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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방자 Sep 05. 2021

[그림책 여행지 5]
나무늘보가 사는 숲에서

책 장 넘기기와 내용 전개

글그림 아누크 보아로베르 · 루이 리고

보림

2014


안녕하세요! 오늘 그림책 여행에 함께할 여러분 반갑습니다. 지난 여행지까지는 글과 그림을 중심으로 그림책을 읽었는데요. 이번에는 그림책의 다른 요소인 바인딩을 이용해 내용을 전개하는 책으로 여행을 떠나보려 합니다. 아누크 부아로베르와 루이 리고가 지은 <나무늘보가 사는 숲에서>는 책장을 넘긴다라는 책의 물리적 특성을 잘 이용한 팝업북입니다. 


이 팝업이라는 기법과 오늘의 주인공인 '나무늘보'를 찾는 여행을 시작하지요! 

표지가 담고 있는 내용은 심플하지요. 여러 무늬의 도트 텍스처를 가진 연두색 나무에 갈색 나무 기둥 그리고 나무늘보가 왼쪽 귀퉁이에 있네요. 나무 색과 같은 색으로 그려져 언듯 보면 거기에 나무늘보가 있었는지도 알 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 울창한 나무늘보가 사는 숲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타이틀 페이지에서 한 장을 넘기면 생명이 넘치는 숲이 글자 그대로 펼쳐집니다. 책 속에 납작하게 숨겨져 있던 다양한 나무들이 생명의 역동성을 보여주려는 듯 평면인 책 위로 튀어 오릅니다. 글자에서 서술하는 것처럼 이 속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살고 있지만, 솟아오른 나무와 조화를 이루어 있어 힘주어 찾지 않으면 어디에 누가 있는지 모를 만큼이지요. 주인공 나무늘보도 '나무에 흔들흔들 매달려 있다'라고 글에서는 이야기해도 비슷한 나무와 색깔들은 나무늘보가 어디 있는지 쉽게 발견하기 어렵게 합니다.


다음 페이지로 넘겨 보면 작가는 영리하게도 중심부에 있는 숲은 남겨두고 상하단에 있는 나무들을 대체하며 내용을 이어갑니다. 병풍 접기에서 날개를 달아 만든 종이 속 포크레인과 절삭기, 파괴된 숲이 나와 숲의 영역은 좁아지고 나무에 살고 있던 새들은 도망갑니다. 있었는지도 몰랐던 동물 식구들은 나무가 사라지면서 하나 둘 숲에서 뛰쳐나갑니다. 페이지가 진행될수록 숲이 파괴되고, 존재하던 숲의 영역이 줄어드는 것을 작가는 구멍을 통해 숲의 일부를 남겨두며 효과적으로 보여줍니다.


숲과 나무와 강이 사라지고 나무늘보가 살고 있는 나무 한 그루마저 사라집니다. 처음부터 있었지만 이제야 눈에 띈 나무늘보와 그가 살고 있는 나무. 내 눈앞에서 지속적으로 존재했던 것이 사라지는 것이 더욱 큰 안타까움을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씨앗을 뿌려 생명이 움틀 때, 기다렸다는 듯이 나무늘보가 가장 먼저 돌아옵니다. 숲은 다시 울창해지고 처음 돌아왔던 그 자리에서 자라난 나무 위에 나무늘보는 다시 흔들흔들 매달려 있습니다.


책 속 이야기는 이번 종이에서 다음 종이를 통해서 이어진다는 것이 물리적 특징을 가지고 있지요. 이 책에서는 넘겨지는 페이지들은 동일한 위치에서 시작해 덮여 끝나는 점 또한 같다는 책의 위상적 특징을 이용했습니다. 페이지와 페이지 사이는 내용 위한 공간일 뿐만 아니라 조형을 숨길 수 있는 공간이 될 수도 있고, 구멍을 뚫어 원하는 내용을 계속 남겨 둘 수 있다는 것을 작가는 <나무늘보가 사는 숲에서>를 통해서 표현했습니다. 또한 물리적으로 남아있는 것은 지속되는 것이고 새로 등장하는 것은 변화하는 것이라는 것을 직접적인 감각을 통해 보여주며 숲이 사라지고 복원되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담아냈습니다.


이번 주에 함께한 책의 물리적 특성을 고려해 팝업과 종이 컷팅을 적절히 활용한 <나무늘보가 사는 숲에서> 여행은 어떠셨나요? 재미와 놀라움이 함께 하셨길 바라며 다음 주에 새로운 여행지에서 또 뵙겠습니다. 좋은 한 주 보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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