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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May 26. 2023

직장 동료를 내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면

세상엔 무조건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없다

 직장생활의 가장 큰 단점은 내가 함께 일하고 싶은 직원을 마음대로 고를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신규급 직원일 때 더더욱 그렇다. 관리자급이 되거나 어느정도 짬밥을 먹은 상태가 되면 자신의 취향에 맞게 팀원을 구성하거나 자신과 잘 맞는 팀을 찾아갈 수도 있지만, 아무런 힘도 없는 신규급 직원일 때는 인사 부서에서 발령을 내는 대로 그곳에 가 부딪히고 깨져가며 자신과 다른 성향의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야 한다.


 나 역시도 나와 성향이 완전히 다른 사람들 사이에 껴서 고군분투했던 적이 여러번이다.


 개중에는 내게 대놓고 적대감을 드러낸 사람도 있었고, 은근히 주변에다 내 안좋은 소리를 하고 다니며 내 이미지를 깎아 내린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난 나와 성향이 맞지 않아 나를 싫어하고 심지어 괴롭히기까지 하던 그들에게 밖에서처럼 내 사나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다 드러낼 수는 없었다.


 어디까지나 나와 그들은 앞으로 적어도 1년 이상을 함께 동고동락해야할 '직장 동료' 사이였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신규 직원이었던 나는 아무리 부조리한 일을 겪어도 언제나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가끔 이런 생각도 든다. 과연 내가 지금 너무나도 좋아하고 존중하는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과 내 의지대로 같이 일을 하게 될 수 있다면, 나는 그들과 지금처럼 똑같이 잘 지낼 수 있을까? 오히려 그들의 몰랐던 모습을 발견하고 그들과의 관계가 더 멀어지는 것은 아닐까? 자신있게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흔히들 연애와 결혼은 다른 문제라는 이야기를 한다. 아마도 연애 시기에는 서로 원할 때만 만나서 서로 원하는 것만 하면 되니 '일할 때'의 서로의 모습을 볼 일이 없어서 마냥 좋을 수밖에 없다는 뜻일 것이다.


 반면 결혼을 하고 한집에 살기 시작하면 잡다한 집안일부터 시작해서 각종 경조사를 챙기는 일까지 함께 감당해야할 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모습에 실망을 느끼고 '연애할 땐 안그랬는데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는 직장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친하고 존중하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과 함께 업무를 공유했을 때도 그 태도가 유지될 것인지는 결코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는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굳이 잘못을 찾자면 함께 하기 싫은 일을 해나가야 하는 '직장'이라는 공간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만약 나를 힘들게 하는 동료 직원이 있더라도 그들이 싫은 것은 매일같이 얼굴을 맞이하며 함께 하기 싫은 일을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내 주변의 너무나도 멋지고 자랑스러운 친구들이 있더라도 그들이 좋은 것은 즐겁고 행복할 때만 골라서 그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 역시 어려운 상황을 함께 맞닥뜨리거나 서로에게 요구할 게 생기기 시작하면 언제라도 멀어질 수 있다.


 그 모든 상황을 초월할 수 있는 것은 부모님과 아내 오로지 '가족'뿐이다.


 조금은 쓸쓸한 일이지만, 이렇게 생각하니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 마음이 한결 편안해짐을 느낀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Tvn 드라마 <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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