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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일 부러운 것

서른둘 교행의 푸념

by 옹기종기


얼마전 국가직 9급 시험 리뷰를 하기 위해 여자친구와 함께 도서관에 갔을 때, 오랜만에 눈 앞에 펼쳐지는 도서관 열람실의 풍경을 보면서 나는 생전 처음 마주하는 오묘한 감정을 느꼈다.


몇 년 전 첫번째 일행직 시험에 붙고 나서 도서관에 갔을 때의 나는 공부하는 취준생들을 바라보며 '에효~ 너네는 아직도 공부중이구나... 나는 이미 합격해서 진작에 탈출했는데...^^' 라는 생각을 했었다. 값싼 우월감에 잔뜩 도취된 상태였다.


그런데 이번에 두번째 교행직 시험이 끝난 후 도서관에 가서 나보다 5,6살씩 어린 취준생들의 모습을 보니, 이번엔 참으로 '부럽다'라는 생각이 드는게 아닌가. 단순히 '공부할 때가 편하지..발령나봐라..^^'라는 식의 부러움이 아니라, 자신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열중하는 그 모습에서 조금 더 나이든 사람으로서 느끼는 본능적인 부러움이 들었던 것 같다. 아마도 그들의 모습에서 '젊음''가능성'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그 중에서 유독 부러움이 느껴지는 친구들은 노무사, 세무사 ,회계사 등 소위 '전문직' 공부를 하는 친구들이었다. 내가 저 나이 때로 돌아가도 저렇게 어렵고 오래 걸리는 시험을 준비할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20대의 나는 너무 실패를 두려워한 나머지 너무 안전한 길만 택했고, 그 결과 지금 진로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이렇게 매일밤 고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그들의 도전이 비록 실패로 끝날지라도 그 몰입의 결과로 얻는 단단함과 후련함이 참으로 부럽고 부러웠다.


이제 나는 어느덧 대학을 졸업한지 6년이 지났고, 조만간 결혼을 하고 한 아이의 부모가 될 사람이 되었다. 이제 어디를 가도 나를 '학생'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매일 주말만을 바라보며 재미없는 일을 처리하는 '직장인' 그 자체가 된 것이다. 눈깜짝할 사이에 무한했던 가능성이 점점 좁아지는 것도 모르고 인생의 찬란한 한 시기를 지나쳐왔다.


물론 그 사이 많은 걸 얻었을 것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지금의 내 여자친구, 삶의 안정감, 많은 우여곡절 끝에 얻은 나에 대한 깨달음 등등...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은 내 마음 한 켠에 영원히 남아 있다.


다시 5,6년이 지난 후의 내가 지금의 내 모습을 부러워하고 후회하지 않도록 다가올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감사히 살아가야겠다...ㅎ


2022. 4. 8.(금) 발령 후 첫 휴가를 쓴 날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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