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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Jun 24. 2022

민원인인 것도, 공무원인 것도 벼슬이 아닙니다

대인배는 소인배와 논하거나 싸우지 않는다

 나는 공무원이지만 내 개인적인 사무를 처리하러 공공기관에 방문할 때에는 일시적으로 민원인의 신분이 되기도 한다. 같은 직종에 있는 입장으로서 그들의 고충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공무원이 아닌 한 명의 민원인으로서 공공기관을 방문할 때에는 담당자가 편하게 일처리를 할 수 있도록, 최대한 공손하고 배려심 있게 행동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같은 공무원 입장에서 가끔 나를 포함한 민원인들에게 불친절함을 넘어 '예의 없게' 구는 공공기관 근무자들을 보면 정말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들의 '책임감 없고 수준 낮은' 행동 하나하나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적은 임금을 받으며 살인성인 일하는 수많은 공무원들의 이미지에 '먹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 찾아간 공공기관의 근로자의 행동이 딱 그러했다. 공손하게 용무를 말하는 나에게 그 사람은 다짜고짜 짜증을 내고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다그치듯이 소리를 질러댔다.


 적어도 내가 거기 앉아 있는 그 사람에게 그런 취급을 받을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했기에, 최대한 그 사람에게도 내가 느꼈던 불쾌감을 그대로 느끼게 하고자 간만에 성질을 내고 눈을 부라렸다.


 있는대로 화를 내고 나니 순간적으론 당한만큼 갚아준 것 같아 속이 후련했지만 집에 오는 길에 나 역시도 똑같은 행동으로 맞받아쳤다는 게 부끄럽고 찝찝하게 느껴졌다.


 요즘 공무원들이 도를 넘은 민원인들의 행동 때문에 힘든 것은 사실이고, 나 역시 민원 상대에 지쳐 의원면직까지 하게 되었지만, 그게 잘못 됐다고 해서 공공기관 근로자가 민원인에게 예의 없게 함부로 구는 것이 정당화 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민원인인 것이 벼슬이 아니듯, 공무원인 것 역시 벼슬이 될 수는 없다.


 다짜고짜 성질 내기, 틀린 말 해놓고 끝까지 우기기, 싸가지 없는 말투로 응대하기 등... 누가 봐도 상식 밖인 행동들을 일삼으면서 공무원은 민원 땜에 힘들다고, 공무원 보호책이 필요하다고 아무리 외쳐봐 들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오늘 '민원인'의 신분으로 공공기관에 찾아간 나에게 잊지 못할 불쾌함을 선사한 그 분이 공무원인지, 요즘 늘어난 공공 일자리 근로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신의 행동 때문에 얼마나 많은 민원인들이 불쾌감을 느끼고 집에 돌아가는지, 또 얼마나 많은 공공기관 근무자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지에 대해 한 번쯤은 더 생각해보고 행동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 역시도,


 '대인배는 소인배와 논하거나 다투지 않는다.'


 공시생 시절 많이 들었던 전한길 샘의 말처럼 나를 화나게 하는 상대의 행동에도 슬며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내공을 갖기 위해 훨씬 더 노력해야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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