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포구 상인들의 큰절이 달갑지 않은 이유
소비자가 무시 당하지 않을 권리
나는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기도 하지만, 특별한 모임이 있지 않는 이상 수산물 도매시장이나 바닷가에 있는 횟집을 웬만해선 가지 않는다.
수산물 도매시장이나 바닷가 근처 횟집을 갈 때마다 느끼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특유의 불쾌한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가령 딱 봐도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두리번두리번 가게들을 둘러 보고 있으면, 꼭 친근한 건지 예의가 없는 건지 헷갈리는 말투의 상인들이 다가와 소위 '호객 행위'라는 것을 한다.
보통은 무시하고 지나가면 더이상 말을 안붙이지만 정도가 넘는 사람들은 꼭 졸졸 따라다니며 거부 표시를 밝히는 데도 계속 주저리주저리 말을 붙인다.
그래서 이용객들로 하여금 꼭 한번 더 강하게 거부 의사 표시를 하게 만든다.
얼마 전, 이러한 호객 행위의 상징으로도 볼 수 있는 인천 '소래포구'의 상인들이 '꽃게 바꿔치기' 사건을 계기로 다함께 모여 악습을 척결하고 바가지를 씌우지 않겠다는 캠페인을 벌였다.
대중들의 반응은 예상대로 싸늘하다. '하루이틀이냐. 안 속는다'라는 한 네티즌의 베스트 댓글이 소래포구 상인들에 대한 우리나라 이용객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주고 있는 듯하다.
지난 몇십 년간 우리나라도 많이 선진화 되면서 사람들의 소비 심리도 많이 변화했다. 얼마전 7만원짜리 전통 과자 논란도 마찬가지지만 이제 사람들은 관광지 특유의 바가지와 불친절에 대해 '원래 이런 데는 다 이런 거지~'라며 순순히 넘어가 주질 않는다.
꼭 관광지가 아니더라도 같은 가격이라면 훨씬 더 친절하고 훨씬 더 퀄리티가 좋은 식당을 찾아 그곳으로 간다.
몇십만 원이 넘는 돈을 지불하고 딱히 맛있지도 않은 음식을 먹고, 시비조로 이야기하는 상인들의 호객 행위를 견뎌 내기엔, 이젠 소래포구라는 관광지가 그렇게까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이다.
당장 집 앞에만 나가도 즐길 것이 너무 많고 ,먹을 것도 너무 많은 시대가 됐다.
만약 소래포구 상인들이 호언장담하며 이야기하는 '자정 작용'이 진정으로 이뤄진다면, 굳이 언론사 카메라를 앞에다 두고 큰절을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먼저 앞다투어 소래포구를 찾을 것이다.
사람들이 소래포구에 등을 돌리고 더이상 찾지 않는 것에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소래포구 상인들도 그 당연한 사실을 모르고 있진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나도 가족들과 함께 주말에 바닷가 근처 횟집에서 속는 기분도 느끼지 않고, 당하는 기분도 느끼지 않고, 호구된 기분도 느끼지 않고 그저 흐뭇하고 즐겁게 꽃게탕에 회 한 접시 먹어 보고 싶다.
소래포구 상인분들의 이번 큰절이 진심에서 우러 나온 것이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