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이 다른 꼬맹이
조촐하지만 소중한 100일
딸이 태어난 지 벌써 100일이라니.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흐를 줄은 몰랐다.
며칠 전만 해도 밤새 울어대던 작은 녀석이 어느새 눈을 맞추고 웃어주는 100일 아기가 되었다. 성대한 잔치를 열어주고 싶었지만, 하필 그때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많은 사람을 초대하기 어려웠다. 결국 양가 부모님만 모시고 조촐하게 백일상을 차리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포스터를 맞춤 제작하여 주문했다. 어머니는 손글씨와 풍선아트가 취미인데, 딸 이름을 넣은 예쁜 백일 축하 문구를 직접 써주시고, 알록달록한 풍선으로 만든 동물들과 꽃장식까지 준비해주셨다. 덕분에 평범한 백일상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공간으로 변했다. 아내와 내가 솜씨 발휘를 해서 식사 대접을 했다. 가족들의 따뜻한 마음이 가득 담겨 더없이 빛나는 백일이었다.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딸을 의자에 앉혔는데, 아직 목을 잘 못 가눠서 몸이 한쪽으로 기우는 게 아닌가. 아슬아슬하게 겨우 앉아있는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안쓰러웠다.
"서은아, 힘내!"
아내와 나는 딸의 이름을 부르며 응원했고, 몇 번의 시도 끝에 겨우 의자에 삐딱하게 앉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그 사진을 볼 때마다 우리는 그날의 딸의 작은 노력을 떠올리며 웃음 짓곤 한다.
매일매일 성장하는 귀요미
100일이 갓 지난 105일째 되던 날, 진화가 일어났다. 혼자서 몸을 비틀더니 "끙!"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을 빙글 돌려 엎드리는 게 아닌가! 아내와 나는 동시에 "어? 어? 방금 봤어?!" 하고 소리를 질렀다. 딸의 첫 뒤집기 성공 순간이었다.
작은 몸으로 온 힘을 다해 몸을 뒤집는 모습이 너무나 신기했다.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저렇게 스스로 몸을 움직여 뒤집을 수 있을까? 그것은 아기의 뇌에 새겨진 운동 프로그램 때문이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뒤집기, 기기, 서기, 걷기 같은 발달 단계를 차례로 밟도록 유전자에 정교하게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부모는 그저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응원할 뿐이다.
뒤집기에 성공하고 나니, 이제 자다가도 뒤집기를 하면서 깨곤 했다. 똑바로 눕혀 놓으면 어느새 뒤집어서 낑낑대는 모습이 마치 달밤에 체조하는 것 같아 웃음이 터져나왔다.
뒤집기가 시작되고는 하루 종일 뒤집기만 했다.
마치 '아빠 나도 이거 할 수 있어. 한 번 봐봐!'하며 자랑하듯이. 그리고 조금씩 기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변하는 딸 덕분에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대가 되었다.
158일째에는 뒤집기를 한 상태에서 몸을 돌려 다시 똑바로 눕는, 이른바 '되집기'에 성공했다. 아내와 나는 환호했다. 이제 자다가 뒤집어서 울더라도, 스스로 되집기를 해서 편안한 자세로 다시 잠들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움직임의 발달뿐만이 아니었다. 118일째, 평소처럼 딸의 입안을 들여다보며 놀아주다가, 아랫잇몸에 작은 하얀 점 두 개가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여보, 서은이 이 났어! 이 났다고!"
아내와 나는 호들갑을 떨며 딸의 작은 입을 연신 들여다봤다. 정말로 작은 하얀 아랫니 두 개가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우리는 얼른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날의 일기에는 기념사진과 함께 이가 난 이야기를 적었다. 이렇게 정확한 날짜에, 이렇게 명확한 순간을 기록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뿌듯함이 밀려왔다. 만약 일기를 쓰지 않았다면, '언제쯤 이가 났던 것 같은데…' 하며 기억의 조각을 더듬었을 거다.
딸의 성장 기록을 매일매일 빼먹지 않고 썼다. 언제 처음으로 옹알이를 했는지, 언제 뒤집기에 성공했는지, 언제 기고 서고 걷기 시작했는지, 심지어 무슨 말을 했는지까지 전부 기록했다. 나중에 딸이 아이를 낳게 되면, 이 육아일기가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뿌듯하다.
세상을 보는 창이 바뀌다
딸이 스스로 몸을 뒤집고, 이를 내며 자신의 작은 세상을 넓혀가는 동안,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이 작은 존재의 눈에는 집 밖의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 그래서 우리는 유모차를 끌고, 딸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길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한 것은 딸이 아니라 바로 나였다.
가까운 관광지를 딸과 함께 방문하니 색다른 기분이었다. 아내는 관광지에 도착하면 바로 수유실에서 모유 수유를 하곤 했다. 화장실에는 기저귀 교환대가 있어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관광지 안에는 유모차가 지나갈 수 있는 루트가 따로 마련돼 있어 전혀 어려움 없이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예전에는 이런 것들이 있는 줄도 몰랐다. 거리의 턱 하나, 계단 하나도 무심코 지나쳤고, 공공장소의 작은 표지판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아기가 생기고 유모차를 끌고 다니면서, 세상은 마치 숨겨진 그림처럼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곳곳에 우리를 배려해주는 장소들이 있었고, 이런 세심함에 감동했다.
딸이 생기고 나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이제는 소중하게 보인다. 딸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이 새로운 시각이다. 이제 나는 딸과 함께, 매일매일 새로운 세상을 배워가고 있다.
일본어판 : 国内編4:世界を見る窓 |COSMOS
중국어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