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옹기종기 Jun 15. 2023

구청 공무원이 더 높은 거 아닌가요?

공시생들이 의외로 잘 모르는 것

 2020년 초. 나는 첫 발령지였던 동사무소에서 구청으로 발령이 났다.


 당시 민원대에서 주민등록 업무를 하고 있던 나는 동사무소 바로 옆에 있는 우체국을 들릴 일이 꽤나 많았었는데, 내가 구청으로 발령이 났다는 말에 우체국 직원 아주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참 대박이었다.


 "뭐야 총각? 시험 다시 본 거야? 어떻게 구청으로 들어 갔어?"


 공무원 조직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종종 동사무소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평생 동사무소에서만 일하고, 구청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평생 구청에서만 일한다고 지레짐작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 동사무소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8급 이하의 낮은 급수의 공무원이고, 구청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7급 이상의 높은 급수의 공무원이라고 지레짐작 하는 경우도 또 종종 있다.


 아시는 분들은 당연히 잘 아시겠지만, 사실 동사무소 공무원과 구청 공무원의 높고 낮음의 차이는 전혀 없다.


 똑같은 ○○구청 혹은 □□시청 소속 공무원들일 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상하게 편하게 자주 볼 수 있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별 볼일 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실제로 민원인들과 얘기해보면 동사무소에서 민원 서류를 떼주는 공무원은 쉽고 편하게 생각하고, 구청에서 사업 관련 인허가를 내주는 공무원은 어렵고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둘 다 2년 주기의 발령에 따라 순환 근무를 하는 똑같은 지자체 공무원들일 뿐인데도 말이다.


 물론 동사무소 근무를 하는 공무원들에 비해 구청 근무를 하는 공무원들의 업무 난이도나 업무 책임 등이 눈에 띄게 높은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일 잘한다는 평을 받는 몇몇 직원들은 자신들이 원치 않아도 몇 년 연속으로 구청 주요 부서로만 발령이 나 본의 아니게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사무소 공무원이 구청 공무원에 비해 더 낮은 위치에서 일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발령에 따라 지방직 공무원들은 동사무소에서 2년, 구청에서 2년 반반씩 번갈아 가며 공직생활을 이어간다.


 기획조정실에서 수백억짜리 예산을 주무르던 사람이 인사 발령 한 번에 구석탱이 동사무소 민원대로 옮겨 가 300원짜리 전입세대열람을 발급한다.


 이게 지방직 공무원의 인사 법칙이다. 이 법칙은 지방직 일반행정직 공무원이라면 모두에게 예외없이 적용된다.


 만약 구청에만 계속 근무하면서 사무관, 서기관까지 진급하고 싶다는 창대한 꿈을 가진 신규 공무원분들이 계시다면, 첫 발령지가 동사무소 민원대라고 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마라.


 지금 여러분이 맡은 자리에서 빈틈없이 일처리를 해내다 보면 분명 머지 않아 여러분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그날이 '원치 않아도' 조만간 찾아올 것이니까 말이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Tvn 드라마 <미생>

매거진의 이전글 지방직 9급 시험, 공시생들의 최후의 보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