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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방자 Sep 26. 2021

[그림책 여행지 8]
존 크라센의 모자 시리즈

하나의 소재, 다양한 상황과 시점

내 모자 어디 갔을까?

글그림 존 크라센

시공주니어

2012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

글그림 존 크라센

시공주니어

2013


모자를 보았어

글그림 존 크라센

시공주니어

2016


안녕하세요! 여덟 번째 그림책 여행에 참여하시는 모든 분들 환영합니다. 

오늘도 함께 여행할 흥미로운 여행지를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오늘은 테마 여행을 떠나 볼 텐데요. 미국에서 활동 중인 존 크라센의 칼데콧 상 수상작 중 '모자'를 주제로 한 세 작품을 살펴보겠습니다. 작가가 어떻게 한 주제를 여러 가지 이야기로 풀어내었는지를 보겠습니다. 

먼저 세 책의 표지를 살펴보면 지난 이수지 작가의 세 작품처럼 판형(종이 사이즈)은 동일하지만 바인딩 방향이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표지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제목은 사건의 발단을 간접적으로 설명하며 독자로 하여금 호기심을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뒷 표지에서는 오늘의 주제인 모자와 풀이 그려져 있네요. 책 제목에서 언급된 모자가 어떤 모습인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슷한 형식의 표지와 제목은 세 책을 연관 짓고자 한 작가의 의도가 느껴집니다. 내용이 서로 연속적이진 않기 때문에 개별로도 읽을 수 있지만 캐릭터와 모자의 관계, 그로 인해 생기는 갈등과 해결 방법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위주로 책의 연관 관계를 생성해 보면 다른 시야의 접근 방법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함께 시작해 보지요.


1. 내 모자 어디 갔을까(I Want My Hat Back)?

표지에 그려진 주인공 곰은 자신의 도둑맞은 모자를 찾기 위해 면지에서 소개된 다양한 동물들에게 모자의 행방을 물으면서 돌아다닙니다. 작가는 왼쪽에는 그림, 오른쪽에는 글을 배치하며 책 구성의 반복성과 리듬감을 주고, 오른쪽 진행되는 이야기에 맞추어 곰은 오른쪽을 향해 서 있습니다. 곰의 모습은 매 페이지 동일하게 유지하면서도 배경과 대화하는 동물의 상태와 태도를 바꾸며 단조로움을 피했지요. 글은 그들 간의 대화를 표현합니다.


그러다 문뜩 자신의 모자 생김새를 떠올리며 이야기를 거스르듯 왼쪽을 향해 뛰어오고 범인인 토끼를 마주합니다.


그리고 결말 부분에서 곰이 묻고 다녔던 질문과 같은 형식으로 다람쥐가 토끼의 행방을 물어봅니다. 토끼가 자기가 훔쳐갔음에도 퉁명스럽게 대꾸하던 것처럼 곰이 자신이 토끼를 잡아먹었겠냐고 불퉁하게 대답합니다. 그의 태도와 말, 토끼가 있었던 자리가 엉망이 된 점을 고려해 보았을 때 곰이 토끼를 잡아 먹혔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내 모자 어디 갔을까?>에서 갈등 해결방법은 다분히 권선징악적이며 악을 징벌한 곰의 입장으로만 서술되었습니다. 



2.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 (This Is Not My Hat)

표지에서 한 장 넘기면 키 크고 굵은 물풀들이 빽빽하게 우거진 곳이 면지로 등장합니다. 이번에는 주인공들과 이 장소가 어떠한 관계가 있을지 궁금하군요. 이번에는 화자가 바뀌었습니다. 모자를 훔쳐온 작은 물고기이지요.


그림책의 화자인 작은 물고기는 자신이 훔쳐온 모자의 주인인 큰 물고기의 상황을 상상하며 독자에게 이야기를 건넵니다. 작은 물고기는 자신의 잘못을 알지만 완전 범죄를 꿈꾸는 대담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림에서는 작은 물고기가 상상한 것과 상반되는 큰 물고기의 상황을 보여주는데 두 상황을 모두 알고 있는 독자는 이야기의 긴박함과 갈등을 고조를 느낍니다. 


완전범죄를 해냈다고 생각한 작은 물고기와는 다르게 면지에서 등장했던 키 크고 굵은 물풀들이 빽빽하게 우거진 곳으로 큰 물고기가 금세 찾아옵니다. 그리고 잠시 화면은 고요한 수풀을 보여준 후, 큰 물고기가 자신의 모자를 찾아와 원래 있었던 자리에서 쉬고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수풀의 변화 없이 모자만을 찾아왔다는 것은 큰 물고기와 작은 물고기가 어떻게 갈등을 해소했을지에대해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모자가 원래 주인에게 돌아감으로써 악인의 실패를 명확하게 보여주었만, 모자를 돌려받는 것으로 잘못을 용서했을지, 혼을 내주었을지, 아님 잡아먹었을지, 내가 큰 물고기라면 어떻게 하였을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공간을요. 



3. 모자를 보았어(We Found a Hat)

별이 빛나는 밤하늘 같은 면지에 챕터 구성으로 그려진 점이 독특한 <모자를 보았어>입니다. <내 모자 어디 갔을까?>와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를 보고 난 후라 모자를 본 두 거북이의 관계가 궁금해집니다. 이번에 등장한 흰 모자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닙니다. 그저 두 거북이가 함께 찾은 주인 없는 모자입니다. 이전의 두 작품은 모자의 주인이 있었다는 것과는 다르지요. 두 거북이 모두 모자가 어울리고 마음에 들어 합니다. 이럴 때 생긴 갈등은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방식이지만 양보하거나 싸우는 것이 아닌 모르는 척하기로 합니다. 그 결정에 따르는 듯하지만, 한 거북이는 여전히 모자를 갖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이며 이로 인한 갈등이 생길 것이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계속 모자를 탐내던 거북이는 친구가 잠든 사이 몰래 모자를 가지려고 바위를 내려가지만, 꿈속에는 서로에게 모자가 있다는 친구의 말에 모자보다는 함께 잠을 청합니다. 현실세계 속 개인의 물질적인 행복보다 친구와의 우정, 함께 꿈꾸는 이상향에 더 가치를 두어야 한다는 작가의 의도와 교훈을 보여줍니다. 거북이들은 현실적인 이익을 얻음으로써의 해결이 아닌 그보다 더 가치 있는 우정을 잃지 않기를 선택하였습니다. 


단순하면서도 텍스처 위주로 그려진 그림, 글자의 배치, 책의 내용과 면지를 연결하는 탁월한 개연성은 그가 이 책을 전체를 구성하는데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를 보여줍니다. 모자라는 물질적 탐욕의 상징물과 다양한 동물을 등장시키며 존 크라센은 자신의 것을 주장하고 지키려는 노력, 악인을 대하는 방법, 그리고 이상적으로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을 보여주었습니다. 


작가는 모자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을 다각도로 접근하면서 익숙한 대답을 내놓기도, 생각을 전환시켜보기도 합니다. <내 모자 어디 갔을까?>와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를 함께 보면 같은 사건(모자를 도둑맞음)을 주인과 도둑의 시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자 주인의 입장으로서 나는 어떻게 도둑을 대해볼까도 생각할 여지를 줍니다. 그리고 마지막 시리즈인 <모자를 보았어>를 통해서 사건을 좀 더 원점으로 돌려 모자를 갖기 전까지 생각해 볼 수 있게 합니다.


단일 작품으로도 우수하지만 세 작품을 함께 읽음으로써 시점과 시간의 전환을 통해 더 확장된 다양한 생각하기 방법을 맛보셨길 바랍니다. 다음 주에도 즐거운 여행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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