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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May 30. 2023

욕먹지 않는 직장인은 없다

무슨 짓을 해도 누군가한텐 반드시 욕을 먹는다

 구청에서 근무하던 시절, 친하게 지내던 팀장님 한 분께서 내게 해준 조언이 하나 있다.


 당시 나는 내가 속한 팀의 팀장이 다른 사람들에게 내 뒷담화를 하고 다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매우 화가 나 있던 상태였다.


 조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씨가 무슨 짓을 하든 간에 욕할 사람은 ○○ 씨를 무조건 욕하게 되어 있어. 일을 완벽하게 하면 재수없다고 욕하고, 모든 걸 다 양보해주고 참아주면 착한 척을 한다고 욕해. 하물며 일에서 미스가 나거나 자기 입장을 명확히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더더욱 가만히 두질 않겠지? 사무실이란 그런 곳이야. 그러니깐 욕먹지 않으려고 너무 열심히 하지 마. 어차피 여기 있는 몇몇 사람들은 ○○ 씨가 아무리 완벽하게 행동해도 ○○ 씨를 반드시 욕해."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얼굴로 내가 사무실에 앉아 있자, 나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옆 팀의 팀장님이 흥분해 있는 내가 혹여나 폭발할까 걱정되어 나를 따로 불러내 달래준 것이었다.


 실제로 당시 이 조언은 내게 꽤나 큰 도움이 됐었다. 그 말을 듣고 주변에 내 욕을 하고 다녔던 우리 팀 팀장에 대한 분노감과 증오감이 꽤나 많이 해소 되었고, 동시에 직장 생활이란 이런 것이구나라는 깨달음도 많이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직장이 그런 곳이라면 열내고 화내봐야 손해볼 사람은 나밖에 없지 않겠는가. 정말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맞는 말이다.


 공무원 조직이 다른 조직에 비해 유독 심한 감이 없진 않지만, 어느 조직이든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그곳엔 반드시 험담 혹은 뒷담화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뒷담화를 주도하는 사람들은 대단한 사고 끝에 뒷담화의 대상을 고르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단지 널널하게 남는 시간에 옆에 있는 사람과 함께 '누군가를 씹고 싶은' 본능적인 욕구 하나를 충족 시키기 위해 그날의 뒷담화의 대상을 고를 뿐이다.


 욕을 하는 이유 역시 따로 없다. 보통 말투가 마음에 안 든다고 욕하고, 업무 처리가 꼼꼼하지 못하다고 욕한다. 아주 심한 경우에는 '그냥' 싫어서 욕한다는 경우도 종종 봤다.


 사실 정상인들의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발상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느 조직을 가든, 소수의 미꾸라지들이 연못 전체를 혼탁하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가 근무 하는 모든 직장에는 그런 미꾸라지들이 반드시 한 마리 이상씩은 섞여 있다.


 단언컨대, '정상적인 사람들로만 구성된 직장'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말처럼, 아무리 썩은 조직이라도 개인이 조직을 바꾸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다른 조직으로 떠날 수 없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가 속한 조직의 현실을 인정하고 거기에 의미를 두지 않는 것밖엔 없다.


 혹여라도 자신에 대한 안좋은 소문이 돌아다니고 있다고 해서 너무 좌절하거나 혹은 자신의 태도를 한번에 바꾸려고 애쓰지 마라.


 미친듯이 남들의 눈치를 보든, 남들이 뭐라하든 마이웨이를 가든, 어차피 나를 욕하고 뒷담화할 사람의 수는 변하지 않는다.


 놀라울 정도로 참혹한 직장이라는 정글의 생태계를 많은 경험을 통해 진정으로 인정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직장에서 한 발자국 더 편안해질 수 있다.


 이 차가운 진실을 비정상적인 사람들 사이에서 고통 받고 있는 수많은 사회 초년생분들이 하루 빨리 깨달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Tvn 드라마 <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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