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옹기종기 Jul 02. 2023

공무원 연금, 그냥 없다고 생각해

100% 믿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내 자신뿐

 교육행정직으로 직장을 옮긴 후, 우연한 계기로 친하게 지내게 된 교감 선생님 한 분이 계신다.


 일반적인 연장자들과는 다르게 자기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 위주로 대화를 이어 나가시는 편이셔서 함께 대화를 나누는 상대방을 언제나 마음 편하게 해주시는 분이셨다.


 가끔 답답한 일이 있거나 조언을 구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내가 먼저 그 교감 선생님께 대화를 요청 했던 적도 여러번이다.


 그 교감 선생님과 나눈 이런저런 대화들 중에서,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뚜렷하게 내 머릿 속에 각인된 인상적인 대화가 하나 있다.


 작년 여름 방학 때 단 둘이 행정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나눴던 대화다.


 "OO씨는 나중에 은퇴하고 뭘로 돈 벌어서 먹고 살지 생각해본 적 있어?"


 "글쎄요. 아마 와이프랑 연금 나오는 걸로 그럭저럭 먹고 살지 않을까요?"


 "그래? 연금 받으려면 앞으로 30년이나 더 있어야 되는데, 그때 되면 나라가 지금 약속한 대로 군말없이 연금을 꼬박꼬박 줄 수 있을까?"


 "그래도 법에 정해져 있는 건데 주긴 주겠죠. 앞으로 몇 번 더 칼질할 순 있겠지만요."


 "흐음...그래? 난 사실 앞으로 연금 받는 거에 대해선 굉장히 부정적이야. 설사 연금을 약속대로 지급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연금을 못받게 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거든."


 그러면서 교감 선생님께서는 정부가 공무원 연금에 '실질적인' 칼질을 하는 몇몇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셨다. 물가 상승률 대비 연금 인상률 제한, 연금에 부여되는 세율을 높여 실질적인 수급액을 줄이는 것 등등.


그리고 내게 말하길, 본인은 자신의 은퇴 이후 재정 계획에 매달 약 300만 원정도 되는 공무원 연금은 넣고 있지 않다고 말씀 하셨다.


 수급 여부가 불확실한 공무원 연금을 재정 계획에 반영했다가 만에 하나라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 자신의 노후가 예상치 못하게 불안정해질 수도 있다는 게 그 주된 이유였다.


 30년도 더 남은 연금을 믿고 별다른 재테크도 하지 않고 있는 나같은 사람도 있는데, 고작 10년 후면 받을 수 있는 연금을 없는 셈 치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니.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동시에 연금만 바라보고 별다른 노력을 하고 있지 않던 내 입장에서는 그러한 발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당시엔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참고로 그 교감 선생님은 현재 이미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재테크를 통해 당장 은퇴하고도 평생 먹고 살 자산을 다 형성해두신 상태다.


 사실 공무원이라는 직업에서 '연금'이라는 두 글자를 빼면 공무원의 직업으로서의 가치는 지금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아래로 떨어져 버릴 것이다.


 공무원의 장점이 곧 연금 수급이고, 연금 수급을 뺀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편의점 알바와 비슷한 돈을 받으면서 업무량과 책임은 편의점 알바의 수백 배에 달하는, 그런 단점뿐인 직업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65세 이후의 연금 수급이 예정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별다른 재테크 혹은 능력 개발을 하지 않고 어영부영 황금같은 3,40대를 보내게 된다면, 국가의 정책 변화 한 번만으로도 우리는 졸지에 '가진 것도 없고 앞으로 받을 것도 없는' 가난하고 능력 없는 집단으로 전락해버릴 수도 있다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교감 선생님께서는 사람들이 애써 모른척하고 있던 그 공무원 연금 제도의 취약점을 남들보다 한발짝 앞서 냉정하게 짚어내고, 남들보다 한발짝 앞서 냉정하게 대처하신 것이다.


 그리고 요즘 같은 저출산, 저성장 시대에 나라의 재정적 상황이 앞으로도 지금과 같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교감 선생님께서 예측하신 그 공무원 연금의 '회색빛 미래'가 반드시 '과한 우려'에 지나지 않는다고 100% 확신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만약 지금같이 어영부영 살아가다가 갑자기 국가에서 연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식으로 나와 버린다면, 내가 그러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엔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쉽사리 답이 떠오르지 않는 질문이다.


 참 쉽지 않은 일이지만,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선 공무원이라는 겉옷을 벗어 던지고 공무원이 아닌 '그냥 나'로서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필수인 시대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삶이 궁색해진 것에 대해 국가와 나라탓만 하는 것만큼이나 바보 같은 짓도 없다.'


 교감 선생님께서 대화를 마무리하며 내게 해주신 그 한 마디가 그날 이후 머릿 속에 계속해서 돌고 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MBC 베스트 극장

매거진의 이전글 '공무원 증후군'에 시달리는 젊은 공무원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