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옹기종기 Jun 10. 2022

직장에선 아픈 것도 가끔은 죄가 됩니다

직장에서 몸이 아플 때 대처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

 요 며칠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가 겹쳐 감기몸살을 심하게 앓았다. 다행히도 자가검진키트로 직접 실시한 코로나19 검사 결과는 음성이 나와 출근하는 것을 포함해 이번 주에 예정 됐던 스케줄을 모두 문제없이 소화할 수는 있었지만, 만약 조금만 더 아팠더라면 꼭 코로나19 확진이 아니었어도 행정실로 출근조차 못할 뻔 했다. 그만큼 오랜만에 제대로 또 갑작스레 겪은 감기몸살이었다.


 이처럼 나를 포함한 모든 직장인들의 몸이 언제나 강철 같을 수만은 없기에, 누구나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1년에 적어도 한두 번쯤은 감기가 됐든, 소화불량이 됐든 피치 못할 증상으로 인해 병가를 쓰거나 조퇴를 해야하는 상황을 반드시 겪기 마련이다.


 나 역시도 이번 감기몸살을 앓으면서, 도저히 사무실 책상에 앉아있기가 힘들정도로 감기 증상이 심해서 어쩔 수 없이 병조퇴 2시간과 연가 하루를 사용했다. 덕분에 출근해서 일하는 시간만큼은 단 한 순간의 휴식 시간도 없이 초집중해서 일처리를 해야했다.


 물론 성향에 따라서는 이렇게 사무실 자리를 비우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도 을 것이다. 하지만 나같은 경우에는 전에 동사무소와 구청에서 일할 때부터도 내 몸이 아파서 누군가가 내 업무를 하루든 이틀이든 대신 도맡아 처리해야된다는 사실 자체를 정말이지 끔찍할 정도로 싫어했다.


 내가 경험해본 바에 의하면 적어도 공무원 조직에서만큼은 이유가 어찌 됐든 간에 한 사람이 갑작스레 자리를 비우면 그 부재의 여파가 같은 팀 동료들에게 꽤나 강하게 전달된다.


 다른 조직에 비해 공무원 조직에서 유독 누군가의 부재가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공무원 조직의 업무분장 스타일상 개인이 고유하게 맡은 업무는 아무리 같은 팀 동료라고 하더라도 100% 알고 있을 수도 없고, 또 그 업무들의 대부분이 '민원'과 관련된 일들이기 때문에 옆의 동료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일처리를 하다가 큰 민원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부담감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부터도 나와 같은 팀에 있는 사람이 몸이 아파서 며칠 혹은 몇 주 간 자리를 비워야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입으로는 그 사람의 건강을 걱정하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그 사람이 해야될 일을 그 사람이 없는 기간동안 처리해야한다는 사실 때문에 본능적인 짜증이 올라오곤 했다. 물론 입 밖으로 절대 낼 수는 없는 종류의 생각이긴 하지만 말이다.


 내가 2018년에 처음 동사무소로 발령이 나 갖은 우여곡절을 겪고, 종래에는 의원면직 후 재시험까지 치는 과정을 겪으면서, "아 그래도 내가 사회 초년생의 단계에선 그래도 한 발자국 벗어났구나..."라고 느끼게 된 결정적 계기는 어느 순간부터 내가,


'직장은 내 집이 아니다. 또한 직장 상사와 동료들 역시 내 부모나 연인, 그리고 친구들과는 분명 다른 존재이다.'


 라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체득했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직장'이란, 먹고 살기 위해 가야만 하는, 가족이나 친구 집단과는 다르게 그저 '인위적으로' 형성된 집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렇기에 냉정하게 말해서 그들에게 내 개인적인 사정을 이해해주길 바라는 것은 어쩌면 조금은 '욕심'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것이다.


 A라는 사람이 A라는 자리에 발령이 나 A라는 직책으로서 할 일을 착실히 수행한다. 그것이 직장과 직장 동료가 A라는 사람에게 바라는 유일한 모습이다. 내가 느낀 직장에서의 인간 관계란 사실 그뿐이다.


 물론 실제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내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상사나 동료와의 관계가 결코 저렇게 냉혹하게 흘러가지만은 않을 것이다. 비록 일로 얽힌 관계이지만 오랜 시간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그들은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기도 하고, 또 내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훌륭한 스승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언제나 내 마음 같지만은 않을 것이기에, 또 기대가 큰 사람에겐 반드시 그만큼의 실망과 아픔이 찾아오는 법이기에, 나는 오늘도 자연스레 아픈 몸을 이끌고 직장으로 출근할 준비를 한다. 그리고 최대한 기침을 참아가며 내가 해야할 일을 꾸역꾸역 처리한다. 그러다 8시간이 지나 퇴근 시간이 되면 웃는 얼굴로 동료들에게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와 'A라는 직책으로서의 내'가 아닌 '나라는 사람 자체'를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의 품으로 돌아온다.


 그것이 적어도 '사회 초년생에서는 벗어난 듯한' 내가 알고 있는 한, '직장에서 몸이 아플 때 대처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이전 03화 공무원도 상처받는 똑같은 사람입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