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 마음속 방 정리

좋지 못한 기억들을 관리하는 방법

by 옹기종기

주말을 맞이해 방안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블로그와 브런치에 올릴 글을 쓰고 있는데, 문득 이것저것으로 채워져 있는 내 방안의 풍경이 시야 속으로 들어왔다. 몇 년 전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할 때 구입한 독서실용 책상을 비롯해 스탠드 조명, 방향제, 독서대, 달력, 선물 받은 오르골, 필통, 볼펜과 샤프, 지우개, 여자친구와 찍은 사진, 대학생 시절 사모은 몇 권의 책 등등 수많은 잡동사니가 내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여전히 잘 사용하고 있는 물건들도 있는 반면, 저게 왜 여기 있지? 라는 생각이 드는 물건 들도 꽤나 많았다. 각각의 물건들은 어질러진 듯하면서도 정돈된 모습으로 각자의 자리를 조용히 지키고 있었다.


내 방안에 여러 물건들이 저마다의 이유를 가지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처럼, 내 마음 속의 방안 역시 기쁨과 슬픔, 성취와 좌절, 분노와 죄책감 등 여러가지 형태의 기억과 감정들로 빼곡히 들어 차 있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몇 번의 이사와 정기적인 대청소로 인해 실제 내 방안의 물건들은 그 쓰임을 다할 때마다 어느 정도씩 내 시야에서 사라져갈 수 있었지만, 내 마음 속의 기억과 감정들은 내 의지와는 다르게 여전히 내 마음 어느 한 구석에서 형태만 바꾼 채, 고스란히 쌓여 있다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그곳에 쌓여 있는 기억과 감정들은 쓰지 않는 방안의 물건들을 쓰레기통에 툭 던져 버리는 것과는 다르게 버리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하더라도 마음대로 치워버릴 수는 없는 존재들이다. 아무리 그것들이 내 정신을 사납게 하더라도, 나는 그것들을 마음 속에 품은 채 남은 인생을 살아가야만 한다. 애써 잊으려 지우려 노력할수록 좋지 못한 기억들은 오히려 더 내 머릿속을 어지럽힐 뿐이다. 그렇기에 나는 실제의 방을 정리하는 것보다 훨씬 더 주기적으로, 또 훨씬 더 적극적으로, 내 마음속의 방을 정리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야할 것이다.


실패의 기억들은 한데 모아 '자만심이 들 때마다 열어볼 상자'에 담아 한 구석으로 치워놓는다. 남에게 상처받은 기억들은 한데 모아 '누군가와 싸웠을 때 열어볼 상자'에 담아 그 옆에 쌓아놓는다. 같은 방법으로 부끄러웠던 기억들, 억울했던 기억들 역시 용도에 맞는 상자에 넣어 그 옆에 나란히 쌓아놓는다. 이렇게 조금씩 정리해 놓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이 방과 내 마음속의 방. 두 방 모두 어지럽혀지지 않도록 여유가 될 때마다 조금씩 정리정돈하는 연습을 해둬야겠다.


(사진 출처: pixabay 무료 이미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가 우울에 대처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