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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Aug 07. 2022

철밥통 공무원이지만 불안한 이유

삶의 안정감은 어디서 오는가

 흔히들 공무원이란 직업의 가장 큰 장점을 '안정감'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직업적 안정감이라는 것을 얻기 위해 수많은 청년들은 여전히 공무원이란 직업의 치명적인 단점들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서실에서 또 도서관에서 밤낮없이 공무원 시험 준비에 매달리고 있다. 나 역시 이러한 과정을 거쳐왔고, 2년여간의 길고 긴 수험 생활이 끝나고 처음 공무원이 되었을 땐 적어도 직업의 안정성에 대해선 더이상의 고민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몇 년째 공무원 생활을 하다보니 요즘 들어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직업에 대한 불안한 감정들이 조금씩 싹트고 있다. 공무원이 됨으로써 겉으로 보이는 직업적 안정성이 갖춰진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공무원이란 조직에 갇히게 됨으로써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통해 갖춰지는 한 개인으로서의 본질적인 내면의 안정성은 점차 무너져 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과연 공무원이란 울타리를 벗어난 나라는 사람은 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철밥통 공무원이라는 핑계로 사회인으로서의 내 능력 부족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2년 전 나와 함께 일반행정직 공무원을 같이 그만둔 친구는 자신이 공무원을 그만두는 이유에 대해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우리가 20대란 젊은 나이에 공무원 시험 준비에 목매달게 아니라 하다못해 음식점에 가서 서빙을 배웠든 공사장에 가서 자재 나르는 법을 배웠든 조금이라도 생존에 필요한 능력과 기술을 배웠더라면 그 투자한 시간만큼의 경력을 인정 받아 어디에 가서든 생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었을 거라고. 하지만 지금 우리는 공무원이란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밖으로 나가게 되면 그 어떤 기술이나 능력도 갖추지 못한 무능력자에 불과하다고. 그래서 자기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조금이라도 빨리 이곳을 그만둔다고 말이다.


 처음 그 말을 듣고 함께 구청 총무과에 사직서를 제출할 때만 하더라도 그 친구의 저 말이 나에게 그렇게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었다. 단지 자신이 공무원이란 직장에 대해 얼마나 큰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지를 설명하기 위한 과장된 표현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퇴사 후 공무원 조직을 완전히 떠나버린 그 친구와는 다르게 결국 공무원 조직을 떠나지 못하고 또다시 다른 직렬의 공무원이 되어 일하고 있는 현재의 내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이제야 그 친구가 했던 그 말의 뜻을 조금은 알아챌 수 있을 것 같다.


 그 친구의 말대로 나는 공직 생활을 시작한지 어느덧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누구에게도 당당히 나는 이러이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라고 말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단지 직장에 의미를 두지 않는 법, 제정신이 아닌 민원인과 상사에게 대처하는 법, 조직 내에서 튀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는 법 등을 배웠을 뿐이다. 그 사이 처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때 26살이었던 내 나이는 어느덧 32살이 되어 버렸다. 잘리지 않는 직장인 공무원이 되어 다른 직장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직업적 안정감을 얻은 것도 사실이지만, 같은 이유로 시키는 일만 문제없이 처리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에 사로잡혀 자기계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치명적인 게으름을 얻은 것 역시 사실이다. 그 불편한 진실이 어느새 공무원으로서의 삶에 익숙해져 버린 지금의 나를 조금씩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사실 나의 이러한 '사회인으로서의 도태'에 대한 불안감은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않는 이상 시간이 지나 갈수록 조금씩 커져 갈 수밖엔 없을 것이다. 공무원으로서의 내가 멈춰 있는 것과는 별개로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 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려 마음 먹었던 2016년도와 지금만 비교해 보더라도 사회의 정말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대표적으로 지난 몇 년 사이 '신의 직장'이라 추앙받던 공무원이란 직업은 어느새 '생산성 없는 문과생들의 최후의 보루'로 전락해버렸다. 기존의 가치관은 폐기되고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가치관이 우리의 생활 속에 자리 잡았다. 이러한 사회의 변화 속에서 단지 철밥통 공무원이란 이유로 자칫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게 된다면, 아무리 정년이 보장된 직장을 다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약육강식의 사회 속에서 도태되어 버리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인해 나는 이제부터라도 비록 철밥통 공무원의 신분이지만, '공무원이 아닌 나'로서도 이 험난한 세상에서 충분히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보려고 한다. 오롯이 나만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을 갖추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 방법은 지금처럼 글을 쓰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고, 어학 능력을 키우거나 남들이 쉽게 갖지 못하는 자격증을 따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공무원이 아닌 나'로서도 이 험난한 세상에서 충분히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 또 언젠간 지금의 이 불안감을 완전히 떨쳐 버릴 수 있을까. 나와 함께 공무원을 그만뒀던 그 친구의 말처럼 지금부터라도 이 공무원이란 직장의 안정감이 내게 족쇄가 될 수도 있다는 걸 깨닫고 나만의 능력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아가야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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