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0]나는 왜 공직에 들어왔을까...?

조금 지나서 쓰는 교행 일기

by 옹기종기

(PART 9에서 이어집니다!)


...지방직 추가채용 시험이 있던 2017년 12월 16일. 그 날은 일반적인 초겨울의 날씨와는 다르게 귓가를 휑-휑- 울려대는 칼바람이 아침부터 매섭게 몰아치던 날이었다. 한걸음씩 걸음을 옮길 때마다 두꺼운 파카를 입은 내 몸 안으로 시리고 찬 바람이 계속해서 새어들어왔다.


시험이 치러지는 oo중학교 앞은 손에 단어장을 든 채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는 수험생들과 그들을 응원하러 나온 부모님들, 그리고 그들에게 학원 홍보물을 나눠주려는 알바생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에듀윌 알바생이 건네준 학원 전단지와 컴퓨터용 사인펜을 받아 쥔 채, 내 생애 여덟번째 공무원 시험이 치러지는 지방직 추가채용 고사장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갔다.


나에게 배정된 시험 자리는 교실 창가 쪽의 맨 뒤에서 두번째 자리였다. 평소 시험을 볼 때면 극도로 예민해지는 내 성격상 시험감독과 가까이 붙은 맨 앞자리나 복도를 오가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는 복도 쪽 자리에 앉으면, 작은 소리에도 신경이 쓰여서 아무래도 시험 문제를 풀 때 완벽히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이번 시험의 자리 운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가져온 물을 꺼내 한 모금 마시고, 전한길 필기노트를 훑어보며 아홉 시 정각인 시험 시작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교실 스피커에서 시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시험이 시작되었다. 나는 수십 번의 모의고사를 통해 익숙해진 손놀림으로 시험지의 첫 장을 넘기고, 기계적으로 국어 1번 문제부터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국어 문제는 10월의 국가직 추가채용 때와 같이 딱히 까다로운 문제가 없었다. 그렇게 천천히 한국사, 영어, 행정법, 사회 순서로 문제를 풀어갔고, 막판에 시간이 모자라 손을 덜덜 떨며 사회 경제 문제를 겨우겨우 마킹하긴 했지만, 그래도 예상된 범위와 시간 안에서 100문제를 다 풀고 시험감독관에게 깨끗하게 100문제가 마킹된 답안지를 제출했다.


곧이어 퇴장을 해도 좋다는 방송이 교실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나는 개운하지도, 그렇다고 아쉽지도 않은 뭔가 애매한 상태로 시험장을 빠져 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실내에 있는 동안 잠시 잊고 있던 차가운 칼바람이 다시 내 얼굴을 스쳐갔다. 그 때 내 머릿 속엔 그저 빨리 조용하고 따뜻한 내 방으로 돌아가서 아무도 모르게 정답을 맞춰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oo중학교에서 우리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의 시간이 영겁처럼 길게 느껴졌다. 빨리 집에 가고만 싶었다.


나는 곧바로 집으로 돌아와 조심스레 공단기 합격예측에 과목별로 내 점수를 하나하나 입력해봤다. 다섯 과목을 다 입력하고 합격예측하기 버튼을 누르니 조금의 버퍼링이 지나간 후, 그래프 상에 내 점수가 한 줄로 주욱 그어졌다. 10월 국가직에 비해 올라간 시험 난이도로 인해 전체 점수는 아주 조금 더 낮게 나왔지만, 눈 앞에 펼쳐진 그래프에는 내가 공시생 생활을 시작한 후 단 한번도 받아보지 못한 등수가 찍혀 있었다.


비록 시험 첫 날이긴 했지만, 필기합격의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 1배수 컷보다 무려 35점이나 높은 위치에 내 점수가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엔 정말 느낌이 달랐다. 나는 합격예측 화면을 확인한 순간, 내 소식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떨리는 목소리로 곧바로 이야기했다.


"엄마, 이번엔 진짜 될 거 같아..."


그 이후 지난 6월 지방직 시험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1분 1초가 멀다하고 공단기 합격예측 사이트를 들락날락 거리며 내 등수를 확인했다. 나보다 높은 점수의 사람이 한 명 한 명 늘어날 때마다 피가 바짝바짝 말라갔다. 그래도 이전의 여러 때와는 다르게 내 점수는 끝까지 1배수 합격 컷 위를 지키고 있었고, 시험일로부터 약 3주 후인 필기합격자 발표날에 올라온 'oo시 필기합격자 공고' 명단에는 너무나도 당당히 내 수험번호가 적혀져 있었다.


'합격이다!'


1년 9개월 간의 도전 끝에 드디어 처음으로 필기합격을 한 것이다. 나는 바로 방을 뛰쳐나가, 엄마아빠에게 "나 합격했어!!!" 라고 신나게 외쳤고, 어쩌면 나보다도 더 마음을 졸이고 있던 엄마와 아빠는 환한 웃음으로 나를 껴안아줬다. 아직 면접 시험이 남아 있었지만, 마치 최종합격이라도 한듯, 내 머릿 속엔 수험 기간 동안 힘들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나도 '공무원'이 될 수 있다! 정말 오랜만에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그 길로 바로 공단기에 전화해 '지방직 면접 특강' 강의를 수강 신청했고, 바로 다음날부터 2주 짜리 면접 특강을 듣기 위해 노량진으로 향했다. 공단기 별관에 있던 면접 특강 강의실에 들어가니, 나와 비슷한 옷차림을 하고 있는 수십 명의 청춘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있었다. 오랫동안 꾸미지도 않고, 사람들도 만나지 않아 촌스러운 모습들이었지만 후드티를 입은 그들의 얼굴에선 환하게 빛이 나고 있었다. 아마 그 때의 내 얼굴에도 비록 촌스럽지만, 그 무엇보다도 환한 빛이 감돌고 있었을 것이다...


(PART 11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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