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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기 May 12. 2024

네 얼굴에 김 묻었어.

거울 좀 보고 살자.

"밤 사이에 점이 하나 더 생겼네?"


 고된 출근길의 한숨을 돌리기도 전에 동료 직원이 농담처럼 던지는 말이 당최 무슨 의미인모르겠어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주변에 구경꾼처럼 포진해 있던 다른 동료들도 힐끗거리는 시선을 내 얼굴에 꽂은 채 터져 나오는 웃음을 겨우 참고 있는 듯했다. 신분을 자유자재로 바꿔나가는 막장드라마 속 여자 주인공도 아니고 난 데 없이 하룻밤 사이에 점이 하나 더 생겼다니. 도대체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건지.


 동료들이 기분 나쁘게 흘리는 묘한 웃음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동물원 우리 안에 갇힌 원숭이가 돼버린 기분이랄까. 영문도 모른 채 조롱거리가 된 것 같아 이미 빈정의 효소는 상할 대로 상해서 발효되기 일보 직전이다. 왜들 웃어? 내가 그렇게 우스워? 기분 나쁘게 말이야. 점의 비밀은 곧 풀렸다.


"아침에 김 드셨나 보네. 이따가 배고플 때 떼서 먹을라고 직장까지 붙이고 온 거야?"


 아차, 출근 시간이 빠듯해서 아침을 서둘러 먹고 미처 양치질을 못하고 집을 나섰게 화근이었다. 양치하러 화장실만 들어갔어도 입꼬리에 점같이 붙어 있는 얄미운 김 조각을 거울이 보여줬을 텐데. 사무실 거울 앞으로 달려가 날 바보로 만들어준 고마운 김 조각을 서둘러 떼어 내었다. 거울 안엔 부끄러움이 정성껏 키운 듯한 제주 당근 하나가 뻘쭘하게 서 있었다.


 언제였던가. 업무 실수를 저지른 동료를 감싸주진 못할 망정 무정한 힐난을 보낸 적이 있었다. 가 저지른 실수를 왜 내가 메꿔야 냐는 아집과 독선이 마음속에 부글부글 몽글거렸다. 결국 불평불만의 바람을 가득 채워 넣은, 원망의 애드벌룬을 무심결에 동료에게 띄워 보냈다. 자책하는 동료를 위로해 주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그의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 동료가 저지른 실수는 약과에 불과했다. 며칠 후에 나는 더 큰 실수를 저질렀고 온 부서원들에게 고스란히 큰 피해를 입혔다. 동료들에게 한없이 미안했고 나 자신이 끝없이 미웠다. 내 결점도 모른 채 남의 결점을 함부로 비난했다니. 내 얼굴에 김 조각이 덕지덕지 어 있는지도 모르고 남의 얼굴에 묻어 있는 작디작은 김치 국물 자국을 신나게 놀린 셈이다.


 날 온전히 비출 수 있을 때까지 녹슨 내면의 거울을 쓱쓱 빡빡 깨끗하게 닦아야겠다. ! 참, 아침 밥상에 김 반찬이 나오는 날엔 집을 나서기 전 꼭 거울 앞에 서는 일도 잊지 말고.


거울 앞에 서니 그제야 안 보이던 흠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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