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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Jul 09. 2022

공무원 임금 동결, 이게 최선이야?

공무원인 게 죄는 아니잖아...

 설마했던 내년도 공무원 임금 동결이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농담식으로 '편의점 알바보다도 못 받는 9급 공무원'이란 말이 이제는 현실이 되었다. 자조섞인 농담으로만 웃어 넘기기엔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에서는 국가의 재정 위기에 따른 고통 분담을 위해 공공이 먼저 '솔선수범' 해야한다고 한다. 공공기관의 임금 동결은 '개혁의 상징' 같다고도 한다. 마치 국가가 어려운 상황에 공공기관 근로자가 임금 상승을 요구하면 국가의 개혁과 발전을 저해하는 집단으로 낙인 찍혀도 된다는 뉘앙스의 이야기로 들린다. 참 힘이 빠지는 이야기다.


 정부의 차가운 태도보다 더 슬픈 건 일반 대중들의 반응이다. 7,8,9급 하급 공무원들이 아무리 힘들다고 아우성을 쳐도 공무원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은 우리 공무원들을 '생산성 없는 세금 도둑' 쯤으로 치부해버린다. 월급 적은 거 모르고 들어갔냐, 너네 없어도 할 사람 줄섰다, 잘난 척하더니 꼴 좋다, 쌤통이다...


 심지어는 최근 급격하게 늘어난 저연차 공무원들의 의원면직과 극단적 선택 등을 바라보며 공무원 조직의 처우가 더 급격하게 나빠져야 능력 있는 인재들이 민간으로 나와 나라 발전에 더 기여할 수 있으니, 지금 같은 추세가 나라 전체적으로 보면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는 이야기까지 공공연하게 들려온다.


 하루가 멀다하고 내뱉어지는 이런 말들 속에는 진상 민원에, 코로나19 방역에, 시도때도 없이 터져나오는 산불과 풍수해에 밤낮없이 일하고 고통받는 공무원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고마움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일까.


 사실 나는 공무원 전체 인건비를 동결한 것보다도 고위 직급, 하위 직급할 것 없이 전체 공무원들의 인건비를 '일괄적으로' 동결한 게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백번 양보해서 공무원들의 역할에 비해 국가가 지출하는 비용이 너무 크다고 생각되면, 한데 모아서 임금을 깎을 것이 아니라, 일 안하고 조직의 효율성을 해치는 사람, 자신의 역할에 비해 너무 많은 보상을 받아가는 사람, 이런 이들을 먼저 가려내고 나서 이들의 임금을 먼저 손본 후에야 전체 임금을 삭감하니 마니 논의를 하는 것이 순리에 맞는 것이 아닐까?


 소위 '철밥통'이란 이유로 대놓고 업무태만 하는 이들을 어찌하지 못해서 조직 내에 이미 이곳저곳 구멍이 뚫려 쓸데없는 비용이 줄줄 새고 있는데, 그나마 조직을 굴러가게 하는 사람들의 임금까지 일괄적으로 삭감해버리면 대체 누가 나라를 믿고 나라를 위해 일을 하겠느냐는 말이다.


 그래서 이 나라를 고용주로 둔 한 명의 근로자로서 이 말만큼은 꼭 전하고 싶다.


 그렇게 우리 공무원들의 인건비가 나라에 발전에 해가 된다면, 그래서 반드시 공무원 인건비에 칼을 대야만 한다면, 이렇게 단순히 공무원 전체의 임금을 동결 혹은 삭감할 것이 아니라, 일안하고 조직에 해가 되는 공무원들은 과감하게 쳐내고, 밤낮없이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에게는 진급이 됐든 월급이 됐든 그 수고에 따른 보상은 확실히 받을 수 있는 그런 환경부터 먼저 갖춰줬으면 좋겠다.


 일안하고 뺀질거리는 사람이나 공직자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온 힘을 다해서 일하는 사람이나 똑같은 월급을 받고 똑같이 진급하는 현재의 상황 속에서, 단지 나라의 재정 상황이 어렵다는 이유로 모두가 이렇게 똑같은 불이익을 받게 되는 상황이 계속 된다면, 나라를 위해 성심성의껏 일하는 공무원은 조만간 이 나라에 단 한 명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힘들게 공부하고 들어온 것에 대한 보상을 받으려는 것도 아니다, 하위직 공무원의 월급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막무가내 징징대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일한만큼 인정 받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는 지극히 당연한 형태의 직장에서 일하고 싶을 뿐이다. 적어도 그런 약간의 관심과 변화만으로도 침체될대로 침체되고 비효율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 우리 공무원 조직이 좋은 방향으로 빠른 시간 내에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공무원들을 나라가 원하는대로 주무를 수 있는 만만한 존재로만 보지 않고,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노력하는 귀한 존재로 생각하고 그에 따른 조직에 대한 올바른 관심과 고민을 조금이나마 기울여줬으면 좋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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