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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Jun 29. 2022

내가 공무원이 된 것을 후회하지 않는 이유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로 삶을 살아가기

 얼마 전, 대학 시절 동기의 결혼식이 있어서 충무로에 있는 한 결혼식장에서 오랜만에 대학 동기들과 만나고 왔다. 다들 이런저런 사정들로 바쁘게 지낸 까닭에 이렇게 동기들이 모두 모이게 된 것은 거의 대학 졸업 이후 6년 만이었다.


 우리는 대학생 시절의 풋풋했던 기억들을 안주 삼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눴다. 서너 시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잠시나마 20대 초반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꼈다. 다들 조금씩 얼굴에 주름이 지고 살이 붙었을 뿐, 여전히 함께 신입생 OT에서 쭈뼛거리며 인사를  수했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나는 그 날 모임에서 한 친구에게 참 기분 좋은 이야기를 하나 들었다. 내 얼굴이,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대학 시절보다 훨씬 편안하고, 여유있어졌다는 거였다. (ㅎㅎ)


 대학 시절보다 운동도 덜해서 몸매도 안좋아졌고, 살도 10kg 가까이 쪘고, 피부도 20대 때의 그것보단 확실히 안좋아진 게 분명한데 뭣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 같냐고 나의 외모 변화에 대해 칭찬해준 그 친구에게 되묻자, 그 친구는 내 객관적인 외모가 더 나아진 건지는 솔직히 모르겠는데, 그냥 눈에 보이는 것 말고 뭔가가 예전보다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말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그 말을 듣고는 속으로 기분이 엄청 좋았지만, 민망하기도 하고 들뜬 기분을 굳이 내비치고 싶지도 않아서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충 대화를 마무리짓고 다른 주제로 방향을 돌려버렸다.


 이렇게 오랜만에 만나는 주변 사람들에게서 '얼굴이 편안해졌다, 여유가 있어졌다, 자신감 있어졌다.'라는 류의 칭찬을 듣는다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다. 누군가에게 그런 이야기를 듣는 다는 건 적어도 몇 년 전의 나보단 지금의 내가 조금 더 성장했고, 더 행복한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징표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 얼굴이 변한 것만큼이나 지난 6년 간 내겐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대학 졸업 후 공무원이 되기로 마음을 먹었고, 오랜 시험 준비 끝에 첫 번째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현실에서 맞닥뜨린 공무원 세계는 내 상상 속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고, 그 어느 때보다도 깊은 고민 후 사표를 내던지고 힘들게 들어간 첫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다시 시험을 쳐 두 번째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고, 새롭게 발령 난 직장에서 다시 6개월 차 신규가 되었다. 다사다난하다면 다사다난했다고 말할 수 있는 지난 6년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의 여러 지점에서 피치 못할 선택의 순간에 처하고, 그 선택은 거의 반반의 확률로 맞거나 틀린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옛 어른들의 말씀처럼 사람이란 결국 자신의 선택에 믿음을 가지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존재일뿐, 최종적인 결과가 성공이 될지, 실패가 될지까지 결정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닌 것이다.


 돌이켜보면 대학 시절의 나는 그 당연한 진리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내 삶에 일어나는 모든 결과가 하나같이 나의 선택 혹은 노력에만 달려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랬었기에 작은 성공에도 지나치게 자만했었고, 작은 실패에도 지나치게 낙담했었다.


 그러다보니 우월감과 열등감이 번갈아가며 나를 지배했고, 일상적인 순간 하나하나에도 매일이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웠다. 아마도 대학 시절 친구들의 눈에 나의 그런 불안한 모습이 어느정도는 비쳤으리라.


 하지만 6년이란 시간이 지나 여러 번의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고 나니 자연스레 인생이란 결국 아무리 발버둥쳐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조금은 깨닫게 되었다. 그렇기에 이제는 작은 성공에도 감사히 여기며, 큰 실패가 나를 덮친다 하더라도 위기의 순간이 찾아왔음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결코 그 실패와 고통에 대해 내 스스로를 자책하지 않는다.


 그 친구의 말처럼 정말 내가 대학 시절에 비해 더 편안하고 여유있는 사람이 된 것이라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부터 지금의 직장에 다니기까지의 다사다난했던 경험 덕택일 것이다. 쉴새없이 반복된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켜켜이 쌓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렇기에 공무원으로서 살아가면서 가끔 힘든 일이 찾아와도 나는 결코 공무원이 되기로 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적어도 그 당시의 나는 내 선택에 믿음을 가졌고, 그 선택을 실패가 아닌 성공으로 만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노력을 다했었기 때문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지난 과거의 일은 하늘에 맡기고 다가올 내일을 위해 내게 주어진 오늘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그럼 그걸로 족할 것이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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