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9]나는 왜 공직에 들어왔을까...?
조금 지나서 쓰는 교행 일기
(PART 8에서 이어집니다!)
...그렇게 2017년 하반기에 있을 추가채용 시험을 바라보며 묵묵히 공부만 하고 있을 무렵. 드디어 사이버국가고시센터 사이트에 10월에 있을 국가직, 12월에 있을 지방직 추가채용 시험에 대한 공고문이 발표 되었다.
확인한 공고문의 내용은 놀라웠다. 당초 대부분 '생활안전분야'의 공무원만 추가 선발한다던 정부의 초기 발표와는 다르게, 국가직 추가채용엔 출입국관리직, 관세직, 고용노동부 등 많은 수험생들이 가고 싶어 했던 행정직렬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고, 지방직 추가채용의 경우 거의 6월 시험 때와 같은 수의 일반행정직 인원을 채용하고 있었다. 수험생들의 예상 범위를 한참 뛰어 넘는 대량 채용이었다.
나를 포함해 2017년 시험을 낙방한 후 삶의 목표를 모두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던 수험생들에겐 기적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아마 그때 도서관 혹은 독서실 골방에 앉아 추가 채용 공고문을 본 수험생들은 모두 동시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정말 죽으란 법은 없구나!! 하늘이 내게 마지막 기회를 주셨구나!!"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공부를 다시 시작한 이후 추가채용 시험까지의 그 몇 개월 동안은 평소 아팠던 허리도 아프지 않았고, 수험 기간 내내 나를 괴롭히던 불면증도 사라졌었다. 아침 일찍 도서관에 가 해가 질 때까지 공부를 하고, 슬슬 눈이 감기고 졸릴 무렵 집에와서 잠에 들면 그뿐이었다. 그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 무렵의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평온했다. 정말 거짓말 하나도 안보태고 공부하는 것이 전혀 힘들지 않았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추가채용에 대한 원서접수가 끝나고, 각 시험별 경쟁률이 발표되었다. 나는 국가직 시험엔 출입국관리직에 원서를 접수했고, 지방직 시험엔 6월 시험에서 1점차이로 낙방을 했던, 내가 살고 있던 지역에 원서를 접수했다. 출입국관리직의 경쟁률은 336대 1이었고, 우리 지역 지방직의 경쟁률은 47대 1이었다.
인기 지역인 서울시 일반행정의 경쟁률마저도 11대 1에 불과한 지금 기준에서 보면, 저 당시의 경쟁률은 과연 합격이 가능할까싶은 살인적인 경쟁률이었지만, 2017년 당시에는 꽤나 가능성 있는 경쟁률로 여겨졌었다. 당장 그 해 국가직 9급 일반행정직의 경쟁률이 400대 1을 넘어갔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50대 1도 안되는 경쟁률은 매우 양호한 편이었다. 현실적으로 출입국관리직은 합격이 어렵더라도 지방직 47대 1은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10월 국가직 시험날이 되었다. 벌써 2016년 첫 해 시험부터 포함하면 7번째 시험을 치르는 것이었기 때문에 나는 별다른 동요없이 침착하게 100문제를 다 풀었다. 그리곤 집에 와서 사이버국가고시센터에 올라온 가답안과 내 시험지를 비교해보았다.
시험 문제를 풀면서 문제가 꽤나 쉽다고 생각했었는데, 역시나 첫 과목인 국어부터 100점이 나왔다. 한국사도 예상대로 90점이 넘었고, 영어도 꽤나 선방해 85점을 맞았다. 난 사실 이때 국어, 한국사, 영어까지 채점을 마친 후 드디어 합격을 하는구나란 생각을 했었다. 산처럼 느껴지던 영어에서 3문제밖에 틀리지 않았고, 두번째로 까다로웠던 국어에선 한 문제도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건 2개의 선택과목뿐이었다. 행정법이 조금 불안불안했을 뿐, 사회는 어떤 시험에서든 무조건 90점 이상을 받을 자신이 있었다.
채점이 다 끝난 후에 내 입에선 탄식이 흘러나왔다. 사회 점수도 예상대로 95점을 받았지만, 행정법에서 완전히 죽을 쑨 것이다. 점수를 다 더하고 선택과목 조정점수를 2017년 6월 지방직 시험 조정점수표와 비교해보니 얼추 390점정도의 점수가 나왔다. 흐아...행정법 점수가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다 싶어 막판에 행정법 공부를 소홀히 한 게 패착이었다. 그렇게 2017년 10월 국가직 시험에서 나는 6월 지방직 시험 때와 마찬가지로 또 1점차로 필기 시험 탈락을 하고 말았다. 비슷한 경험을 6월에 이어 10월에 또 하고 나니 이젠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1점차... 1점차...운이 없다고 노래를 할 시간에 서너 문제 더 맞혀서 필기 합격선에서 15점, 20점 높은 점수로 합격을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이젠 운이 없단 생각보단 공부가 모자랐단 생각이 들었다. 맞는 생각이었다. 국가직에서 틀린 부분을 착실히 보강하고 다가오는 12월 지방직 시험을 준비했다. 무아지경으로 시험 공부를 하다보니 시간이 참 빨리지나갔다. 이제 2017년도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공무원 시험 준비를 처음할 때 스물여섯이었던 내 나이는 이제 한 달만 더 지나면 스물여덟이 될 예정이었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나갔지...?"
나는 아주 잠깐동안 세월의 무상함을 생각하고 나서 다시 기출문제집에 머리를 파묻고 수십 번도 더 본 지문을 또 읽고 또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내 인생 최고의 전환점이 된 그날. 2017년 12월 16일 지방직 추가채용 시험날이 다가왔다...
(PART 10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