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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기 Aug 22. 2024

아우토반에서는 속도 제한에 신경 쓰지 마세요.

아우토반에서 인생을 배운다.

 1935년,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서 다름슈타트 구간의 개통과 함께 아우토반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이후 1938년 루돌프 카라치올라가 벤츠의 레이싱카 W125를 몰고 아우토반을 잽싸게 내달려 최고 속도 434.2km/h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난 120km/h만 넘어도 오금이 저려오던데 무려 434.2km/h라니. 그 차에 동승했더라면 임사체험을 해 볼 수 있었을 지도.


 독일에 가본 적은 없지만 아우토반을 떠올리면 속도 제한이 없는 도로가 자연스레 연상된다. 아우토반 구간 중 70%가 속도 제한이 다고는 하지만 자동차 자체가 출력할 수 있는 최고 속도엔 한계가 있다는 걸 아시는지. 엄밀히 따지자면 자동차는 기껏해야(?) 434.2km/h 정도의 속력밖에 낼 수 없다. 속도 제한이 없는 도로이긴 하지만 사실은 자동차가 낼 수 있는 속도엔 한계가 있으므로 역설적인 의미로 그곳에서의 속도는 제한되고 있는 이다.


 물리적인 아우토반과는 별개로 생각의 아우토반이란 것도 존재한다. 생각의 아우토반 역시 속도 제한은 없다. 그러나 물리적인 아우토반을 달리는 자동차와 달리 생각 자체가 출력할 수 있는 최대 속도값에는 한계가 없다. 생각의 아우토반에선 액셀러레이터를 과감히 밟아도 된다. 오히려 최저 속도로 달린다면 최저 속도 제한에 걸려 인생이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 그런다고 냅다 내달리기만 하라는 뜻은 아니다. 사고의 위험성을 발견하면 때론 시의적인 브레이킹도 필요하다. 허나 걸리적거리는 요소가 없고 목표지점을 명확하게 인지했다면 생각의 속도를 늦추거나 제한시키지 말아야 한다. '생각'이라는 말이 너무 광범위하거나 추상적으로 들린다면 '도전'이란 말로 이해해도 무방할 것 같다.


 유튜브에서 '위라클'이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박위라는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것이다. 그는 한 의류 회사에서 인턴 생활을 하다가 꿈에 그리던 정규직이 되어 지인들과 축하 파티를 하던 중 2층 높이의 건물에서 추락하여 목이 부러지고 척추신경이 심하게 손상되어 전신마비 판정을 받았다. 휠체어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도 그는 기적을 믿었다. 꾸준히 재활을 하고 포기하지 않는 노력과 도전 정신으로 삶을 채운 끝에 지금은 자가운전도 가능하고 전국에 강연도 다닐 만큼 기적적으로 상태가 호전되었다. 시련 극복의 아이콘이자 희망과 도전의 전도사 박위 씨. 그는 유튜브나 강연을 통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대중들에게 전파하고 있는 중이다.


"당신의 생각을 제한하는 것이 장애입니다."


 참 멋진 사람이지 않은가. 포기할 수도 있는 상황 속에서도(어찌 보면 포기하는 게 당연한 상황 속에서도) 그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가혹한 세상과 편견 섞인 사람들의 시선에 겁먹지 않았고 자신의 생각을 제한하지도 않았다. 방송 출연, 강연 진행 등을 통해 장애 인식 개선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박위 씨야말로 생각의 아우토반을 달리고 있는 베스트 드라이버가 아닐까. 그것도 가늠할 수 없는 속도로 말이다.


 하루는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인생의 마지막 여자를 위해서라도 연애를 많이 해보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다.(난 인생의 첫 여자이자 마지막 여자가 지금의 아내이지만... 이런 게 언행불일치의 가르침일까.) 학생들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이었지만 연애를 해보고 이별을 겪어 볼수록 시행착오값이 쌓이고 쌓여 여자의 심리를 이해하게 되고 결국엔 마지막 여자에게 최고로 잘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하자 그제야 학생들은 조금이나마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린다. 내가 연애를 맘껏 못해봤다는 사실에 대한 반발심리가 작동하여 무턱대고 자유연애론자가 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남녀 간의 연애를 한 예로 들었을 뿐, 도전에서 비롯되는 실패는 시행착오라는 경험치를 차곡차곡 쌓아 나가 결국 성공을 위한 제1의 자양분이 된다는 점을 가르치고 싶었다. 다행히 결혼까지 골인은 했지만 아내랑 연애할 당시 연애에 대한 시행착오와 실패를 안 겪어 본 탓에 세 번이나 차인 부끄러운 전력이 있다. 하지만 이 세 번의 차임이 필수불가결한 시행착오값으로 작용하여 우리의 사랑을 더욱 애틋하고 견고하게 해 주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아니면 아내가 나의 수려한 외모를 잊지 못해서 돌아왔다거나... 뭐, 생각의 속도에는 제한이 없으니까.


 이성이나 논리적인 생각에 치우친 사람들은 계산이 빠르다. 계산기를 두드려서 아니다 싶으면 빠르게 포기하기도 한다. 대개 그런 사람들은 뭔가에 도전하지 않고 계산기만 두드리다 인생이 끝나버릴 수도 있다.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도저히 답이 안 나온다고 판단하여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며 정체되어 버릴 텐가. 실패를 두려워하는 인생 대신 실패하더라도 끈질기게 도전하는 인생이 멋지지 않은가. 언제까지 손가락에 물집이 생길 정도로 계산기만 두드리면서 그렇게 보낼 인생이 아니다. 임계점을 넘어서려는 도전과 노력이 있어야 나아진 역사와 변화를 거머쥘 수 있다.


 글감 마련을 위해 생각의 속도를 늦추지 않은 채 운전하다가 하마터면 제한 속도 단속 카메라에 찍힐 뻔했다. 조수석에 동승한 아내의 다급한 외침이 아니었더라면 아마 범칙금 고지서를 받아 들었을지 모른다. 사실 범칙금보다 아내의 잔소리가 더 무섭긴 하지만.


배달 음식만 시켜 먹지 말고 음식을 직접 만들어 보는 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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