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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기 Jun 13. 2024

꿈? 웃기지 마. 이젠 돈으로 사겠어.

얼마면 돼, 얼마면 되겠어?

 돈냄새 풀풀 풍기는 싸구려 향수를 뿌린 듯 용액 냄새가 채 가시지도 않은 황금빛 지폐 문양이 박힌 옷을 빳빳하게 갖춰 입은 '물질만능주의교'의 교주 '일확천금'은 오늘도 돈에 굶주려 허덕이는 가련한 교인들을 대상으로 혹세무민(惑世誣民) 중이다. 


"인생 한방이라는 진리를 믿느뇨?"

"아멘. 할렐루야"


"언젠간 대박이 터질 것이라는 진리를 믿느뇨?"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오직 돈만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진리를 믿느뇨?"

"오! 알라!"


 자본주의 사회에 만연한 물질만능주의는 자칫 자본주의의 이치를 담고 있는 정파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어리석은 사람들을 미혹하는 사파나 다름없다. 자본주의란 사유재산을 바탕으로 생산과 소비를 통해 이윤을 획득하는 경제체제이지, 자본을 우선시한다거나 자본의 소유 정도에 따라 위계질서가 정해지는 계급주의 사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질만능주의교에 푹 빠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본이 곧 계급이라고 착각하기 일쑤다. 매우 중대한 오판이자 스스로 어리석다는 걸 증명하는 셈이다.


 물질만능주의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중들에게 악성 종양처럼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일례로 드라마 <가을 동화>에  나오는 원빈의 대사는 밈(meme)으로 만들어질 만큼 두고두고 대중들에게 회자되며 자본에 물들어 썩어가고 있는 세태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준다.


"사랑? 웃기지 마. 이젠 돈으로 사겠어. 얼마면 돼, 얼마면 되겠어?"


 인류 최고의 가치이자 사상이라 할 수 있는 사랑마저도 돈으로 사겠다는 생각. 진짜 있는 놈들이 더하다는 생각밖엔...


 시장과 경제를 철저히 공부해서 건전한 투자를 하고 있 부자들을 탓하는 게 아니다. 유동성의 함정에만 빠지지 않는다면 적절한 투자는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투자라는 경제 활동에 내재된 본질을 도외시하고 그저 당장의 거대 자본 획득에 눈이 멀어 빚투(빚내서 투자함)를 하고 결국엔 경제적으로 몰락하는 데서 발생한다.


 주식 시장, 가상 화폐, 복권.

 이들은 황금알을 낳는 건강한 거위일까, 이미 배가 갈라져 죽어가는 암탉일까.


 본인 하기 나름이겠지만 내 주변  사람들은 아주 높은 확률로 암탉의 배를 가르고 있었다. 부끄럽지만 나 역시 배를 가르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돈만 있으면 세상이나 인생을 사들일 수 있는 것처럼 돈에 광적으로 집착했었고, 주변의 부를 질투하다가 가랑이가 찢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다 쫄딱 망해보니 채찍에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비트코인 채굴자가 고성능의 컴퓨터와 채굴 소프트웨어를 통해 비트코인을 채굴하듯 난 요즘 책을 통해 인류의 지식과 지혜를 채굴하고 있다. 책 속에 삶의 진리와 이치가 담겨 있음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아니, 얼핏 알고는 있었지만 자본에 눈이 멀어 그동안 외면했다는 표현이  적절할 수 있겠다. 그리하여 최근에는 새로운 지식과 위대한 지혜가 채굴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장르불문 불철주야 독서를 하고 있다. 직장 생활과 육아로 인해 독서생활이 툭툭 끊기기도 하지만, 그래도 직장이든 집이든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책을 비치해 두고 틈이 나는 대로 독서를 하며 글을 쓰고 있다. 여유가 된다면 필사도 해 볼 작정이다. 진정한 깨달음을 얻는 그 순간까지 말이다.


 탐욕의 공기를 억지로 집어넣다가 풍선을 놓치는 바람에 풍선 속 바람이 다 빠져나가 쭈굴쭈굴해진 나의 꿈 풍선. 하루는 친한 지인이 내 글들을 읽어 보더니 3년 안에 반드시 출간 작가가 될 수 있겠다며 내 쭈굴 해진 꿈 풍선에 따뜻한 용기의 바람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가 넣어 준 용기의 바람 덕에 풍선은 다시 조금씩 팽팽해지려 하는 중이다. 꿈바람을 넣고 있는 중이니 실수로 놓치지만 않으면 된다. 


이젠 너의 꿈 풍선에, 탐욕의 바람이 아닌 간절한 꿈의 호흡을 서서히 불어넣어 봐. 언젠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형상의 풍선이 되어 높이 날아오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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