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1]나는 왜 공직에 들어왔을까...?
조금 지나서 쓰는 교행 일기
(PART 10에서 이어집니다!)
...필기 시험을 준비했던 것에 비해 면접 시험을 준비하는 것은 예상했던대로 역시나 훨씬 수월했다. 당시 우리 지역의 필기 합격자 배수는 최종합격자 수 기준 1.1배수였고, 35명의 필기합격자 중 32명 안에만 들면 최종합격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합격선에서 약 3점정도 높은 점수로 필기 합격을 했던 나는 합격이 보장된 완전히 안전한 점수대는 아닐지라도, 면접장에서 착실하고 성실한 인상만 남기고 나온다면 별 무리 없이 충분히 최종합격을 할 수 있는 상황에 있다고 생각했다.
공단기 면접 학원에서 짜준 면접스터디 조원들과 함께 약 2주동안 매일매일 만나 면접 연습을 했다. 하루하루 연습 기간이 늘어날 갈 때마다 스터디원의 핸드폰으로 찍은 영상 속의 내 모습은 점차 자연스러워져 갔다. 예상 문제에 대한 답변이 노래 가사 외우듯 술술 입에서 쏟아져 나올 때 쯤, 2주 간의 시간은 흘러 대망의 면접날이 되었다.
잘 다려놓은 정장과 공들여 광을 낸 구두를 갖춰신고 면접 시험이 실시되는 oo구청의 3층 회의실로 향했다. 지금이야 너무나도 익숙한 oo구청의 내부 구조지만, 처음 들어간 oo구청의 내부는 긴장한 탓인지 수험생의 입장에선 미로처럼 어지러워 보였다. 구청장실 앞에 서있는 청원경찰에게 면접 장소를 물어보고나서야 겨우겨우 회의실로 찾아 들어갔다.
회의실 안에는 내 나이대의 사람들이 남자 여자 반반정도의 비율로 정장을 입고 앉아 있었다. A4 용지에 출력해온 예상 답안지를 보며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었고, 천천히 물을 마시며 옷태를 다듬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몇몇은 어제 잠을 잘 못 이뤘는지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내 이름이 써있는 자리를 찾아 조용히 가방을 내려놓고 혹시나 준비해온 옷태가 망가질까, 꼿꼿한 자세로 앉아 출력해온 예상 답안지를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oo지역의 대표 사업에 대해 아시나요?", "본인의 장단점에 대해 말해보세요.", "공무원이 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수십 번도 더 외우고 외운 예상 답안을 상기시키고 있으니 은근히 아랫배에서 긴장감이 온몸으로 퍼져올라왔다.
정적만이 감도는 대기실에 앉아 있으니 면접을 잘 보든 못 보든, 빨리 내 차례가 와서 이 긴장된 상황이 끝나기만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차례차례 내 앞의 사람들이 면접을 보러 자리에서 일어났고, 면접 시험이 시작되고 약 1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총무과 직원의 입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면접관은 총 3명이었다. 가운데 한명은 따뜻한 인상의 아주머니였고, 양 옆의 두 명은 바짝 마른 아저씨 한 분과 피곤에 찌들어 있는 듯한 인상의 아저씨 한 분이었다. 저들 중 누군가는 oo구청의 5급 사무관일 것이고, 또 누군가는 지역 대학인 xx대학의 대학 교수일텐데, 누가 누구일지 전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사실 면접을 보는 입장에서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연습한대로 걸어들어가 인사를 하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배정된 자리에 앉았다.
넓디넓은 면접장에 면접관과 3대1의 구도로 앉아있으니 꽤나 긴장이 되었다. 가운데 앉은 따뜻한 인상의 아주머니 면접관이 너무 긴장하지 말라고 웃으며 내게 말을 건네줬고, 덕분에 조금은 긴장이 풀어진 상태에서 면접 시험이 시작되었다. 당시 나는 면접 전에 작성하는 자기소개서에서 나를 소개하기를 '마라톤'이 취미이고, '마라토너같이 목표점까지 꾸준히 달려가는 인생을 살고 싶다.'는 취지의 내용을 적어 냈었다. 왠지 마라톤이 취미일 것 같은 마른 체형의 아저씨 면접관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내게 첫 질문을 던졌다.
"마라톤이 취미라고 했는데, 그 긴거리를 무슨 생각을 하면서 뛰어요?"
"저는 마라톤의 가장 큰 매력은 운동을 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달리기를 하면서 정해진 것 없이 평소에 하던 고민과 후회들을 천천히 상기시켜 봅니다. 그러다보면 그에 대한 해결방법이 생각나기도 하고 어떤 것은 '고민 거리도 아니었네.'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수많은 생각을 하며 달리다가 골인 지점에 가까워질 때 쯤이면, 머릿 속에 맴돌던 모든 잡념들이 사라지고 오로지 골인 지점에 어서 빨리 도달해서 완주의 기쁨을 만끽하고 싶단 생각만이 가득해집니다. 저는 그런 생각들을 하며 42.195km의 거리를 달립니다."
면접 준비와 별개로 평소에 많은 생각을 하던 주제였기 때문에 내 입에선 질문에 대한 대답이 술술 쏟아져나왔고, 질문을 한 면접관은 공감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끄덕해주었다. 첫 질문부터 대답을 잘한 것 같아 면접에 대한 자신감이 들었다. 이어지는 질문들에도 침착하게 내 생각만 잘 이야기하면 합격이 문제 없을 것 같았다.
이후 대여섯개 정도의 질문이 더 내게 주어졌고, 중간에 한 문제는 아예 모르는 것이 나와 솔직하게 모른다고 얘기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예상 범위 안에 있었던 문제들이라 별 문제 없이 답변을 하고 약 25분 간의 시간이 흐른 후, 면접관들에게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인사를 남긴 채 면접장 밖으로 천천히 걸어나왔다. 너무나도 긴장된 시간이었지만, 잘 끝내고 나왔단 생각이 드니 그 어느때보다도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집에 가서 깨끗이 씻고, 약 일주일 후에 발표될 최종 합격 발표만 기다리면 되는 것이었다. oo구청에서 집에 가는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내 스스로에게,
"참 고생했다. 이제 좀 쉬어도 될 것 같다."
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면접은 잘 본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고, 이용객이 거의 없는 평일 오후의 지하철을 타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PART 12에서 이어집니다!)
+ PART 12가 완결입니다. 끝까지 읽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