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새 11년이나 되었소.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은 속절 없이 흐르고 말아 어느새 우리는 인생의 중년을 맞이하였고 신은 그저 사랑스럽기만한 두 아이를 선물로 주셨소.
세월의 중력을 거스를 수는 없었는지 향기로웠던 젊음의 꽃잎은 중력의 무게로 인해 한잎 두잎 떨어지고, 낙화의 흔적들은 바람에 휩쓸려 저기 어딘가로 멀리 흩날리며 날아가고 있구려.
유신론자이지만 운명이란 말을 믿기도 하오. 인생의 절반쯤 살아오다 보니 내 삶은 분명 신의 인도하심이 있었소.
하지만 어찌 보면 거부할 수 운명의 힘이란 녀석도 내 삶에 반갑게 찾아오거나 귀찮게 끼어들기도 하였던 것 같소. 운명은 예고도 없이 삶의 찰나마다 향기롭게 스쳐가기도. 멍이 들도록 때리기도. 피가 날 때까지 넘어뜨리기도 하였소.
애닯은 나의 운명은 그대를 만나서부터 급격하게 선회하기 시작했소. 그대는 내 운명을 거스를 수 있는 강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하오.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 외로움과 어둠만이 가득했던 나의 방에 그대는 손수 찾아와 환하게 불을 밝혀주었소.
이젠 혼자가 아니라 다행이오.
이젠 그대가 있어서 다행이오.
이젠 우리가 함께라 다행이오.
그대로 인해 차마 잠 못들고 애태웠던 길고 긴 밤들이 별처럼 빛나고 있소.
그대를 잃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던 백여 일의 밤이 별처럼 빛나고 있소.
그대와 손을 맞잡고 걸어 왔던 수많은 꽃길과 가시밭길이 별처럼 빛나고 있소.
내 삶에 찾아와 주어서 고맙소.
내 삶을 일으켜 세워줘 고맙소.
그대를 사랑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