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8]나는 왜 공직에 들어왔을까...?

조금 지나서 쓰는 교행 일기

by 옹기종기

(PART 7에서 이어집니다!)


...집에 와서 채점을 해보니 잘 본 것도 아니고 못 본 것도 아닌 애매한 점수가 나왔다. 작년의 수도권 일반행정직의 합격선을 참고해볼 때, 내 점수대는 운에 따라 1, 2점 차이로 필기 합격을 하든, 아쉽게 탈락을 하든 둘 중 하나의 결과가 나올 점수대였다. 그래도 나는 시험 난이도에 비해 꽤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생각했고, 공단기 합격예측에 필기 점수를 입력해놓은 채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려 내 자신에게 끊임없이 주문을 걸고 있었다.


그 다음날부터 내 하루 일과는 온통 '공단기 합격예측'을 보는 것으로 채워졌다. 참고로 공단기 합격예측는 워낙 표본이 많아 웬만한 채용 규모가 있는 지역이면 대부분의 합불 여부는 꽤 정확하게 예측하는 공신력 있는 예측 프로그램이었다. 그 사이트의 하단에 있는 채팅창에서, 나는 ID '컷도사''작년합격자' 그리고 '10년차 장수생'과 열띤 대화를 나누며 내 등수가 유지되는 지 1분1초가 멀다하고 지켜보고 있었다. 다음 시험은 이제 10개월 후에나 있는 상황이었고 나가 놀고 싶은 마음도, 그렇다고 절망하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던 시기였다. 오로지 머릿 속엔,


'제발 합격하게 해주세요...' 라는 생각만 가득했다.


그런데 분명히 다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했었는데, 2017년 여름의 나에겐 그 말이 전혀 해당되지 않았었던 것 같다. 첫 날 합격확실권 언저리에 걸쳐 있던 내 점수는 날이 지나감에 따라 합격 유력권, 합격 가능권으로 점차 밀려났고, 시험일 이후 일주일이 지날 무렵 내 점수는 결국 채용 인원 기준 1배수 밖으로 밀려나버렸다. 이번엔 분명히 다를줄 알았는데... 결국 시험 점수만 조금 더 높아졌을 뿐, 작년과 똑같은 '불합격'이란 결과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길어진 수험 생활로 불어날대로 불어난 몸뚱이를 바라보며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이번엔 안되면 정말 안되는데...이게 아니면 이제 할 게 없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27살, 그 때의 어린 내가 그 해 지방직 시험의 결과를 받아든 후 충격에 빠진 것은 참으로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먼저 첫 해의 시험에서 큰 점수 차이로 떨어진 이후, 약 1년여 간, 고3 때의 그것보다도 더 열정적인 시험 공부를 했었다. 어떤 모의고사를 풀어도 합격권의 점수가 나왔고, 약점이었던 영어 점수조차도 꽤나 안정적인 점수가 유지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시험에서 떨어졌다. 물론 한 문제 차이도 안 나는 아주 미세한 차이였지만, 아무튼 불합격했다. 젊은 나이에 허송세월 해야할 시간이 1년 더 추가된 것이다.


또 설상가상으로 내가 마지막까지 시험을 치러갈까 고민하던,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 지역의 합격선은 내가 그 해 지방직 시험에서 받았던 점수에서 10점 이상이나 떨어진, 소위 '빵꾸'가 난 지역이 되었다. 당일 아침에 조금만 선택을 다르게 했어도 나는 2년째 필기 합격 한 번 하지 못한 바보가 아니라, 합격선보다 10점 이상 높은 점수로 합격한 상위권 합격자가 될 수도 있었다. 정말로 어떻게 이렇게 운이 안 따라주나 싶었다.


그렇게 절망에 빠진 채 유난히 뜨거웠던 2017년의 여름이 지나가고 계절은 슬슬 가을의 초입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런데 그 무렵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해 1년 먼저 대통령에 당선된 현 대통령이 연말에 생활안전분야의 '공무원 추가채용'을 실시할 거란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후 생활안전분야의 공무원 이외에도 비록 적은 숫자지만 일반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추가채용도 실시할 거란 기사까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지치기도 지쳤고 다음 시험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아 목표를 잃고 피시방이나 다니고 있던 나에게 하늘이 준 '마지막 기회'가 내려온 것만 같았다. 그 뉴스를 본 이후 나는 내 방 책꽂이에 쌓여 있던 기본서와 기출 문제집을 바리바리 싸들고 평소 가장 공부가 잘됐던 졸업한 고등학교 앞에 있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더 이상은 핑계가 없었다. 이번이 진짜 마지막 기회였다...


(PART 9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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