기에도 바쁜 상황에 내 관심과 돌봄이 필요한 존재를 내 삶으로 새롭게 맞이하는 것이 '굉장한 사치'처럼 느껴진다.


 그러다 보니 결혼과 출산은 점점 '인생의 뒷 순위'로 밀려나게 되고, 혹여나 결혼을 해 출산을 하게 되어도 겨우 한 명을 낳는데 그치는 것이다.


 문제는 아이를 낳은 이후에도 이어진다. 공무원의 육아휴직은 자녀 1명당 최대 3년으로 정해져 있지만 이 중 육아휴직 수당이 나오는 것은 최초 1년뿐이다. 나머지 2년동안은 수당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최초 1년동안에도 급여 전부가 나오는 것이 아니며, 최대 150만 원으로 기존에 받던 월급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적은 액수만이 수당으로 들어온다.


 이 마저도 85%만 지급되다가 나중에 복직 후 6개월이 지나야 나머지 15%를 일괄로 지급하니, 만약 부부 중 한 명이라도 육아휴직을 사용하게 되면 당장 아기 하나 키우는 데에도 턱없이 돈이 모자라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육아휴직 후 복직한 직원을 천덕꾸러기 취급 하며 기피 부서로 보내 버리는 것과 동시에 휴직 한 번으로 까마득한 후배들에게 차곡차곡 쌓아놨던 승진 순위를 하루 아침에 역전 당하는 것은 덤이다.


 물론 최근 들어 휴직자에게 지급 하는 육아수당 액수를 늘리고 최초 1년 이후의 휴직 기간도 경우에 따라 재직 기간에 산입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도 자녀가 있는 공무원들의 처우 개선에 힘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육아 휴직자 및 자녀가 있는 공무원을 '조직에 해가 되는 사람'으로 보는 시선과 더불어 아이를 낳고 키워야 하는 하위직 공무원들에 대한 '업무 몰아주기 문화'가 해결 되지 않는 이상 날이 갈수록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는 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 아닐까 싶다.


 실효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허울뿐인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젊은 공무원들의 삶과 행복을 갈아 넣는 것과, 반대로 젊은 공무원들이 걱정 없이 자녀를 낳을 수 있는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두 가지 중 우리나라의 미래에 정말로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직장 생활도 하면서 아이도 키우는 것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 되는 공직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국가기록원/인구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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