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청색 근심 어린 하늘 아래 우뚝 솟아있는 위태로운 난간 위를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다.
무겁게 내딛는 발걸음마다 좌절한 기색이 역력한 의기소침함이 묻어 있다.
세상의 모든 중력이 내 인생에 냉소를 퍼부으며 어깨를 육중하게 짓누르고 있다.
벼랑 끝으로 한없이 추락하고 말 텐가.
벼랑 저 너머에서 날 향해 손짓하는 구원의 꽃송이를 꺾고 말 텐가.
중력의 명령에 순응하여 고꾸라지려던 찰나,
꽃송이가 내뿜는 인력의 향기가 자신에게 다가오라며 반가운 손인사를 건넨다.
지독한 비염에 걸렸던 무기력함이 뻥하니 뚫리는 순간이다.
난간 너머 피어 있는 꿈 송이가 이렇게 향기로운 줄을 여태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