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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방자 Sep 12. 2021

[그림책 여행지 6] 하이드와 나

의미의 연결이 일어나는 컷아웃 기법과 바인딩

글그림 김지민

한솔수북

2017


안녕하세요, 여섯 번째 그림책 여행지에 오신 여러분! 모두 환영합니다. 오늘은 지난 여행지에 이어서 책의 그림책의 구성 요소인 바인딩으로 내용을 살펴볼 수 있는 여행지를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작가의 의도가 글과 그림을 넘어 물성까지 확대된 김지민 작가의 <하이드와 나>입니다. 작가는 이 그림책을 통해서 인간 내면의 다양성을 표현하고자 하였다고 합니다.


According to psychologist Jung, a human personality cannot be defined as a single image, which means that human personality is a cluster of multiple personalities. The theme of ‘Hyde and Seek’ is based on this idea. 

 작가 홈페이지 내 작품 설명 중 (https://jiminkimpicturebook.com/Hyde-Seek)


작가는 어떻게 바인딩을 이용하여 인간의 내면을 표현했을까요? 

열린 문틈을 통해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주인공은 그곳에서 거울을 통해서만 마주할 수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합니다. 내면으로의 여행은 그림이 하나로 펼쳐지는 긴 병풍으로 표현됬지요. 주인공은 한장에 연결된 종이처럼 끊어지지 않고 자신을 서서히 더욱 깊숙히 살펴봅니다.


이 책의 그림들은 펜이나 잉크 드로잉이 아닌 판화의 한 종류인 에칭으로 그려져 그 밀도가 사뭇 다릅니다. 높은 압력으로 찍어낸 그림은 잉크가 묻은 면적에 금속판 자체의 질감 또한 부여하며 그림의 맛을 올립니다. 골목 어귀라고 표현된 잘린 나무와 문 만이 있는 현실세계도 가상의 공간 같지만, 패턴으로 표현되어 있는 문 속 세계는 또 다른 이질감과 낯섦을 줍니다. 더욱이 그곳에 위치한 틈인 물리적 구멍은 또 다른 '나'를 만나는 새로운 요소가 됩니다.


내용이 진행될수록 주인공은 더 깊은 곳에서 더 깊은 내면을 마주합니다.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주인공 '나'는 혼자가 아님을 느끼지만, '나'의 내면은 그리 긍정적인 존재는 아닌 듯합니다. 제목의 일부인 Hyde에서부터 연상할 수 있듯이 그를 표현하는 단어는 부서진 조각, 숨겨둔 사탕, 사두고 입지 않은 옷, 달의 뒷면. 온전하지 못하고, 의식 속 나로부터 외면된 존재이며, 이는 일그러져 가는 일러스트를 통해서도 표현됩니다.


하지만 이 책이 가지는 기묘한 느낌은 패턴과 일그러져가는 주인공의 모습뿐만 아니라 작가가 의도한 이 물리적인 틈에서 계속 독자를 지켜보는 '나'가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도 있습니다. 잊고 싶지만 내 안의 어딘가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존재, 거울 속에서 나를 또렷하게 쳐다보고 있는 눈동자, 피할 수 없는 시선. 이 책에 담긴 주인공의 모습은 응시하는 모습이며 그 대상은 독자입니다. 


마지막 현실 세계에 돌아온 주인공의 모습은 엠보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판화와 동일하게 제작되지만 잉크가 없는 채로 찍어내 종이에 남는 흔적을 남기는 엠보는 그가 가지고 있었던 외로움의 해소, 재회에 대한 기대감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소 부정적인 존재인 자신의 내면을 받아들이고 현실을 살아가는 존재로서 성장하기를 틈(cut out)과 연속성(concertina book)으로 담은 <하이드와 나> 어떠셨나요? 그림책이지만 가볍지 않고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가끔은 무게 있는 그림책을 읽어보는 것도 다양한 그림책을 즐기는 방법이겠지요.


그럼, 저는 다음 주에 여러분과 다른 여행지에서 뵙기를 학수고대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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