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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May 13. 2023

학벌 좋은 공무원은 승진도 빨리 할까?

공직 사회에서의 학벌의 영향력

 지금은 좀 사그라 들었지만, 내가 졸업반이던 2015,2016년 시절에는 공무원 열풍이 정말 어마어마했었다.


 당시 꽤 많은 명문대 학생들이 대기업 입사 준비 대신 7급 시험에 뛰어들었고, 그중 몇몇은 오랜 수험 기간에 지쳐 9급 시험에 만족하고 9급 공무원으로 입직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동기들 중에 학벌 좋은 친구들이 꽤 있었다. 지금 당장 머릿 속에 떠오른 SKY 출신 동기들만 다섯 명이 훌쩍 넘는다.


 공시생 시절엔 그런 궁금증이 있었다.


 '대기업 직장인들이나 전문직들은 직장 생활을 하는 내내 출신 대학이 꼬리표처럼 계속 따라다닌다고 하던데, 공무원도 마찬가지일까? 학벌 좋은 공무원이 진급도 더 빨리 할까?'


 기껏 고등학교 때 열심히 공부하고, 비싼 등록금 내고 4년동안 대학 다닌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왠지 좋은 대학을 나온 친구들은 주요 부서에 가거나 승진에서 조금은 이득을 봐야 하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공무원 사회에서 좋은 학벌에 대한 메리트는 거의 없다.


 서울대를 나온 사람도 동사무소 민원대에서 등본과 인감을 발급하고, 고등학교만 나온 사람도 재무과나 기조실에서 수십 억짜리 예산을 좌지우지한다.


승진에서도 마찬가지다. 승진자를 선정할 때 그 사람의 학벌은 전혀 고려 요소에 들어가지 않는다. 승진 무렵에 주요 부서에 있었냐 없었느냐로 고과를 매기고, 고과에 따라 승진 순위가 결정된다.


 다시 말해, 공무원 조직에서는 입직한 직후 과거의 모든 경력이나 학력이 리셋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마치 군대와 비슷하다. 몇 살이고, 사회에서 뭘 하다 왔고, 어떤 대학을 나왔고와는 상관없이 신규 공무원으로 입직하는 순간, 우리는 똑같은 까까머리 이등병이 된다.


 그래서 그런지 서울대나 연세대, 고려대 같이 아주 좋은 대학을 나온 분들은 자신들의 생각과는 조금 다른 조직 분위기에 금세 소위 '현타'를 느끼고 공직 사회 안에서 겉돌거나 혹은 다른 길을 찾아 공직 사회를 떠나는 경우가 꽤 많은 것 같다.


 부차적인 이야기지만, 사실 공무원 사회에서 승진에 영향을 주는 것은 대학 학벌이 아닌 '고등학교 학벌(?)'이다.


 지자체 특성상 해당 지자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고등학교를 나온 직원들끼리는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고 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서울의 경우 정도가 좀 덜하고 지방으로 갈수록 정도가 심해진다.


 그들만의 '○○고 모임'이 있고, 구청장도 ○○고, 부구청장도 ○○고, 국과장들도 ○○고 이런 식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윗사람들도 자신들과 같은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신규 직원들을 더 예뻐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지역의 핵심 고등학교를 나온 친구들은 다른 일반적인 고등학교를 나온 동기들보다 유의미하게 진급 속도가 빠르다.


 만약 자신의 학벌을 이용해 공무원 조직에서도 좀 잘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는 분들이라면, 대학 학벌이 아닌 '고등학교 학벌(?)'을 이용해 자신이 나온 고등학교가 소재한 지역의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시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 드린다.


 적어도 공무원 조직에서만큼은 서울대 학벌보다도 '○○고 학벌'이 훨씬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SBS 드라마 <수상한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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