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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금 논쟁, 과연 얼마가 적당할까?

베스트는 안 가고 5만원 하기?

by 옹기종기

자 여러분에게 서로 다른 친구 세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여러분은 바로 오늘 결혼식을 올렸고, 그 세 사람이 보내준 축의금을 배우자와 함께 정산하는 중이다. 세 사람은 각각 여러분에게 축의금을 다음과 같이 보냈다.


첫번째 사람은 축의금으로 10만원을 내고 사정이 있어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두번째 사람은 축의금으로 5만원을 내고 결혼식에 참석해 사진도 찍고 식사도 하고 갔다.


세번째 사람은 축의금으로 15만원을 내고 곧 결혼할 사람과 함께 참석해 사진도 찍고 식사도 하고 갔다.


여러분과 그 세 사람 막 엄청나게 친하지도, 그렇다고 데면데면한 사이도 아니다. 같은 대학에 혹은 같은 직장에 다니며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잠시 동안 친하게 지냈던 딱 그정도 사이다.


여러분은 저 세 사람의 축의 봉투를 보면서 각각 무슨 생각을 할 것 같은가? 또 세 사람 중 누구에게 가장 고마움을 느끼고 누구에게 가장 고마움을 덜 느낄 것 같은가?


출처: 커뮤니티 블라인드


하도 옳고 그름을 따지기 좋아하는 세상이라 그런지 몰라도, 요즘 들어 잊을만 하면 '적정 축의금은 과연 얼마인가?'에 대한 논란이 각종 커뮤티니를 중심으로 주기적으로 떠돌아 다닌다.


몇몇 사람은 결혼식에 참석해 식사까지 하고 갈거면 최소한 10만원은 내야 욕을 안먹는다고 하고, 또 반대로 몇몇 사람은 와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우니 결혼식에 참석하는 사람은 식사 여부와 상관없이 5만원만 내도 충분히 고마운 일이라고 한다.


과연 어떤 말이 맞는 것일까? 애초에 축의금에도 '국룰'이라는 게 존재할 수는 있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작년에 결혼을 한 입장에서 봤을 때, 사실 나는 축의금의 액수보다도 내 결혼식을 축하해주기 위해 직접 결혼식장을 찾아준 사람들에게 무조건 1순위로 감사했었다. 참석 여부가 먼저였고 액수는 그 다음이었다.


실제로 결혼식 순간을 떠올려보면, 많은 축의금을 내고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 친구들보다도 단돈 5만원을 내고서라도 직접 결혼식에 참석한 친구들의 얼굴이 더 기억에 남는다.


굳이 감사함의 순위를 정한다면,


결혼식 참석+많은 축의금>결혼식 참석+적은 축의금>결혼식 미참석+많은 축의금>결혼식 미참석+적은 축의금>축의금 없는 축하 인사​


정도쯤 된다고나 할까.


그런데 나와는 정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결혼식에 참석해서 무려 '밥'까지 먹고 갔는데, 겨우 5만원만 내고 가는 것은 자신에 대한 '절교 선언'과도 같은 것이라고 '결혼식 참석+적은 축의금'을 낸 사람들을 신랄하게 디스하기도 한다.


황금같은 주말 낮 시간에 개인적인 시간을 포기하고 예쁘게 꾸미고 와서 박수도 쳐주고 축하도 해주는 게 고작 5만원보다도 가치가 없는 일일까?


솔직한 말로 잘 모르겠다. 가치관의 차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니 굳이 내 의견을 더 길게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출처: 기획 김영기 기자 / 디자인 이영환


적정 축의금 액수가 얼마든, 결혼식 참석 여부가 중요하든 안 중요하든, 사실 이 모든 논란의 시작은 '축하의 의미로 반드시 돈을 줘야하는' 구시대적인 축의금 문화 자체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서로 간에 축의금을 주고 받지 않으면, 축의금 액수에 따라 서로 감정이 상할 일도, 우정의 등급을 매길 일도, 상대 측보다 적은 축의금 액수에 기가 죽을 필요도 없다.


그저 자신의 결혼을 축복해주는 많은 친구들, 지인들 사이에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결혼이라는 순간을 만끽하기만 하면 된다.


가뜩이나 연애도 어렵고 결혼도 어려운 지금같은 시기에 굳이 적정 축의금 액수와 같은 구시대적인 문화에 머리까지 싸맬 필요가 있을까.


작년 내 결혼식에 참석해주시고, 축의금을 보내주시고, 축하 메시지를 건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하며, 축의금과 관련된 오늘 글을 마무리해본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pixabay 무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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