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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기 May 12. 2024

네 얼굴에 김 묻었어.

거울 좀 보고 살자.

"밤 사이에 점이 하나 더 생겼네?"


 고된 출근길의 한숨을 돌리기도 전에 동료 직원이 농담처럼 던지는 말이 당최 무슨 의미인모르겠어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주변에 구경꾼처럼 포진해 있던 다른 동료들도 힐끗거리는 시선을 내 얼굴에 꽂은 채 킥킥거리는 웃음을 겨우 참고 있는 듯했다. '난 데 없이 하룻밤 사이에 점이 하나 더 생겼다니.'

 동료들이 기분 나쁘게 흘리는 묘한 웃음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영문도 모른 채 조롱거리가 된 것 같아 이미 빈정은 상할 대로 상해서 발효까지 되어 버렸다. 왜들 웃어?


"아침에 김 드셨나 보네. 배고플 때 떼서 먹을라고 여기까지 붙이고 왔어?"


 아차, 출근 시간이 빠듯해서 미처 양치질을 못하고 집을 나섰게 화근이었다. 양치하러 화장실만 들어갔어도 입꼬리에 점처럼 붙어 있는 얄미운 김 조각을 거울이 보여줬을 텐데. 사무실 거울 앞으로 달려가 날 점박이로 만들어준 김 조각을 서둘러 떼어 내었다. 거울 속엔 부끄러움이 정성껏 키운 듯한 제주 당근 하나가 서 있었다.

출처 : 픽사베이

 언제였던가. 업무 실수를 저지른 동료를 감싸주진 못할 망정 무정한 힐난을 보낸 적이 있었다. 가 저지른 실수를 왜 내가 메꿔야 냐는 아집과 독선이 마음속에 부글부글 몽글거렸다. 결국 불평불만의 바람을 가득 채워 넣은, 원망의 애드벌룬을 무심결에 동료에게 띄워 보냈다.


  하지만 그 동료가 저지른 실수는 약과에 불과했다. 며칠 후에 나는 더 큰 실수를 저질렀고 온 부서원들에게 고스란히 큰 피해를 입혔다. 동료들에게 한없이 미안했고 나 자신이 끝없이 미웠다. 내 결점도 모른 채 남의 결점을 함부로 비난하다니. 내 얼굴에 김 조각이 덕지덕지 어 있는지도 모르고 남의 얼굴에 묻어 있는 작디작은 김치 국물 자국을 신나게 놀린 셈이다.


 날 온전히 비출 수 있을 때까지 녹슨 내면의 거울을 쓱쓱 빡빡 깨끗하게 닦아야겠다. ! 참, 아침 밥상에 김 반찬이 나오는 날엔 집을 나서기 전 꼭 거울 앞에 서는 일도 잊지 말자.

출처 : 픽사베이
거울 앞에 서니 그제야 안 보이던 흠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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