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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Jun 05. 2023

은근히 싸움나는 공무원 성과급의 세계

S냐 A냐 B냐 그것이 문제로다

 일반 회사원들에게는 성과급이라는 게 있다. 말그대로 월급과 별도로 회사의 실적 혹은 개인의 실적에 따라 추가로 지급되는 인센티브를 의미한다.


 기업의 해당연도 실적에 따라 성과급의 액수가 결정되는 사기업 직장인들의 경우 회사 사정이 좋지 않을 땐 성과급을 거의 받지 못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회사 사정이 좋을 땐 연봉에 가까운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 받기도 한다.


 당장 작년만 해도 기본급의 1,0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 기업부터 연봉 이상의 금액을 성과급으로 지급한 기업까지 있었다.


 기업과 개인의 성과가 좋으면 회사로부터 연봉 이상의 돈을 추가로 받을 수도 있다니, 나같은 공무원들 입장에선 참으로 부럽기만 할 따름이다.


사진 출처: 파이낸셜 뉴스


 물론 공무원 조직에도 성과급이라는 게 존재한다. 다만 그 금액이 많지 않을 뿐이다.


 2022년 기준 일반직 공무원의 성과상여금 지급기준액은 다음과 같다.


사진 출처: 2022년 지방공무원보수업무 등 처리지침


 정근수당 등 각종 수당은 개개인의 '본봉'에 따라 그 지급액이 변동 되지만, 성과상여금만큼은 '급수별 지급기준액'에 따라 그 해의 지급액이 결정된다.


 해당 급수의 지급기준액에 당해 자신의 성과등급에 따른 지급률을 곱하면 해당연도의 자신이 받을 성과상여금의 액수가 나온다.


 가령 일반직 9급 공무원이 2022년에 S등급을 받았으면, 2022년 9급 공무원 성과상여금 기준액(2,251,400원)에 S등급 기준 지급률(172.5%)를 곱해 3,883,660원을 받는 식이다.


 물론 이 비율은 지자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S등급 비율을 줄이고 지급률을 높이는 지자체가 있는가 하면, S등급 비율을 늘리고 지급률을 줄이는 지자체도 있다.


 그래서 같은 급수에 같은 성과등급을 받았더라도 일반적으로 소속된 지자체에 따라 지급액이 약간씩 차이 나게 된다.


사진 출처: 2022년 지방공무원보수업무 등 처리지침


 참 어이없는 일이지만, 이 얼마 안되는 성과급 하나 때문에 별 문제 없이 지내던 부서원들 사이에 심각한 갈등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업무의 난이도나 성과 정도를 명확히 측정하기 어려운 공무원 조직의 특성상 몇몇 특수한 자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경력순'으로 성과 등급을 매기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을 하고 있더라도 이제 막 7급을 단 부서 내 막내 7급은 B등급을 받게 되고,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을 하고 있더라도 이제 곧 6급을 달 최고참 7급은 S등급을 받게 되는 식이다.


 이렇게 실제 업무 기여도와 성과등급의 불일치가 일어나다보니 성과등급이 발표되는 날이면 아침부터 부서원들 사이에서 오묘한 기운이 흐르기 시작한다.


 심한 경우에는 대놓고 과장에게 찾아가 불만을 표출하거나, 항의의 의미로 며칠씩 병가를 사용하는 사람까지 있다.


 모두가 S를 받을 수는 없기에 서로 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필연적으로 갈등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성과급에 따른 부서원들의 갈등을 없애기 위해 S를 받은 사람이든 B를 받은 사람이든 모든 부서원의 성과급을 서무 통장으로 보내버린 뒤, 부서원들의 수대로 1/N을 해 공평(?)하게 나눠 가지는 식으로 성과상여금 분배를 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생각하면 할수록 참으로 공무원스러운 해결 방법이 아닐 수 없다. 요즘 같은 시대였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비록 사기업의 성과급에 비하면 초라한 액수지만, 적은 급여에 과중한 업무를 처리하는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얼마 안되는 성과상여금조차도 매우 소중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액수 차이가 얼마 안난다고 해도 S등급을 받고 야근을 하는 것과 B등급을 받고 야근을 하는 것은 심정적으로 분명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기왕 줄 성과상여금이라면 모든 구성원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명확한 기준 아래서 공정하게 지급되는 것이 당연히 좋지 않을까?


 비록 쉽진 않겠지만, 일하는 공무원은 높은 성과상여금을 받고, 조직에 해가 되는 공무원은 한 푼의 성과상여금도 챙기지 못하는, 그런 투명하고 합리적인 공무원 조직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KBS 라마 <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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