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 첫 번째
그들의 차에 올라탔다. 차 안에는 낯선 사람 세 명이 타고 있었다. 그들은 좋은 사람이어야만 했다. 나는 이미 차에 올라탔으므로, 그렇다는 쪽에 승부수를 던진 셈이었다. 약간의 긴장을 거머쥔 채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야기 속에서 우리의 서로의 다른 점이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더. 하루종일 함께할 이 여행에서 최대한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리라.
그때 갑자기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혹시 어제저녁에 피자 드시지 않으셨어요?”
순간 공포감에 휩싸였다. 전날 저녁에 피자를 먹은 사실을 오늘 초면인 그가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간 후, 드디어 해답을 찾았다. 이 문장에서 바꿀 수 있는 부분은 ‘오늘 초면인 그’였다. 그와의 만남은 오늘 초면이 아니었던 것이다. 전날 함께 피자를 먹은 네 사람 중 한 명의 얼굴이 그려졌다.
그를 기억 못 하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지도 몰랐다. 우리는 함께 피자를 먹은 후, 그는 급하게 자리를 떠났고, 남은 세 사람은 야경을 보며 늦게까지 함께 시간을 보냈다. 피자를 먹는 동안의 대화는 순조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정치와 경제, 다양한 국가의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했다. 그것이 그가 밥만 먹고 가버린 이유였을까. 나와는 살아온 결이 아주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이야기를 초면에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그는 처음 보는 부류의 사람이었다.
그와 다시 만날 줄은 몰랐다.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는 이곳에 나온 것을 후회했다. 집에서 쉬기나 할걸. 아주 다른 세계에 사는 그 사람과 어떻게 하루를 맞춰가야 할지 막막했다. 나머지 두 사람은 이 상황을 재밌어했지만, 나는 더욱 말이 없어졌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우리들은 모두 하루를 여유롭게 즐기고 싶다는 것이었다. 계획보다 늦어진 출발이었지만, 커피 전문점에 들러 커피와 크루아상을 사는 여유도 부리며 느긋한 여행이 시작되었다.
그를 제외한 나머지 두 사람은 서로 아는 사이었는데 프랑스에서 거주하며 직장을 다녔다. 그들은 주말을 맞아 근교로 나들이를 간다고 했다. 나는 그들이 이곳에서 일하는 이유나 방식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더불어 '그'가 하는 일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던 나는 그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직업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조금 두려운 일이었다. 업계가 겹치거나 일에 대한 가치관이 다르면 불편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하지 않고서는 새로운 타입의 인간인 그를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괜한 오해가 생기지 않게, 모두가 즐거운 대화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그를 이해해야 했다.
오늘의 여행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나는 ‘그’를 정면돌파하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