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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Jul 14. 2023

공무원 인수인계, 이게 최선입니까?

단 2시간 만에 2년 동안 할 업무를 배운다

 7월 1일자로 교육청 정기 인사 발령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학교에서 청으로, 청에서 학교로, 또 학교에서 학교로 근무지를 옮겼다.


 기존에 일하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근무지를 옮긴다는 사실은 어떻게 보면 참으로 설레고 기다려지는 일이다.


 우리는 인사 발령을 통해 사유를 불문하고 기존에 껄끄러웠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정리하고, 또 인사 발령을 통해 기존엔 몰랐던 새로운 인연들과의 관계를 새롭게 형성해 나간다.


 그런데 아무리 지긋지긋했던 기존의 사무실을 떠나간다고 하더라도 막상 그 상황에 닥치게 되면 마냥 기쁜 마음이 들기보다는 착잡한 마음이 먼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발령 시즌이 다가오면 발령이 날까 두려운 마음에 잠을 못 이루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나 역시도 동사무소에서 구청으로 발령이 났을 때, 또 교육행정직 공무원으로 이직 후 지금 있는 학교로 첫 발령을 받았을 때, 설레면서도 두려운 마음에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새로운 부서에 가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일을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우리는 왜 막상 인사 발령 시즌이 되면 하나같이 불안한 생각에 마음을 졸이게 되는 것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공무원 조직 특유의 '없다시피한 인수인계 문화'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통 공무원 발령은 출근일 기준으로 3,4일 전, 정말 심각한 경우에는 바로 전날에 발령이 난다. 7월 1일자 발령이라면 6월 30일 오후 6시에 발령이 나는 식이다.


 그러다보니 발령 대상자는 막상 발령이 나기 전까지는 자신이 다음 부서에서 무슨 일을 하게 될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 어느 부서로 가게 될지도 모르는 마당에 하물며 무슨 일을 하게 될지 알 수가 있을까.


 몇몇은 심지어 발령 시기가 되었는데도 발령이 안나기도 하고 반대로 발령 시기가 한참 남았는데도 뜬금없이 발령 통보를 받기도 한다. 그런 경우에는 정말 마음의 준비조차 하지 못하고 기존에 하던 일을 완전히 마무리하지도 못한채, 바로 다음 날부터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한다.


 완전히 새로운 업무를, 잘 알지도 못하는 부서 구성원들 사이에서, 외로움을 참아가며, 그것도 매우 갑작스럽게 헤쳐나가야 한다니. 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 일인 것인가.


 사실 이 공무원 조직 특유의 배려심 없는 인수인계 문화는 아주 오래 전부터 굉장한 문제 사항으로 인식 되어 왔다.


 정말 단 2,3주만이라도, 혹은 발령 전 오롯이 인수인계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을 며칠만이라도 보장해준다면 지금과 같은 공무원들의 인사 시즌 때 받는 스트레스의 총량은 엄청나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왜인지는 몰라도 그 어느 조직도 일하는 공무원들의 편의를 생각해서 합리적인 방식으로 인사 발령을 내지 않는다.


 그저 인력의 모자람, 시간의 촉박함 등을 핑계로 내세워 바로 전날 혹은 3,4일 전에 발령 공문을 올려버릴 뿐이다.


 그 다음 옮기는 부서에 어떻게 적응할지, 어떻게 인수인계를 받을지는 오롯이 발령자 개인의 몫으로 남겨 두고 말이다.


 도저히 이건 개선될 수 없는 부분의 문제일까. 언제까지 공무원들은 발령 시즌만 되면 새로운 업무를 배워야 한다는 두려움에 밤잠을 설쳐야만 하는 것일까.


 3년 6개월 전, 구청으로 처음 인사발령이 났을 때 생각이 난다. 당시 내가 옮겨간 자리는 전전임자는 휴직을 들어가고, 전임자가 의원면직을 한 '블랙홀'과도 같은 자리였다.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과도 같은 상황 속에서 민원인들과 상사의 욕을 들어가며 하루하루 버텨나갔던 그때의 기억이 3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요즘도 가끔씩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이면 불쑥불쑥 그때의 참담함이 떠올라 나도 몰래 고개를 절레절레 휘젓게 된다.


 아마 지금 같은 공무원들의 발령과 인수인계 시스템이 계속 유지된다면, 나는 불과 6개월 후인 1월달 정기 인사 시즌에 그때와 같은 형태의 참담함을 다시 겪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매번 이야기하지만, 재정적인 이유로 공무원의 월급을 현실에 맞게 올려줄 수 없다면, 이런 시스템적인 부분에서만이라도 조금은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을 위한 조직의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법령을 뜯어 고칠 필요도 없고, 재정을 더 투입할 필요도 없다. 그저 오랫동안 잘못 되어온 '악폐습'과 같은 이 발령과 인수인계 시스템을 약간의 강제성을 동원해 바로잡아주기만 하면 된다.


 몇십 년째 해결이 안될 만큼, 그게 그렇게도 어렵기만 한 일일까.


 모르긴 몰라도 이 부분 하나만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지금 줄줄이 공직을 떠나는 젊은 세대 공무원들의 퇴직 러시를 꽤 많은 부분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이 든다.


 하나둘씩 공직을 떠나가는 젊은 직원들로 인해 가뜩이나 우울하기만한 공무원 조직이 더 황폐화 되기 전에, 이러한 공무원 조직만의 '부조리함'이 하루빨리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Tvn 드라마 <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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