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공부
아빠, 주양육자가 되다
아내가 출근하는 아침, 현관문이 닫히는 순간, 집 안에는 정적과 함께 나와 딸, 단둘만 남겨졌다. 진짜 시작이었다.
2020년 당시, 육아휴직 수당은 최대 1년간 지급되었다. 현실적인 이유로 나는 1년의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그동안은 퇴근 후와 주말에만 함께하는 '보조 양육자'였다면, 이제부터 나는 24시간 딸의 세상을 책임지는 '주양육자'가 된 것이다.
이해받지 못한 선택, 그리고 나의 대답
하지만 나의 선택을 모두가 응원해준 것은 아니었다. 육아휴직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몇몇 직장 동료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내가 있는데 굳이? 조금만 참지 그랬냐?"
그들의 말속에는 '남자가 육아휴직 쓰는 건 유난 떠는 것'이라는, 혹은 '경력에 문제 생길 텐데 왜 사서 고생하냐'는 행간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아빠의 육아휴직을 여전히 '쉼'이나 '도피'쯤으로 여기는 사회의 씁쓸한 시선을 마주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나는 그들의 시선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경력이나 직장에서의 이미지 따위는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첫째로, 나는 이 작은 지방 도시의 이름 없는 말단 공무원일 뿐이다. 여기서 악착같이 버텨 한두 단계 승진한들, 내 인생이 얼마나 극적으로 달라질까? 그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내 눈앞에 있었다.
둘째로,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내 딸은 지금 인생에서 부모의 손길이 가장 절실한, 단 한 번뿐인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 결정적인 순간에 아빠가 곁에 있어 주는 것. 세상 그 어떤 승진이나 평판도 이보다 중요할 수는 없었다.
셋째로, 딸은 이미 짧은 시간 안에 뒤집기, 기기, 앉기, 서기를 해내며 우리 부부에게 세상 가장 큰 즐거움을 선물해주었다. 앞으로 펼쳐질 걷기, 뛰기, 그리고 마침내 '진짜 지성체'가 되는 말하기의 그 모든 경이로운 순간들을, 나는 단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들의 시선은 오히려 나에게 불을 지폈다. 오기가 생겼다. 이 1년이 단순히 아이의 똥 기저귀나 갈아주는 시간이 아님을, 내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게 배우고 성장하는 시간임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알아야 했다. 나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책 속에 길이 있었다
나의 공부는 세 가지 방향으로 시작되었다.
첫째는 '과학적 수면'이었다. 육아서에는 대부분 수면 교육에 관한 내용들이 있었으나, 아무래도 아쉬운 면들이 있어서 수면 교육만 전문으로 하는 책들을 따로 읽었다. 책들은 공통적으로 '규칙적인 수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기의 뇌 발달부터 정서적 안정까지, 수면이 아이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둘째는 나의 가장 큰 관심사였던 '이중언어 교육'에 대한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한국인이 쓴 책은 드물었고 대부분이 해외의 언어학자들이 쓴 책들이었다. 책들을 통해, 아이의 뇌가 어떻게 두 가지 언어를 스펀지처럼 흡수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웠다.
마지막으로, '아빠 육아의 힘'이었다. 아빠가 주양육자가 되었을 때 아이에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들을 찾아 읽었다. 아빠와의 신체 놀이가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주고, 아빠의 낮은 목소리가 아이에게 안정감을 준다는 사실들. 이런 과학적 근거들은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나의 불안감을 '나는 잘해야만 한다'는 각오로 바꾸어 주었다.
아빠의 공부는 밤에 시작된다
낮에는 온전히 딸과 함께했다. 함께 놀고, 먹고, 산책하며 아이의 모든 순간에 집중했다. 그리고 나의 진짜 공부는 딸이 잠든 밤에 시작되었다.
밤이 되어 딸이 잠들면, 나는 조용히 내 방으로 향했다. 책상 위에는 육아서와 재테크 책들이 쌓여있었다. 육아라는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동시에, 가장으로서 가족의 경제적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놓을 수 없었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 공부하고, 우리 가족의 미래를 위해 투자했다. 그 시간은 고독했지만, 결코 외롭지 않았다. 내가 넘기는 책장 한 장 한 장이, 내가 분석하는 투자 그래프 하나하나가, 결국 우리 가족을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육아휴직은 단순히 직장을 쉬는 시간이 아니었다. 그것은 '아빠'라는 새로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내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게 공부하고 성장해야 하는 시간이란 걸 깨닫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인생의 다음 챕터를 책과 함께 내딛고 있었다. 그리고 이 공부가 앞으로 닥쳐올 수많은 육아의 난관들을 헤쳐나갈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 믿었다.
일본어판 : 国内編6:パパ、育休を取る|COSMOS
중국어판 : 国内篇 4 :爸爸,开始休育儿假了 - 这里有一个休了3年育儿假的爸爸 - 这里有一个休了3年育儿假的爸爸 | 豆瓣阅读