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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May 25. 2023

날 괴롭힌 직장 동료에게 감사한 이유

하기 싫은 것을 참아야 어른이 된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별다른 이유없이 상대방에게 화가 날 때가 있다. 분명 저 사람 말이 틀리거나 잘못된 것은 없는데, 그 사람과 꼭 대화를 하고 나면 머릿 속 저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불쾌감이 치밀어 오른다.


 물론 명확한 이유가 없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대놓고 뭐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그래서 더 열이 뻗친다. 그렇게 몇 번의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우리는 결국 그 사람을 '이유 없이' 싫어하게 된다.


 그러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 다른 사람들에게 그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될 일이 있으면,


 "아 그 사람... 일도 잘하고 괜찮긴한데... 아 몰라 그냥 나랑 좀 안맞았어."


 라고 얼버무려 이야기하게 된다. 저 말은 즉, 상대방을 '정말' 싫어한다는 표현과 다르지 않다. 특별한 사건이 없었는데도 상대방에게 안좋은 감정이 있다면 그건 얼마나 깊은 반감이 내재 되어 있다는 것인가.


 그러고 보면 직장은 참 신기한 형태의 집단이다. 전혀 다른 환경의 사람들이 오로지 '일'이라는 목적으로 하루종일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낸다.


 성별과 연령, 능력, 취향, 가족관계, 경제적 상황까지 모든 것이 다른 사람들이 좁은 사무실에 팀이라는 이름을 달고 모여 있다. 아무리 정상적인 사람들끼리 모아놔도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물며 괜히 직장 스트레스의 90%는 인간관계에서 온다는 설문조사가 있겠는가. 직장은 곧 하루종일 '불편한 인간관계'를 버티는 훈련을 하는 곳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직장에서 표정관리를 배우고, 인사치레를 배우며, 싫어하는 사람과 화목하게 지내는 법을 배운다. 남 눈치 안보고 편하게 사는 사람들은 평생 배울 수가 없는 것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난 가끔은 직장이라는 곳에서 날 괴롭혔던 동료 직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느낀다. 웬만한 어리광은 다 받아주시던 부모님의 보살핌 아래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살아가다가, 웬만한 부조리함은 다 참아내야 하는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5년 가까이 버티다보니, 새삼 내 주변에 있는 부모님, 아내, 친구들이 얼마나 멋지고 똑똑하고 합리적인 사람들인지를 매일 같이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직장에서 두꺼운 가면을 쓴 채,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과 뒤엉켜 살지 않았으면, 언제 부모님의 사랑아내의 헌신친구들의 너그러움에 대해 떠올려 볼 기회가 있었겠는가.


 그래서 직장은 참 끔찍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 삶에 감사하게 만드는, 참으로 오묘한 곳이다. 그래서 어른이 되려면 반드시 직장생활을 한번쯤은 해봐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직장생활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분들이여. 지금 여러분이 버티고 있는 그 시간들이 너무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운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직장에서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이 시간들을, 마치 석가모니 보리수나무 아래서 깨달음을 얻기까지 6년의 고행을 했어야 했듯, 여러분의 인생에 반드시 필요한 '고행의 순간'이라 생각해보면 어떨까.


 그럼 여러분 옆에서 여러분을 괴롭게 하는 저 사람들이 한순간 여러분을 위한 준비된 스승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지독한 고행의 끝엔 반드시 깨달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나를 포함한 전국의 모든 직장인분들이여! 오늘 하루도 화이팅이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Tvn 드라마 <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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