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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Jun 22. 2023

일상에는 없고 책에는 있는 것들

현실이 힘겨울 때, 책을 꺼내 읽는다

 오랜만에 출근길에 소설책을 읽었다. 읽은 책의 제목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책을 구매한 2014년에 한차례 읽고 9년 만에 다시 읽는 책이다. 9년이란 시간이 흘러서 그런지 대부분의 내용이 처음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길지 않은 나의 기억력 덕분에 두 번째 읽는데도 지루함 없이 아주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누구한테나 해당 되는 말이겠지만, 인생을 살다보면 내 주변의 모든 것이 지루하게만 느껴지고, 내 자신이 볼품없이 느껴지고, 직장생활도, 취미생활도 모두 다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그런 시기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굳이 따지자면 요즘이 내겐 그런 시기다. 직장 일도 마냥 지루하고 싫게만 느껴지고, 퇴근 후의 시간도 딱히 상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모든 게 차갑거나 뜨겁지 않고 그저 미지근하게만 느껴진다.


 이렇게 어쩔 수 없이 이런 '인생 노잼 시기'를 마주하게 될 때면 나는 다른 번잡한 일들은 모두 내려놓고 예전 대학생 시절 사서 모아두었던 소설책을 꺼내 읽어보곤 한다.


 최근 출근길에 블로그 글을 쓰지 않고 하루키의 소설을 읽은 것도 요즘 사는 것이 참으로 답답하고 재미없게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퇴근 후 침대에 누워 소설 속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잠시나마 현실 속의 고민들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적은 월급, 직장 내 동료와의 불화, 과도한 업무량, 지옥 같은 출퇴근길 등등 일상에선 치명적인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요소들이 소설 속에선 늘 별 것 아닌 것처럼 묘사된다.


 주인공은 요즘 이러이러한 상황이다 정도로 축약 되어 일상과 관련된 것들이 묘사 되고, 저런 일상의 '잡다한 것'들이 아닌 일상과는 유리된 지점에 있는 삶의 이유와 방향성, 가치관과 같은 이야기가 소설 속 내용의 주를 이룬다.


 소설 속 주인공의 시점이 되어 주인공의 고민과 생각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일상에서의 잡다한 스트레스가 아닌 나라는 사람 혹은 내 인생 자체에 대한 깊은 사유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당장 눈앞에 있는 자잘한 것들에서 벗어나 나라는 사람에 대한 깊은 사유를 하다보면, 당장 눈앞의 일상적인 스트레스들은 그저 단순한 삶의 과정 중 하나라는 생각에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나 스스로의 위안을 위해, 설사 순간의 불편함에 지나지 않는 일상의 사소한 것들에 압도되어 삶에 있어 정말 중요한 것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나는 이렇게 가끔씩 삶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면 먼지 덮인 책장을 열고 대학 시절 읽던 여러 소설들을 꺼내 읽는다.


 덕분에 그제보단 어제가, 어제보단 오늘의 삶이 조금 더 충만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소설 속 주인공들의 삶처럼 우리의 삶이 언제나 그렇게 멋지고, 빛나고, 매력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돈이나 명예, 직장, 인간관계와 같은 사소한 것들에 함몰되어 ‘내 삶의 주인공’인 나란 사람에 대해 잊고 살 필요 역시 당연히 없지 않을까.


 적어도 내가 보는 이 세상에서만큼은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만이 이 삶의 완전한 주인공일 테니까 말이다.


 일상의 지리멸렬함에 압도 되지 않기 위해 앞으로도 이렇게 삶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면 소설책을 꺼내 읽는 습관을 들여봐야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pixabay 무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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