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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기 Aug 08. 2024

별을 보며 램프의 요정과 이별을 결심했다.

별에서 인생을 배운다

 밤이 찾아오면 도시의 곳곳에서 화려한 조명빛이 하나둘씩 들어오지 하늘의 별빛은 도통 전원 스위치를 누를 마음이 없어 보인다. 별들이 초롱초롱 수놓은 밤하늘을 구경하 것이 이젠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 버린 요즘, 내 마음 한구석엔 회색빛 상실의 불이 깜부기불처럼 깜박이고 있다. 기껏 따위가 뭐라고 거창하게 상실의 마음까지 들먹이냐반문할 있겠지만 별은 단순히 스스로 빛을 내는 천체라는 개념 이상의, 빛나는  무언가담고 있기 때문이다.


 밤하늘을 구경하다가 때마침 떨어지는 별똥별을 목격하고 맘속으로 소원을 빌어 본 적이 있는가. 어렸을 적 시골에 놀러 가면 밤하늘 가득히 별들이 빽빽이 차 있었다. 그리고 운이 좋은 날엔 별똥별이 떨어지는 광경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럴 때면 맘속으로 재빨리 소원을 빌었다. 별똥별이 사라지기 전, 소원을 3번 빌어이루어진다는 속설을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컴퓨터. 컴퓨터. 컴퓨터.'


 동심 충만한 소년은 그 시절 컴퓨터가 그토록 갖고 싶었던 모양이다. 소원 빌기를 끝마쳤을 때 순수한 소년의 맘속엔 왠지 소원이 이루어질 같은 확신 가득한 설렘기분 좋게 퍼져나갔다. 그리고 소원은 시간이 꽤 흐른 뒤에 가까스로 이루어졌다. 이럴 알았으면 그때 좀 더 자세히 소원을 걸 하는 후회도 해봤지만, 아마 문법적으로 늘어난 문장 성분 때문에 소원 빌기를 끝내기도 전에 별똥별이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장래 희망이 속사포 래퍼였으면 또 모르겠지만...


'내일 컴퓨터 갖고 싶어요. 내일 컴퓨터 갖고 싶어요. 내일 컴퓨터 갖고 싶어요. 헉, 헉.'


 별똥별에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은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하나의 정설처럼 굳어져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옛사람들은 밤하늘에 박혀 있는 별에서 하나의 가능성과 상징성을 발견하지 않았을까. 별에서 꿈을 보았고, 이상을 보았고, 사랑을 보았고, 희망을 보았을 것이다. 삶의 모든 간절한 염원의 메시지를 하늘의 빛나는 별에게 전송했 것이다. 그 많은 걸 별이 읽어보긴 했을까.


 혹시 낮에도 별이 떠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단지 하늘빛이 별빛보다 밝아서 천체 망원경으로 들여다보지 않은 이상 육안으로는 별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 뿐 별은 낮에도 엄연히 하늘에 떠있다. 그리고 어둠이 깔려야 비로소 별은 수줍게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급속한 산업화로 하늘이 오염되는 바람에 이젠 어둠이 찾아와도 별을 찾아보기 힘든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별은 우주에서 혹은 하늘에서 계속 빛을 발하고 있는데 단지 하늘이 오염되어서  보일 뿐이다. 그리고 꿈과 이상과 사랑과 희망도 자취를 감춰버렸다.


 내 삶이 오염되었다고 해서, 누군가가 나를 알아봐 주지 않는다고 해서 나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스스로 꺼버릴 것인가. 나라는 별을 더욱 빛내 줄 맑은 하늘빛과 어둠은 그 언젠가 예고도 없이 반드시 찾아오기 마련이다. 내 빛이 꺼지지 않는 이상 누군가는 내 빛을 발견해 주는 순간도 반드시 찾아온다. 


 빛을 계속 내뿜어야 한다. 난 아직 낮에 떠 있는 별일뿐이다. 불씨를 꺼뜨리지 않은 채 내가 찬란하게 빛날 밤을, 어둠을, 맑은 하늘을 기대하며 기다려야 한. 오늘도 난 글로써 세상을 아름답게 비추는 별이 되는 그날을 꿈꾼다. 


 나이가 들어 깨달았다. 실은 램프의 요정 지니 따윈 존재하지 않았음을. 내 꿈을 실현시켜 줄 램프의 요정은 결국 나임을. 나의 열망임을.


빛이 꺼져버린 채 정처 없이 우주를 떠돌기만 하는 흑색왜성이 되고 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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