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옹기종기 Jul 25. 2022

공무원 6급 팀장, 그들에 대해서

초보 관리자 혹은 베테랑 실무자

 어떤 조직이든 일반적인 회사의 조직 구성원은 크게 관리자 집단과 실무자 집단으로 나뉘어 진다. 실제로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론적인 관점으로만 봤을 때는 관리자가 전체적인 틀을 짜고 구성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등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가지는 역할을 주로 맡는다면, 실무자는 반대로 관리자가 짠 큰 틀 안에서 잡다하고 귀찮은 일을 도맡아 하지만 권한이 적은 만큼 책임도 적은 역할을 주로 맡는다.


 이러한 역할 분담은 공무원 조직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로 이뤄진다. 물론 요즘 공무원 조직이 9급 신규 공무원들에게 '권한 없는 책임'만을 옴팡 뒤집어 씌워 그들이 공직을 그만두게 하거나 심한 경우에는 안타까운 선택을 하게 하는 등의 뉴스를 보고 있으면, 위에서 말한 관리자와 실무자 간의 이론적인 역할 분담이 공무원 조직에서 올바르게 실현되고 있는지에 대해 솔직히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튼 표면적으로는 공무원 조직 역시 다른 조직과 마찬가지로 관리자/실무자라는 2가지 구분으로 조직이 구성되어 운영되고 있다.


 오늘은 이 공무원 집단의 관리자들 중 우리 실무자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고 또 가장 많은 구성원수를 가지고 있는 '공무원 주사' 즉, '6급 팀장'들에 대해 한번 이야기해볼까 한다.


 앞서서도 이야기하였지만 대부분의 9급 공무원 출신들이 소속되어 일하고 있는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는 '6급 주사'라는 계급을 기준으로 관리자와 실무자의 경계가 나뉘어진다. 현재 지방직 일반행정직 기준으로 9급으로 입직한 후 7급 진급까지 약 5~6년, 7급에서 6급 진급까지 약 8~9년정도가 평균적으로 소요되니, 평범한 공무원들의 경우 6급 무보직 기간을 포함한다 하더라도 최초 입직 후 약 16~18년 정도면 가장 초급 단계의 관리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6급 팀장'들은 공무원 조직의 관리자 집단 중 가장 아랫 부분을 차지하고, 또 그만큼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재밌는 건 이러한 6급 팀장들의 스타일은 그 사람이 어떤 성향의 사람이냐에 따라 꽤나 극명하게 나뉜다는 것이다. 5급 이상의 사무관들은 그래도 대부분의 경우 어느정도의 승진 욕심과 업무 능력이 뒷받침 되어 그 자리까지 올라갔다는 공통점이 있는 반면, 6급 팀장들은 승진 욕심과 업무 능력의 유무와 관계없이 순서의 차이만 있을뿐 정상적인 루트로 입직한 공무원들이라면 누구나 밟을 수 있는 자리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통점을 찾기 힘든 가지각색의 모습들을 보인다.


  아직 실무자 때의 습관이 몸에 남아있어 팀원들이 잘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이나 업무 등을 관리자가 아닌 '베테랑 실무자'로서 도맡아 처리하는 팀장이 있는 반면에, 버티고 버티다 드디어 팀장이 됐다! 라는 생각으로 5급 과장급이나 4급 국장급보다도 일을 안하려 드는 팀장들도 다수 존재한다.


 주로 6급 팀장이 되고도 실무에 적극적인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40대 초중반 정도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팀장 보직을 받아 향후 자신이 하기에 따라 5급 혹은 4급까지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위치에 서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여전히 20년 이상 공직생활을 할 수 있기에 조직 내에서의 본인의 평가에 꽤나 민감하게 반응하며 '일 잘한다, 능력있다' 등의 업무와 관련된 긍정적 피드백에 은근히 만족감을 얻는다.


 반면 별볼일 없는 처지에서 그럭저럭 공직 생활을 보내다가 퇴직 직전의 늦은 나이에 팀장 보직을 받은 부류의 사람들은 어차피 더이상의 진급은 불가능하고 또 일을 대충한다고 해서 보직을 박탈 당하거나 할 일도 없기 때문에 꽤나 많은 이들이 업무 수행에 있어 의지가 전혀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괜히 우스갯소리로 '진급 포기한 6급 팀장'이 구청장보다도 무섭다라는 말이 있는 것이 아니다. 심한 경우에는 정말 출근해서 앉아만 있어줘도 고마울 정도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도 종종 목격된다.


 문제는 이들이 실무를 하는 실무자와 5급 사무관 이상의 고위급 관리자를 중간에서 연결해주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매끄럽게 수행해야하는 매우 중요한 임무를 띠고 있다는 데에 있다. 6급 팀장들의 결재가 없으면 7~9급 실무자들이 열심히 작성한 문서들은 그 위의 과장, 국장 결재 라인까지 도달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라도 이들과의 사이가 수틀려서 이들이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며 결재 라인을 꽉 막고 있으면, 일처리도 쉽게 안될 뿐더러 하루 아침에 해당 실무자는 조직 내에서 '능력 없는' 직원으로 낙인 찍힐 수도 있다. 5급 이상의 과장, 국장들은 워낙 데리고 있는 부하직원들이 많기 때문에 일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깊게 판단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실무자들 입장에서는 어떤 국장을 만나느냐, 어떤 과장을 만나느냐보다 '어떤 팀장을 만나느냐'에 따라 해당 부서에 있는 동안의 공직 생활의 난이도가 결정나게 된다. 매 인사발령 때마다 업무 능력도 뛰어 나고, 인성도 잘 갖추어져 있고, 부하 직원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주는 완벽하고 이상적인 팀장들만을 만나게 된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가 없겠지만 우리는 대부분 정상적인 팀장, 무난한 팀장, 최악의 팀장 3부류의 사람들을 번갈아 가며 만나며 실무자로 일하는 15년에서 20년 사이의 기간을 보낼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우리들 역시 몇 년의 시간이 흐르면 좋든 싫든 지금 우리에게 무한한 감사함 혹은 지독한 스트레스를 선사하는 저들 6급 팀장들과 같은 위치에 서게 되는 날을 조만간 마주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들이 보여주는 지금의 모습이 곧 몇 년 후의 우리들이 마주해야할 우리들의 모습이다. 우리는 그 점을 실무자로 근무하는 내내 잊지 않고 반드시 기억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상대함에 있어 그들 역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직장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조금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봐주려 노력하고, 또 우리 역시 조만간 그들과 같은 입장에 놓여 그들이 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우리가 그들의 자리에 갔을 때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의 팀장'이 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조금씩 준비해나가는 것이 현명한 직장 생활을 위해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이전 06화 공무원 임금 동결, 이게 최선이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