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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Jun 20. 2023

동기들은 7급, 나는 아직도 8급

재시험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

 오늘 와이프를 통해 전에 있던 기관의 행정직 7급 승진 후보자 명부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퇴근길에 명부를 받아서 확인하니 행정직 진급 자리는 총 6자리, 나와 비슷한 시기에 발령을 받은 동기들의 수는 8명. 명부 안에 포함된 나머지 사람들은 우리보다 모두 늦게 들어온 후배들뿐이었다.


 이제 이번 진급으로 인해 단 2명을 제외하고는 2017년 하반기 추가채용 시험에 합격한 대부분의 동기가 7급을 단다.


 나의 동기들이 동사무소에서 구청에서, 또 산하기관에서 그동안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잘 알기에 그들의 7급 진급이 마치 나의 7급 진급처럼 느껴진다.


 정말 단 1%의 거짓도 없이 그들의 7급 진급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동안 힘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텐데 모두들 정말 참 잘 버텨왔다.


 그런데 동기들이 늦지 않게 진급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현재 교행 조직 안에서의 내 급수를 생각하면 문득 가슴 한 편에서 참으로 아쉽다라는 생각이 스쳐 간다.


 나도 만약 3년 전에 곳을 그만두고 지금 있는 직장으로 옮기지 않았더라면 적어도 이번 진급에서는 7급을 달았을 것이다. 어쩌면 6개월, 1년 전에 달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이제 그곳이 아닌 이곳 '교육행정직 조직'에 있다. 2021년에 새로운 시험에 합격했고, 이젠 2017년 시험의 동기들이 아닌 2021년 시험의 동기들과 어울리며 '교육행정직 신규 공무원'으로서 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다.


 그만큼 수월한 업무를 하고 있고, 마음도 편한 상태지만, 적어도 진급에서만큼은 엄청나게 뒤로 주욱 밀려버렸다.


 최소한 7급 승진 명부에 들기 위해서도 1년에 가까운 시간을 더 보내야 하며, 승진하는 데까지는 앞으로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도 확실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기존의 경력을 인정하여 입직 직후 8급 진급마저 시켜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 7급 진급을 못한 것을 아쉬워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8급 진급을 언제 할까 손꼽아 기다리도 있었을지도 몰랐을 일이다.


 단순히 기존의 직장을 그만두고 잠깐의 휴식기를 가진 끝에 현재의 직장으로 옮겼을 뿐인데, 그 순간의 선택에 따른 후폭풍이 이렇게 나비효과가 되어 면직 후 3년이 지난 나의 진급에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론 과감히 면직을 하고, 새로 시험을 준비하고, 새로운 조직에 녹아드는 모든 과정 속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진짜 경험'을 했기에, 결코 후회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직장에서 꾹 참고 버텼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가끔씩 드는 것 역시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세상에 100%의 완전무결한 선택은 없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얻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잃는 것이 생기기 마련이다.


 만약 지금 다니고 있는 현재의 직장이 너무너무 마음에 안들어 당장이라도 옮기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 같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당장 눈앞의 상황만 보기 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이 3년, 5년, 10년 후의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신중히 생각하는 시간을 반드시 가지시고 실행에 옮기셨으면 좋겠다.


 가끔은 과감한 결단력보다 신중한 주저함여러분의 인생에 더 큰 도움이 되는 순간도 분명히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Tvn 드라마 <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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