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찾아가는 여유
점점 찾아오는 평화
지겹도록 이어지던 잠과의 전쟁이 조금씩 휴전 상태가 되었다. 그러니 비로소 육아의 소소한 즐거움이 보이기 시작했다. 딸이 밤에 4시간씩 연속으로 잠을 자기 시작하면서 우리 부부의 삶의 질은 수직 상승했다. 낮에도 멍하지 않았고, 아기를 보는 눈빛에 여유가 생겼다.
수유텀도 자연스럽게 3시간으로 자리 잡혔다. 처음에는 2시간마다 젖을 달라고 울어대던 딸이, 이제는 3시간 간격으로 배고프다는 신호를 보냈다. 규칙적인 수유텀 덕분에 하루 일과를 예측할 수 있게 되었고, 우리는 딸이 잠든 시간을 활용해 식사를 하거나 함께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도 했다. 그야말로 인생에 여백이 조금씩 생겨나는 기분이었다. 더 이상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울음소리에 모든 것이 멈추는 게 아니라, 우리 삶의 흐름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았다.
밤중 수유 횟수가 점차 줄어들면서 우리 가족은 다시 한 방에 모일 수 있게 되었다. 딸은 새벽에 한두 번만 깼고, 이제 따로 방을 쓸 필요가 없어졌다. 딸과 아내는 바닥의 별도 침대에서, 나는 혼자 침대에서 누워서 둘을 지켜보며 잠이 들었다. 마치 잠 못 이루던 날들의 보상처럼, 가족이 한 공간에서 함께 잠드는 이 평화로운 순간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졌다.
몸은 정말 쑥쑥 컸다. 처음에는 한 팔로 안기에 부담이 없었지만, 점점 한 팔로 안기가 부담이 느껴졌다. 기저귀 단계도 빠르게 올라갔다. 신생아용 썼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다음 단계 기저귀를 산다. 딸이 건강하게 자라는 걸 보니 기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 아쉬웠다.
육아는 아이템빨
슬슬 육아템의 필요성도 느끼기 시작했다. 육아 커뮤니티에서 '국민템'이라고 불리는 것들을 검색해봤다. 타이니 모빌, 아기 체육관, 아기 수영장, 바운서 등등. 육아를 시작해보니 선배들이 왜 그렇게 육아템에 목숨 거는지 알 것 같았다.
'이게 있으면 아기가 더 잘 놀지 않을까? 이게 있으면 잠을 더 잘 자지 않을까? 이게 있으면...'
이런 if 가정문 때문에 자꾸자꾸 물건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새것으로 다 사자니 돈이 이만저만 드는 게 아니었다. 그때부터 우리 부부는 당근마켓과 중고나라의 노예가 되었다.
키워드 알림을 설정해놓고 좋은 매물이 올라오면 바로 달려들었다. 동네 곳곳을 누비며 당근 거래를 했다. 상태 좋은 물건을 싸게 득템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집 거실은 이제 아기 용품 전시장처럼 변해갔다.
아이템이 늘어날수록 딸도 신이 난 것 같았다. 특히 아기 체육관은 그야말로 '육아 해방템'이었다. 눕혀 놓고 있으면 개구리 인형이랑 놀다가 지치면 스르르 혼자 잠이 들곤 했다. 덕분에 우리는 숨통이 트였다. 젖 잘 먹고, 눕혀 놓으면 알아서 잠드는 우리 딸은 그야말로 '효녀' 그 자체였다.
또 우리에게 즐거움을 준 것은 아기 수영장이었다. 튜브 재질에 공기를 넣고 물을 넣어 딸을 띄워주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다. 아직 누워 있는 것밖에 못 하는 녀석이 물속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첨벙거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세상 근심 없는 해맑음 그 자체였다. 화장실은 어느새 우리 가족의 작은 워터파크가 되었다. 딸의 즐거움이 우리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는 시간이었다.
조선일보 데뷔
모유 수유만 했지만, 나는 분유 회사 이벤트에 수시로 응모했다. 1%의 난임부부가 어려움을 거쳐 100% 부부가 된 사연을 써서 보냈다. 중요한 건 사은품이었다. 그렇게 받은 간식이나 기저귀 등은 우리 집 살림에 큰 보탬이 되었다.
분유 회사뿐만이 아니었다. 라디오 육아 사연 코너, 신문사 육아 수기 공모전 등 사연만 보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들이댔다.
그리고 마침내 기적이 일어났다. 우리 딸과 부부의 사연이 조선일보에 나왔다! 우리가 보낸 사연이 채택되어 육아 칼럼에 작게 실린 것이다.
딸의 사진과 함께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활자화되어 인쇄된 신문을 받아 들었을 때의 감격이란! 1살짜리 꼬맹이가 벌써 신문에 데뷔하다니, 이거 완전 셀럽 아니냐? 아내와 나는 신문을 들고 한참을 웃었다. 딸은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신문에 나온 자기 얼굴을 신기한 듯 쳐다봤다.
세상과 소통하는 첫 신호, 옹알이
육아가 안정되면서 딸은 우리에게 또 다른 기적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의미 없는 소리들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바바바", "마마마마" 같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바로 옹알이였다. 아내가 "딸이 엄마한테 말 거네!" 하면서 호들갑을 떨면, 나는 "아빠한테 먼저 말했다!" 하면서 유치한 신경전을 벌였다.
딸의 옹알이에 우리는 온몸으로 반응했다. 딸이 "아바바바" 하면 우리도 "아바바바" 하고 따라 하고, 딸이 "까꿍" 하면 우리도 "까꿍" 하면서 말을 걸었다. 딸의 옹알이는 세상과 소통하려는 첫 신호였다. 아직 무슨 뜻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 소리 하나하나가 우리에게는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었다. 딸의 옹알이 소리가 온 집안을 가득 채울 때마다, 우리는 딸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음을 실감하며 행복했다.
아빠의 장난, 그리고 기적의 웃음
육아가 안정되면서 내 안에 숨겨져 있던 '아빠 본능'이 발현되기 시작했다. 특히 딸 가지고 장난치는 게 그렇게 재밌었다. 딸의 작은 얼굴은 내 양손에 딱 맞았다. 수시로 얼굴을 눌러보며 못난이 얼굴을 만들어서 사진을 찍었다.
한번은 키위를 사왔는데, 딸의 조그만 두상이 키위랑 비슷해서 키위 상표 스티커를 머리에 붙이고 같이 사진을 찍었다. 딸은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천진난만한 얼굴로 아빠의 장난을 받아줬다. 나중에 커서 이 사진들을 보고 같이 웃는 날이 오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딸의 '배냇웃음'이었다. 잠결에, 혹은 모빌을 보다가, 혹은 아무 이유 없이 픽 하고 웃어줄 때가 있었다. 그 작고 소중한 미소 한 번에 지난밤의 고통과 낮의 피로가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마치 '아빠, 사랑해요'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배냇웃음 한 번이면 그날 하루가 상쾌해지고, 다시 육아할 힘이 솟아났다.
모유 수유의 장단점
모유 수유는 아내에게 축복이면서 동시에 속박이었다. 아내는 딸에게 최고의 영양을 주고 싶은 마음으로 모유 수유를 선택했지만, 그 선택은 예상치 못한 제약을 가져왔다.
나는 아내에게 숨통을 틔워주고 싶어 휴가를 내거나 주말에 외출을 권했다.
"여보, 오늘 내가 딸 볼 테니까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와."
아내도 처음에는 고마워하며 오랜만에 나들이를 준비했다. 그런데 외출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모유가 자꾸 차올라 가슴이 아프고 불편해서 한두 시간 만에 서둘러 집에 돌아오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외출 후 집에 돌아온 아내는 "잠깐 나갔다 왔는데도 너무 불편했어. 그냥 집에 있는 게 마음 편해"라고 말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나는 그런 아내를 보며 미안함과 안쓰러움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모유 수유는 분명 딸에게 최고의 영양을 주는 소중한 일이었지만, 동시에 아내를 집이라는 공간에 묶어두는 보이지 않는 사슬이기도 했다.
모유 수유의 장점은 분명했다. 면역력 증진은 물론이고, 소화가 잘 되어 딸이 배탈을 거의 하지 않았다. 또한 모유는 소화가 잘 돼서 응가가 자주 나왔다. 그럴 때마다 매번 씻겼는데 하루에 10번이 넘게 화장실을 드나들었다. 처음에는 기저귀 갈이가 번거롭다고 생각했지만, 그런데 내 자식이라 그런지 그렇게 더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딸의 건강한 배변 활동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 같아서 안심이 되었다. 참으로 신기했다.
모유 수유는 단순히 영양 공급을 넘어서, 엄마와 아기 사이의 특별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아내가 딸을 품에 안고 수유할 때의 평화로운 표정을 보면, 그 모든 불편함과 제약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을 수 있었다.
육아는 여전히 힘들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힘든 시간보다 행복한 시간이 더 많아지고 있었다. 작은 몸으로 쑥쑥 자라고, 때로는 아빠의 장난에 반응하고, 가끔씩 기적 같은 웃음을 보여주는 딸 덕분에, 우리는 진정한 육아의 행복을 알아가고 있었다.
일본어판 : 国内編3:育児の楽しさ|COSMOS
중국어판 : 国内篇 2 :育儿的乐趣 - 这里有一个休了3年育儿假的爸爸 - 这里有一个休了3年育儿假的爸爸 | 豆瓣阅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