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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Jul 31. 2022

공무원에게 진급이란

30년 후, 나는 몇 급으로 퇴직할까?

 일반 회사에서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같은 식으로 조직의 직급 체계가 나뉘듯, 공무원 조직도 '9급(서기보)-8급(서기)-7급(주사보)-6급(주사)-5급(사무관)-4급(서기관)' 같은 식으로 조직의 직급 체계가 나뉜다. 공무원 조직의 직급을 일반 회사와 비교하자면 9급 시보가 인턴, 8,9급이 사원, 7급이 대리 정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 기관 내 업무 분장도 이러한 조직의 직급 체계에 따라서 이루어진다. 잡일이 많은 대신 업무 난이도가 높지 않은 8,9급 신규들의 자리와 잡다한 일은 많지 않지만 개별 업무의 난이도가 높은 7급 이상 베테랑들의 자리로 업무 분장이 구분되어 있다. 그래서 보통 편의상 '여기는 8급 자리, 여기는 7급 자리' 이런 식으로 직급에 따른 자리를 분류한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9급 막내가 막내 일도 하면서 6,7급이 해야할 팀의 모든 일을 도맡아 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아무튼 공무원 조직도 이처럼 일반 회사와 마찬가지로 급수에 따른 충분한 위계질서를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우리 공무원들에게 있어 이러한 직급 체계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결정 짓는 과정인 '진급'이란 이벤트는 과연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연공서열에 따라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것이니 모두가 진급에 별다른 관심이 없을까? 아니면 반대로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진급해야 일도 편해지고 월급도 많아지니 모두가 눈에 불을 켜고 진급에 달려들까? 오늘은 우리 공무원들에게 있어 하나도 안 중요한 것 같다가도, 또 너무나도 중요한 것 같기도 한 '공무원 진급'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해볼까 한다.


1. 9급 공무원은 몇 급으로 퇴직할까?


 우리는 힘든 공무원시험을 통과해 연수원을 거쳐 임용장을 받고 정식 공무원이 되고 나면, 그때부터는 조금씩 공시생이 아닌 공무원으로서의 삶을 설계하기 시작한다. 이에 따라 우리는 미래에 펼쳐질 '공무원으로서의 삶'에 대해 여러가지 방면으로 생각해보게 되는데, 무엇보다도 함께 일하는 선배들을 보며 자연스레 '나는 과연 몇 급으로 퇴직하게 될까...?'라는 생각을 먼저 해보게 된다.


 내가 있었던 기초지자체를 기준으로 9급으로 입직한 사람이 최대로 올라갈 수 있는 직급은 4급 서기관, 좀 잘 풀리거나 두각을 나타낸 사람들이 올라갈 수 있는 직급은 5급 사무관, 그리고 별다른 욕심없이 적당히 공직 생활을 한 사람들이 올라갈 수 있는 직급은 6급 주사였다. 다시 말해, 적어도 직급명에 '관()'자가 붙는 고위 공무원으로 퇴직하려면 적어도 남들보다 앞서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기초지방자치단체를 기준으로 봤을 때, 조직 구성원 중 4급 이상 공무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보통 1%를 넘지 않는다. 7급 출신이 거의 없는 기초지자체 특성상 9급 출신으로 들어온 사람들 중 단 1%만이 4급 서기관 이상의 직급으로 진급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9급 출신으로서 사실 4급 서기관은 고사하고 5급 사무관만 달고 퇴직할 수 있어도 굉장히 성공적인 공직 생활을 보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평범한 9급 출신 공무원들은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 채 평균적으로 6급에서 더 올라가지 못하고 정들었던 조직을 떠나게 된다.


2. 어떤 사람들이 진급을 할까?


 공무원 관련 기사의 댓글이나 공무원 관련 커뮤니티의 게시물을 보다 보면 흔히들 공무원 진급에 대해서 말하길, 업무 능력이나 개개인의 역량은 공무원 진급에 있어서 전혀 중요한 요소가 되지 못하고, 해당 공무원이 줄을 어디에 서느냐에 따라 혹은 소위 끗발 있는 사람들에게 아부하는 능력이 어느정도 되느냐에 따라 100% 진급 속도가 좌우된다라고들 이야기한다. 물론 이러한 의견들을 완전히 틀린 이야기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일행과 교행을 모두 경험해본 현직 공무원 입장에서 봤을 땐, 실제 공무원 조직에서 진급하는 사람들의 사례와 위에서 언급된 진급 관련 의견들 사이에는 꽤나 큰 간극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느 조직에서나 그렇듯 공무원 조직에서도 역시 높은 자리에 올라가려면 실력과 인간관계 두 가지가 모두 충족되어야한다. 실력이 있다고 하여 독단적으로 조직 생활을 해나가서도 안되고, 반대로 윗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고 해서 자신이 맡은 일의 처리를 서투르게 해서도 안 된다. 그만큼 공무원 조직에서 높은 자리까지 진급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본인이 업무 처리 능력이 없으면 아무리 아부를 잘한다고 하더라도 일단 윗사람들의 신임 자체를 얻지 못한다. 그러면 그 사람은 소위 끗발 있는 부서에 갈 기회 자체를 얻지 못하고 평생 몸으로 때우는 민원 부서만 맴돌며 고생만 하다가 공직 생활을 마감하게 된다. 반대로 본인이 아무리 업무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윗사람들과의 인맥 형성에 공을 들이지 않는다면 수직적인 것으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공무원 조직의 특성상 진급 심사 시에 진급 여부를 결정 짓는 윗사람들의 선택을 받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아무리 진급 심사가 공정하게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결국 이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고, 그 중에서도 직원들의 고과를 산정하는 기준이 애매모호한 공무원 조직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3. 꼭 진급을 해야할까?


 나를 포함한 요즘 MZ세대 공무원들을 보고 있으면 확실히 기존의 기성 세대와 다르게 진급에 대해 별다른 욕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조금만 버티면 7급 진급이 눈 앞에 다가올 상황에서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나와 다시 9급 신규와 같은 신분으로 새로운 조직에 들어왔다.


 이는 아마도 현 세대의 눈으로 봤을 때 공무원의 빠른 진급이라는 것이 들이는 노력에 비해 얻는 것이 별로 없는 모습으로 비춰졌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동기들보다 빠른 진급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공무원으로서의 기본적인 업무 능력도 갖추고 있어야 하고, 윗사람과의 관계(술자리)도 끊임없이 신경써야 하고, 나한테만 주어지는 어려운 일도 군말없이 척척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설사 이 모든 것이 충족된다 하더라도 운때가 맞지 않아 진급 자리가 나지 않으면 나의 진급은 차일피일 기약없이 미뤄지기만 할 뿐이다. 생각만 해도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어찌보면 현 MZ세대가 애초에 진급을 포기하고 마이웨이로 가고자 하는 것은 참으로 현명하고도 당연한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도 언젠간 나이를 먹고, 언제나 아랫 사람으로 일하는 게 편하기만 할 수는 없는 것이기에 아무리 진급에 관심이 없더라도 적어도 '남들하는 만큼은 해야 하는' 게 바로 공무원들의 진급이라고 생각한다.


 공직에서 일하다 보면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다. 주무 팀장과 과장이 함께 시험을 본 동기이거나, 혹은 팀장보다 차석의 나이가 훨씬 더 많거나 하는 경우다. 물론 이런 경우에도 두 사람의 사이가 좋거나 두 사람 모두 서로를 배려하는 성숙한 인성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별다른 문제가 없겠지만, 윗 직급에 있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성격에 하자가 있거나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고 싶어하는 타입의 사람이라면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 입장에선 같이 일하는 동안 상당한 비극이 지속될 수도 있다.


 공무원 개인의 입장에서 이러한 비극을 겪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적어도 동기들보다 뒤처지지 않을 만큼은 진급을 하는 방법밖엔 없다. 7,8급때 친하게 지냈던 동기들이 나보다 먼저 6급 승진을 하고 내가 있는 부서의 팀장으로 왔을 때, 그들이 반드시 나와 같은 직급이었을 때와 같은 모습을 보이리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경험이 없는 초보 팀장의 어리숙함을 감추기 위해서라도 자신과 경력이 비슷한 사람을 의도적으로 괴롭히려 할 수도 있고 혹은 의도적으로 배제하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진급을 위해 내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적어도 최소한의 노력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 노력의 정도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무리 없이 처리하고, 가끔 하는 부서 회식에 꼬박꼬박 참석하며, 억울하고 화나는 일이 있어도 조직 내에서 최대한 적을 만들지 않기 위해 신경 쓰는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4. 마치며


 지금까지 공무원 진급에 대한 몇 가지 사실들에 대해 이야기해봤다. 물론 내가 앞서 이야기한 내용들과는 다르게 공무원 진급이 모든 공무원들에게 있어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꼭 진급을 하지 않아도 공무원은 만 60세의 정년을 채울 수 있으며, 실제로 많은 공무원들이 진급에 완전히 관심을 끊고 적당한 공직 생활을 영위하며 가정과 육아에 대부분의 신경을 쏟기도 한다. 그 점이 일반 회사와 구분되는 공무원이란 직장의 주요 장점으로 꼽히는 것 역시 모두가 동의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공무원 조직이 수직적이고 답답한, 전형적인 관료제 중심의 조직 체계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 역시 우리는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형태가 조금씩 모습을 바꿔가며 지속될뿐 이러한 공무원 조직의 본질적인 특성은 우리가 퇴직하는 그 날까지 결코 변하지 않을 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나 스스로가 나 자신의 성향을 판단했을 때, 나는 어느정도 남들보다 위에 선 입장에서 조직을 운영할 자신이 있다거나 혹은 죽어도 나보다 못한 사람 아래에서 성질을 죽여가며 일할 자신이 없다고 한다면, 굳이 웰빙만을 따지는 공직 생활을 하기보다는 당장은 고생스러워도 향후 10년, 20년 후의 편안한 공직 생활을 위해서 조금씩은 적당한 진급을 위해 노력해보는 것도 한 명의 공무원으로서 선택할 수 있는 좋은 방향의 선택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진급을 완전히 포기하고 마이웨이로 공직 생활을 해나가는 것에 명확한 장점이 있듯이 적당한 타협을 통해 적당한 진급을 하며 공직 생활을 해나가는 것에도 고유한 장점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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